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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4000억 쏟아도 속수무책…순식간에 침수된 강남의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일 밤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8일 밤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일대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도심 곳곳에서 통제 불능 상황이 벌어지면서 서울시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 강남 지역 배수 대책이 침수 피해 예방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침수 피해는 서울 전역에도 발생했지만, 특히 한강 이남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컸다. 8일 오후 8시경 강남역 일대에서 빗물이 역류하면서 인근 도로·상점이 물에 잠겼다. 서울 서초구 우성 아파트 사거리와 서초구 양재역에선 흙탕물이 역류하면서 도로가 물바다로 변하면서 운전자가 차량 위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9호선 노들역부터 사평역 사이 7개 역사 구간의 지하철 운행도 중단됐다.

지대 14m 낮아 물 고이는 ‘항아리 지형’

이처럼 유독 강남지역 피해가 극심했던 이유는 이 일대에 폭우가 집중적으로 쏟아졌기 때문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누적 강수량은 서울 동작 417.0㎜, 서초 387.0㎜, 강남 367.5㎜를 기록 중이다.

지대가 낮고 인근에 하천이 많은 강남 지역의 지리적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 강남역 일대는 서울 시내에서 손에 꼽히는 침수 취약 지역이다. 지형이 주변보다 10m 이상 낮은 항아리 형태라서다. 강남역은 인접한 역삼역보다 지대가 14m 낮아 집중호우가 내리면 순식간에 깔때기에 담기듯 강남역에 빗물이 고인다.

여기에 인근 강남대로 하수관로가 경사 방향을 잘못 시공하면서 툭하면 침수 사태가 발생했다. 또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 능력이 부족하고, 삼성사옥 하수암거의 시공 오류까지 겹치면서 종종 침수가 발생했다.

배수 구역 조정, 하수관로 개선 ‘백약이 무효’

8일 서울 남부에 시간당 100mm ‘물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한 남성이 맨손으로 막힌 배수로를 뚫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8일 서울 남부에 시간당 100mm ‘물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한 남성이 맨손으로 막힌 배수로를 뚫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문제는 서울시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5년부터 강남 지역의 배수 대책을 추진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수해를 막고자 지난 2015년 ‘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강남대로 일대 약 8㎞ 구간에서 저지대 하수관이 빗물 펌프장을 거쳐 가도록 ‘배수 구역 경계조정’ 공사를 실시했다. 또 지난해 6월부터는 교대앞역에서 반포천 사이 1.3㎞ 구간에 직경 7.5m 규모의 방재시설도 설치했다. 이와 함께 상류보다 하류로 갈수록 높이가 높아지면서 종종 막혔던 강남역 삼성사옥 인근 하수관로 개선 공사도 진행했다.

당시 서울시가 강남역 등 33개 주요 침수취약지역 수방시설 확충사업에 투입을 발표한 총예산은 1조4000억원 규모다. ▶하수관거 개량 사업 7364억원 ▶빗물 펌프장 신·증설 사업 2939억원 ▶빗물 저류조 설치 사업 2142억원 ▶하천정비 사업 1649억원 등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당시 계획했던 수방시설 확충사업 예산은 2022년 현재 모두 투입한 상황”이라며 “이번 집중호우는 방재한계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갑자기 쏟아지면서 부득이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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