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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53% 올랐는데…폭염·물폭탄 번갈아 때린다, 물가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을 덮친 ‘물 폭탄’으로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폭염에 이은 집중 호우로 농작물 피해가 늘 수 있어서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농산물 가격이 더 뛰게 생겼다.

폭염에 집중 호우까지, 농작물 피해 확산 우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오후 3시까지 폭우로 인한 농경지 피해가 총 5㏊ 신고됐다고 밝혔다. 경기도 포천 오이 시설 농가 4㏊, 강원도 철원 벼 경작지 1㏊가 침수 피해를 봤다. 폭우가 수도권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쏟아진 탓에 농작물 피해는 아직 크지 않다. 대신 농식품부 관계자는 “피해 신고 접수를 각 지방자치단체가 추가로 받는 중이고, 남부ㆍ강원 지역에도 집중 호우가 내릴 수 있다는 예보가 있는 만큼 침수 피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이 폭염과 폭우에 번갈아 시달리는 중이다. 농작물 침수 피해와 고온 피해가 광범위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폭염에 뒤이어 짧은 시간 사이 많은 비가 내리면 ▶농작물 생육 부진 ▶과수 열매 터짐 ▶무름병ㆍ탄저병 같은 병해충 증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비와 산사태 위험으로 농작물 수확이 어려워지면 유통 물량 부족 문제도 생긴다.

이날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특히 강원 지역에서 재배되는 무ㆍ배추ㆍ감자 등 농작물은 비가 그친 후에 병해, 생리장해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약제 살포 등 작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기계 침수로 인한 농가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축산업계도 비상이다. 이날 농식품부에 폭우로 인한 축산농가 피해 신고는 없었지만, 잦은 비와 국지적 산사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에 걸림돌이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ASF 차단을 위한 방역 설비가 폭우와 산사태로 유실될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8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배추 53%, 오이 59.2%↑ 폭우에 물가 더 오를라  

지난 6~7월 이어진 무더위와 잦은 비로 농산물 가격은 이미 고공행진 중이다. 집중 호우로 농작물 피해가 확산한다면 가뜩이나 오른 물가가 더 치솟을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배추는 전통시장ㆍ대형마트 같은 소매점에서 포기당 평균 6638원에 팔렸다. 1년 전보다 53% 값이 올랐다. 지난해와 견줘 토마토 66%, 오이 59.2%, 무 44.1%, 애호박 29.6%, 당근 29.6%, 상추 11.7% 등 일제히 가격이 상승했다. 캠벨 포도(44.3%), 복숭아(8.8%) 같은 과일값도 많이 올랐다. 지난해 값이 워낙 올랐던 데다 올해 작황이 좋은 편인 사과(-3.5%), 배(-21%) 정도만 전년 대비 가격이 내렸다.

최근 호우 피해는 아직 농산물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 기상청은 9~10일에 걸쳐 중부 지방은 물론 농경지가 많은 전북ㆍ경북권에도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농산물 생산지가 몰려있는 강원 내륙과 산지, 충청 북부, 경북 북서 내륙에도 많은 비가 예고됐다.

집중 호우 피해에 추석 대목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물가난이 닥칠 수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24년래 최고 수준으로 이미 올라있다. 지난달 6.3%를 기록했는데 1998년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는 더 올라 9~10월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정부와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이번 집중 호우로 농작물 피해가 확산한다면 물가 정점은 더 올라갈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수입 농산물 할당관세 품목 확대 등 물가 안정 방안을 중심으로 한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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