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폭우에 잠긴 내 차…자차보험 있어도 이 특약 없으면 '말짱 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8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침수 피해를 본 차량이 늘면서, 보험사에도 사고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9일 오후 2시 기준 손해보험업계에서 집계한 침수 피해는 4792건, 추정손해액은 658억6000만원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침수 차량 보험접수는 통상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접수 건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태풍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로 차량이 침수돼 파손됐더라도 모든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자동차보험의 자기차량손해담보(자차 보험)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 다만 자차 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차량 단독사고손해보상(단독사고) 특약을 제외했으면 보상받을 수 없다.

보상 대상은 주차장에 주차 중이거나 주행 중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이다. 차량이 물에 잠겨 생긴 부품 고장과 물에 휩쓸려 차량이 파손된 경우 등이 포함된다. 차량 피해가 아닌 자동차 안에 놓아둔 물품에 대해선 보상하지 않는다.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다. 뉴시스

서울과 경기북부 등 수도권에 폭우가 내린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이 잠겨 있다. 뉴시스

하지만 침수 피해의 원인에 운전자의 고의나 과실이 뚜렷한 경우는 보상받을 수 없다. 자동차 창문이나 선루프를 열어놓았거나 경찰 통제 구역을 어기고 주행한 경우, 주차 금지 구역에 주차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 강변이나 천변에 있는 주차장에 주차했다가 침수 사고를 당한 경우엔 운전자가 가입한 보험사가 아닌 주차장 측이 가입한 보험사에서 보상받아야 한다.

차량이 침수됐을 때 시동을 켜는 것은 금물이다. 물속에서 차가 멈췄거나 주차된 차량이 침수됐다면 시동을 걸지 말고 곧바로 견인 조치해야 한다. 시동을 걸어서 엔진과 주변 부품에 물이 들어가면 더 심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견인한 차량은 공장에서 엔진 등을 분해해 청소한 뒤 운행해야 한다. 또한 물웅덩이에서 오래 주행한 차량은 웅덩이를 나온 뒤 브레이크를 여러 번 가볍게 작동시켜서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주행해야 한다.

보상은 침수 전 상태로 원상 복구하는 데 소요되는 수리 비용을 자동차 보험가액의 100% 이내에서 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다. 수리가 불가능한 상태이거나 보험가액보다 수리비가 더 많이 나오는 경우 전손 처리를 하게 된다. 전손 처리돼 보험사가 인수한 차량은 보험사가 폐차한다.

2017년부터 2020년 7월까지 보험사가 침수 사고 신고를 접수한 차량 1만857대 중 7100대(65.4%)는 전손 처리됐다. 전손 처리할 경우 운전자는 보험사에서 자동차 전부손해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신차 구매 시 취·등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이번 폭우로 침수된 차량이 중고차에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카히스토리(https://www.carhistory.or.kr/) 홈페이지에서 차량번호를 입력해 침수 여부를 조회해 해볼 수 있다. 다만 여기선 보험사에 침수 사고 피해를 신고했던 차량만 조회되기 때문에 보험 처리를 하지 않고 내놓은 차량의 침수 여부는 알 수 없다. 중고차 구매 전 에어컨을 작동시켜 악취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서 진흙 자국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이번 폭우로 인해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은 다시 악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침수 사고로 인한 보상은 자연재해에 해당해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더라도 보험료 할증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주요 손해보험사의 평균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7%로 1년 전보다 2%포인트 낮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의 유행, 올해는 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차량 운행이 줄어 손해율이 낮아지는 추세였는데 고급 차량 비중이 높은 수도권에서 침수 피해가 집중돼 하반기 손해율 악화를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3년 태풍 ‘매미’가 상륙했을 때 전국의 피해 차량 수는 4만1042대, 추정손해액은 911억원이었는데, 2011년 서울에 내린 집중 호우로 침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해 차량 수는 1만4602대, 추정손해액은 993억원이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