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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에 에어로빅 춰봤다면 못잊을 그녀, 팝여왕 뉴턴 존 별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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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뉴턴 존의 '그리스' 영화 스틸 컷.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지난 8일(현지시간) CNN 뉴스 캡처.

올리비아 뉴턴 존의 '그리스' 영화 스틸 컷.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지난 8일(현지시간) CNN 뉴스 캡처.

왕년에 스판덱스 운동복에 흰색 머리띠로 에어로빅을 신나게 춰본 적이 있다면, 올리비아 뉴턴 존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상큼 발랄한 팝의 여왕인 뉴턴 존이 8일(현지시간) 자택에서 별세했다. 73세. 그가 손에 넣은 그래미상 트로피는 4개, 판매한 앨범은 1억장이 넘는다.

그의 남편인 사업가 존 이스털링은 이날 뉴턴 존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평안히 숨을 거두었다”고 그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사인은 유방암. 뉴턴 존은 1992년 유방암을 발견한 뒤 치료에 전념,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2008년 암이 재발해 투병하다 숨을 거두었다. 그는 가수이자 배우로서 커리어를 계속하면서도 유방암 치료를 위한 캠페인을 활발히 벌였다. 남편 이스털링은 “올리비아는 유방암과의 싸움을 30년간 이어가며 승리와 희망의 상징이 되어 주었다”고 전했다.

2017년 유방암 투병 중에도 무대에 서서 열창하는 올리비아 뉴턴 존. AFP=연합뉴스

2017년 유방암 투병 중에도 무대에 서서 열창하는 올리비아 뉴턴 존. AFP=연합뉴스

미국에서 태어나 5세 호주로 이민간 뉴턴 존은 10대부터 방송에 자주 출연했다. 그러다 할리우드로 건너왔고, 가수이자 배우로 인기를 얻었으나 대표작은 1978년 존 트라볼타와 주연한 뮤지컬 영화 ‘그리스(Grease)’다. 당시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10대 소녀로 출연해 금발에 동그랗고 커다란 눈동자에 낭랑한 목소리로 신나게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 할리우드는 물론 전 세계가 열광했다.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어 뮤지컬 ‘재너두(Xanadu)’ 주제곡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그래미상까지 받으며 당대를 풍미했다.

'그리스' 영화 세트장에서의 뉴턴 존. AP=연합뉴스

'그리스' 영화 세트장에서의 뉴턴 존. AP=연합뉴스

댄스곡뿐 아니라 뉴턴 존은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I Honestly Love You)’라는 호소력 짙은 발라드 곡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엔 섹시한 이미지로 변신, 스판덱스 운동복 차림의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곡 ‘피지컬(Physical)’이 큰 인기를 누렸다. 헬스장을 배경으로 건장한 남녀가 운동복 차림으로 나오며 뉴턴 존이 “너의 몸이 하는 얘기를 들어봐”라고 노래하는 이 곡은 지금도 사랑받는다. 당시엔 금지곡으로도 선정됐으나 빌보드 차트엔 10주간 1위에 랭크되며 인기를 구가했다.

 머리띠는 '피지컬' 이후 뉴턴 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AP=연합뉴스

머리띠는 '피지컬' 이후 뉴턴 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AP=연합뉴스

뉴턴 존의 인기는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는 다소 가라앉는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그의 부음 기사에서 “그의 뜨거웠던 인기는 80년대 들어 다소 차분해졌다”고 표현했다. 그는 당시 배우인 첫 남편 맷 라탄지와 결혼을 하고 딸 클로이를 출산하며 육아에 전념했으나, 결혼 생활은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그는 이어 카메라맨이었던 패트릭 맥더못과 10년에 걸쳐 연인 관계를 이어갔으나 헤어졌다. 이 관계는 뉴턴 존에게 비극을 안겼다. 2005년, 뉴턴 존과 이별한 뒤 맥더못이 해변가에서 실종되면서다. 그는 수년 후 바다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신 여부는 확실치 않으나 뉴턴 존이 경찰 조사를 받을 일은 없었다고 CNNㆍ가디언 등은 전했다. 그는 이후 2008년 사업가인 이스털링을 만나 결혼했다.

그의 가장 큰 비극은 그러나 유방암이다. 그는 1992년 유방암을 초기 단계에서 발견해 치료에 들어갔고, 증세가 호전됐다. 이후 유방암 조기 진단 및 치료를 후원하는 캠페인에 앞장서며 “유방암을 겪는 전 세계 모든 여성들에게, 얼마나 힘들지를 알기에 공감과 응원을 보낸다”고 CNN 등 다수 방송에도 출연해 전했다. 그러나 2008년 암이 재발했고, 결국 지난 8일 유명을 달리했다. 그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무대에 계속 섰다. 2007년 CNN에 출연해 “나는 가수로서 엄청난 기회를 누렸고, 나를 사랑해주는 관객을 만나 너무도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유방암 퇴치 운동인 핑크리본을 상징하는 분홍 풍선과 함께 포즈를 취한 뉴턴 존. 2009년 촬영한 사진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방암 퇴치 운동인 핑크리본을 상징하는 분홍 풍선과 함께 포즈를 취한 뉴턴 존. 2009년 촬영한 사진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뉴턴 존은 대중음악의 아이콘이자 옹호자이기도 했다. 그는 생전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즈와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대중음악을 두고 깊이가 없다고 얕보지만, 그런 의견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음악은 관객이 있어야 하고, 그 관객이 즐거워한다면 모든 음악은 소중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와 ‘그리스’에서 공동 주연했던 트라볼타는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런 글을 올렸다.

“친애하는 올리비아, 당신 덕에 우리 모두의 삶이 더 풍요로워졌어. 우린 결국 (천국에서) 다시 만날 거야. 사랑해. 당신의 대니(‘그리스’에서 그의 캐릭터 이름), 당신의 존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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