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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델 캐스팅" 의뢰 뒤에야 정체 알았다, 정용진 옆 그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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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그룹이 내놓은 가상인간 와이티. [사진 신세계]

신세계 그룹이 내놓은 가상인간 와이티. [사진 신세계]

‘유통 맞수’로 꼽히는 롯데와 신세계가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으로도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롯데홈쇼핑에 이어 신세계그룹도 가상인간을 내놓으면서다.

신세계, 최고경영자가 가상인간 직접 홍보 

9일 신세계는 가상인간 ‘와이티’(YT)가 10일 프로야구 경기에 시구자로 나서며 그룹 소속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와이티는 신세계와 그래픽 전문기업 펄스나인이 손잡고 만든 가상 인간으로, 이름의 뜻은 ‘영원한 스무 살’(Young Twenty·YT)이다.

지난 3월 신세계 소속임을 알리지 않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활동을 시작해 4개월 만에 팔로워 2만 명을 모았다. 삼성전자와 매일유업, 파리바게뜨 등의 광고모델로 발탁됐다. 지난달엔 가상 인간 최초로 서울시 청년 홍보대사에 위촉돼 지난 6일 재개장한 광화문 광장의 실감체험존에 등장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전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와이티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와이티 알리기에 나섰다.

신세계 관계자는 “와이티가 신세계 소속인 줄 모르고 광고 모델 의뢰를 해왔다가 계약 단계에서야 안 곳들이 꽤 많다”며 “기존에 활동하는 가상인간들이 20대 중반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더 어린 스무 살로 설정해 Z세대 중에서도 어린 층을 타겟으로 했고, 좀 더 트렌디하고 자유분방한 캐릭터”라고 말했다. 보드·서핑·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고 환경 보호 등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있다는 설명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8일 인스타그램에 "가상인간 와이티 실물 영접. 가상신발까지 받음"이라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신발에는 'NOJAMKILLER(노잼킬러)'라고 쓰여있다. 와이티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 유명한 YJ(정 부회장)님 만남. 가상신발 조공 드림. 리얼리"라고 썼다.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8일 인스타그램에 "가상인간 와이티 실물 영접. 가상신발까지 받음"이라는 글과 사진을 올렸다. 신발에는 'NOJAMKILLER(노잼킬러)'라고 쓰여있다. 와이티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그 유명한 YJ(정 부회장)님 만남. 가상신발 조공 드림. 리얼리"라고 썼다.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와이티는 10일 가상 인간 최초로 야구 경기 시구에 나서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 대신 대형 전광판에 등판해 공을 던질 예정이다. 이후엔 W컨셉의 프로젝트 모델, 쇼호스트 등으로 활동한다. 김상현 신세계그룹 크리에이티브랩 팀장은 “와이티는 ‘리테일테인먼트’(Retail+Entertainment: 유통업+엔터테인먼트)를 추구하는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콘텐트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롯데 소속 루시, 팔로워 중 45~54세가 8.5%

롯데 소속으로는 가상인간 ‘루시’가 이미 활동 중이다. 루시는 롯데홈쇼핑이 자체 전문 인력을 통해 1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탄생한 가상 인간이다.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모델이자, 디자인 연구원’으로 지난해 2월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인플루언서로 본격 활동을 시작해 팔로워 수가 8만여 명에 이른다. 국내외 유명 식음료(F&B) 브랜드, 패션 플랫폼, 쥬얼리 브랜드, 명품 브랜드 전시 행사 등의 광고 모델로 활동했다.

3D 기술과 아나모픽 기법(입체적 광고표현기법)을 활용한 대형 전광판 디지털 아트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등까지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지난 6월엔 콘텐트 제작사 초록뱀미디어의 소속 아티스트로 전속 계약을 체결하고 엔터테이너로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홈쇼핑이 개발한 가상 인플루언서 '루시'가 배우·프리젠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루시 인스타그램 캡처]

롯데홈쇼핑이 개발한 가상 인플루언서 '루시'가 배우·프리젠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루시 인스타그램 캡처]

루시의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팔로잉하고 있는 팔로워를 분석해본 결과 남성이 55%, 여성이 45%로 남성이 더 많았다. 연령대는 18~34세가 절반 이상(59%)을 차지하는 가운데 45~54세도 8.5%, 55~64세는 2% 정도였다. 팔로워들의 국적도 다양했다. 국내가 44%, 대만이 32%, 미국 9%였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한류 영향이 있는 데다 루시 비주얼 이미지와 콘셉트가 아시아계에 익숙해 대만, 미국 순으로 유입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젠 가상인간 ESG도 신경 써야”

이같은 가상 인간의 활약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해외 가상인간 정보사이트 ‘버추얼 휴먼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가상 인간은 200여 명이다. 가상 인간의 활동 영역이 패션이나 뷰티 등이 많다 보니 여성형 가상인간이 더 많지만 남성형 가상인간도 늘고 있다.

게임사·IT스타트업·컴퓨터그래픽 회사 등 3차원(3D) 기술 등을 보유한 제작사뿐 아니라 음반·영상·매니지먼트 업계도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마케팅 분석 업체 하이프오디터는 가상인간을 활용한 마케팅 시장이 올해 150억 달러(약 19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인간과 닮을수록 사람들의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급격히 불쾌감을 느끼는 현상인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도 3D 기술과 인공지능(AI) 발전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게 중평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상인간은 실제 인간에 비해 스캔들이 없고 24시간 일할 수 있고 첨단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는 데다 최근엔 개발 가격도 내려가 요새 웬만한 기업에선 가상 인간을 디폴트(기본값) 서비스로 보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인간도 결국은 사람이 운영하는 것인 만큼 앞으로는 ESG(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개선), 사회적 윤리, 법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는지도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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