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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BI, 트럼프 리조트 압수수색…“2024년 대선 길 막힐 수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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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압수수색은 미국에서 이례적이다. 지난해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 대통령 기록물 훼손, 2020년 대선 선거조작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범죄 의혹에 대해 당국이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플로리다 팜비치의 아름다운 우리 마러라고에 FBI 요원들이 들이닥쳤다”며 “FBI 요원들이 리조트 금고까지 열었다. 사법체계의 무기화”라고 비판했다. 이날 아침부터 오후 6시까지 압수수색을 할 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욕 트럼프타워 자택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FBI와 법무부는 언급을 거부했다. 하지만 CNN은 “이번 압수수색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날 때 마러라고 저택으로 가져간 자료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백악관에서 15박스 자료 갖고 나와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무장한 비밀 요원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무장한 비밀 요원이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건에 직접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혐의를 조사 중인 미 연방 하원 특별위원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록물 일부가 훼손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박스 분량의 기록물을 국립기록문서관리청(NRAR)이 아닌 마러라고 자택으로 가져갔음을 지난해 확인했다. 이에 NRAR은 자료 반환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개월 동안 미루다 지난 1월에야 NRAR 관계자들이 마러라고 자택을 찾아간 뒤에야 자료를 내놨다.

WP는 “회수된 자료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등 외국 정상과의 편지와 메모가 포함됐다”며 “이외에도 국가기밀로 표시된 문서도 있었다”고 전했다. 미 ‘대통령기록법’은 기밀 자료를 훼손하거나 승인되지 않은 장소에 보관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안보보좌관을 지낸 새뮤얼 버거는 지난 2004년 정부기록보존소에서 기밀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5만 달러의 벌금과 2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도널드 키서 전 국무부 관리도 2007년 기밀자료 3000건을 자신의 집 지하실에 보관하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전 대통령 압수수색 이례적, 혐의 입증 단서 있나

뉴욕타임스(NYT) 백악관 출입기자 매기 하버맨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대통령 문서를 찢어 관저 화장실 변기에 수시로 버렸다고 주장하며 이를 입증할 만한 사진을 미리 공개했다. 사진은 10월 출간하는 하버맨의 저서『신용 사기꾼』에 실릴 예정이다. 사진 악시오스 캡처

뉴욕타임스(NYT) 백악관 출입기자 매기 하버맨은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대통령 문서를 찢어 관저 화장실 변기에 수시로 버렸다고 주장하며 이를 입증할 만한 사진을 미리 공개했다. 사진은 10월 출간하는 하버맨의 저서『신용 사기꾼』에 실릴 예정이다. 사진 악시오스 캡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문서를 임의로 훼손·파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백악관 출입기자 매기 하버만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문서를 찢어 백악관 화장실 변기에 수시로 버렸다”며 10월에 출간될 저서『신용 사기꾼』에 들어갈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전직 대통령 압수수색은 드문 일이다. WP는 “법원이 전직 대통령의 개인 자산에 대한 압수수색을 허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수사당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해 결정적 단서를 찾아냈을 거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NYT는 “압수수색은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가 급진전하고 있다는 신호”라며 “전직 대통령 자택을 수색해야 할 정도로 법원은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봤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 족쇄가 더 조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수색이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 조작 의혹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법무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한 뒤에도 선거인단 선거를 조작해 대통령직을 유지하려고 가짜 ’선거인단’을 의회에 보내려는 음모를 짰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로이터 통신은 “연방검사들은 지난 대선 당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트럼프 쪽 핵심인사들이 경합주의 선거인단과 접촉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선 출마 막으려는 급진 민주당원 공격”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경찰 인력이 대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경찰 인력이 대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수사 상황에 따라 트럼프의 2024년 대선 가도가 가로막힐 수 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그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압수수색은) 나의 2024년 대선 출마를 저지하고 싶은 급진좌파 민주당원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강력 반발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은 모든 문서를 보관하고 달력을 깨끗이 해두라”며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 의석을 되찾으면 즉각 법무부 감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11월 중간선거 때문이라고 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 패색이 짙어진 민주당이 ‘트럼프 대 반(反) 트럼프’ 구도를 만들어 중간선거에서 기사회생을 노린다는 것이다. WP는 “공화당 전략가들은 이번 압수수색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적 모습을 부각해 중간선거에 변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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