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국 전기차 우대 법안 의결…K배터리 호재, 악재인 기업은

중앙일보

입력 2022.08.09 16:04

업데이트 2022.08.10 15:35

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상원이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의결한 가운데 이 법안이 규정한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이 국내 완성차·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법안은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중국산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를 제외하고, 미국 안에서 생산·조립된 전기차에만 세제 지원을 한정하도록 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미국 사업 확장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기차 구매자에게는 최대 7500달러(약 979만원)의 세액공제가 부여되는데,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는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북미 생산 시설 늘린 K배터리 효과  

배터리의 경우 2023년까지 구성 요소의 50% 이상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쓰게 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7년부터는 기준을 80%까지 끌어올리도록 했다. 핵심 광물은 2023년까지 미국산 비율 40%를 시작으로 매년 10%포인트씩 올려 2027년부터는 80%에 도달하도록 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닝더스다이(寧德時代·CATL)를 비롯한 중국산 배터리는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미국 내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온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보조금 지급에 따른 시장 확대와 중국 경쟁사 견제로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이후 북미에서만 200GWh(기가와트시) 이상 대규모 배터리 생산 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SK온과 삼성SDI도 각각 포드·스텔란티스와 합작 회사를 세우며 미국 내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를 제외하고 미국에 생산 시설을 갖춘 업체는 일본 파나소닉이 유일하지만 생산능력은 40GWh에 불과하다.

다만 중국 배터리 업체도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에 배터리 생산 시설 부지를 알아보고 있어 한국이 확실한 우위를 차지할지는 미지수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CATL과 비야디(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도 미국 생산 기지를 계획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승인할지가 관건이라 한국 업체에 무작정 유리하다고도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 광물 의존도가 90% 이상인 배터리 제품이 많아 법안 이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CATL은 주행 거리가 700㎞가 되는 값싼 전기차 배터리 제품을 내년에 새로 출시할 예정이라 업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리튬은 중국에서 제련하는 비중이 전 세계에서 65%를 차지한다”며 “전구체(양극재가 되기 전 선행물질·precursor)는 80%에 육박하는 등 다른 원료와 소재도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단기간 내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

한국서 전기차 생산한 현대차에는 악재  

이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자동차 업체는 보조금을 받지 못해 현대차와 기아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EV6를 한국에서만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를 연간 30만대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가동할 예정인데, 법안이 내년부터 시행된다면 2년 동안 보조금 없이 팔아야 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을 앞당기지 않으면 시장을 놓칠 수 있어 결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주로 팔리는 전기차(세단형)가 이번 세제 혜택 기준인 5만5000달러(7176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실제 판매 감소는 미미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내 새로운 전기차 가격은 평균 6만 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현대 아이오닉5는 4만 달러부터 시작하지만 실제 뉴욕 딜러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은 4만9000달러고, 테슬라의 최저가 차량은 4만7000달러부터 시작한다.

중고차 세제 혜택은 2만5000달러 이하 차량이 대상인데, 최근 미국에서는 새 차에 웃돈을 얹어 바로 중고로 팔 만큼 가격이 뛰었다. 컨설팅 업체 엑센츄어의 엑셀 슈미트 전무는 NYT를 통해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격 인하에 다들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중국 안휘성의 한 공장에서 배터리가 생산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중국 안휘성의 한 공장에서 배터리가 생산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대응책 마련 나선 정부

한국 정부도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비해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일단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위배 소지가 있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 판단이다. 한·미 FTA에 의하면 미국이 수입하는 품목과 미국에서 제조한 국산품을 차별 대우해서는 안 된다. 이른바 ‘내국민대우’ 규정이다. 그런데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북미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한국에서 제조해 수출하는 완성차는 불이익을 받는 구조인 셈이다.

정부는 미국 측에 FTA에 따른 동등한 대우를 보장해달라는 취지로 요구할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피해 우려가 있는 만큼 통상 채널을 통해 미국에 FTA 위배 소지 등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