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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말 느리고, 딸은 수학 못한다? 성별 문제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09 06:00

『핑크와 블루를 넘어서』는 어떤 책인가?  

당신 곁에 있는 모든 사물은 한 가지 색깔로만 이루어져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색을 선택할 권한은 없습니다. 바꿀 수도 없죠. 당신의 집, 사무실, 자동차는 물론 옷, 신발, 핸드폰도 그 색깔입니다. 심지어 당신이 받는 모든 선물까지도요. 어떤가요?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당신의 삶 곳곳에서 그 색깔은 영향력을 발휘할 겁니다.

『핑크와 블루를 넘어서』의 저자 크리스티아 스피어스 브라운은 ‘젠더(gender)’가 바로 그 색깔을 의미한다고 말해요. 젠더는 생물학적 성(sex)과는 다릅니다. 사회적으로 정의된 성을 뜻하죠. 생물학적 남성과 남성성은 다릅니다. 남성이라도 해도 남성적인 성격이 아닐 수 있잖아요. 브라운에 따르면, 온 세상이 젠더로 색칠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남자답게 혹은 여자답게 살아갈 수밖에 없죠. 저자는 20년간 젠더가 아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온 발달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통념이라고 믿는 젠더 고정관념이 왜 문제이고, 어떻게 잘못됐는지 조목조목 반박하죠.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 젠더(gender)는 다르다. 생물학적 성은 주어지지만, 젠더는 학습된다.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 젠더(gender)는 다르다. 생물학적 성은 주어지지만, 젠더는 학습된다.

저자는 반박의 여지가 없는 근거를 대기 위해 노력합니다. 젠더는 2022년 대한민국에서만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주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어느 시대에, 어느 나라에서나 뜨거운 감자죠.‘젠더에는 선천적 차이가 있다’는 생각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그는 저명한 미국 심리학자들이 실시한 ‘메타 분석’ 결과를 인용합니다. 메타 분석은 한 가지 주제로 실시된 수백 건의 연구를 한데 모아 서로 비교하고 분석하는 연구 방법이에요. 개별 연구는 연구자의 특정한 기대가 들어있을지도 모르고, 표본이 너무 적어서 신뢰하기 어렵거든요. 그러니까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페미니스트 저자의 개인적 추측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가 확실한 사실이라는 것을 밝힙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다수의 영역에서 남자아이와여자아이 사이의 역량에서 선천적 차이는 없었어요. 하지만 부모와 사회의 고정관념이 아이를 남자답게 혹은 여자답게 키웠죠. 남자아이가 남자답게, 여자아이가 여자답게 크는 게 왜 문제냐고요? 그 생각이 아이의 미래에 한계를 긋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아이를 젠더 중립적으로 키우기 위해 저자가 꼭 실천하는 양육법 3가지(책에는 훨씬 더 많은 방법이 소개됩니다)를 정리했어요. 글을 다 읽을 즈음이면 양육자가 젠더 고정관념에 적극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시게 될 겁니다.

젠더는 타고나는 게 아니라 학습된다  

선천적인 젠더의 차이가 없는데, 남자와 여자는 왜 이토록 다른 걸까요? 먼저 그 이유부터 짚고 넘어갈게요.

흔히 생각하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들은 선천적이지 않다. 그 차이들은 실제 수학 능력이나 슬픔을 표현하는 능력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당신도 모르는 새에 당신에게 꼬리표를 붙인 문화적 고정관념의 결과물일 뿐이다. p. 124

미국의 대표 심리학자 100인 중 한 명인 재닌시블리하이드는 젠더 차이와 관련된 모든 연구를 메타 분석하는 데 수십 년을 바친 인물입니다. 그가 진행한 소규모 분석의 표본만 약 128만 명에 달하죠. 하이드가 127가지 젠더 차이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약 78%의 연구에서 젠더 차이가 전혀 존재하지 않거나 아주 약간만 존재했어요. 

남녀의 차이가 있다고 흔히 알려진 감정, 언어 능력, 수학 능력, 활동 수준, 공격성, 공간 능력, 심지어는 수다스러움에서도 선천적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영역에서 동일한 패턴이 하나 발견돼요. 처음에는 거의 없었던 차이가 아동기를 지나면서 점점 커지는 겁니다. 아이들이 젠더 고정관념을 학습하기 때문이죠. 혹시 신문 기사와 책에서 ‘남녀 차이가 있다’고 밝힌 연구를 본 적이 있다면 그래서입니다. 그 연구들은 사회화가 이루어진 성인이 대상이었거나, 표본이 10명 이내로 아주 적었을 거예요.

“울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자라는 남자아이들은 감정을 숨기고, 슬픔을 분노로 표현하는 데 익숙해집니다. 울면 혼나지만, 화를 내면 ‘남자애들은 원래 그렇다’고 받아들여지거든요. 여자는 수학 능력이 떨어진다고 믿는 교사와 양육자 아래서 자란 여자아이들은 수학을 어렵게 생각하고 기피합니다. 다만 언어 능력의 경우, 여자아이들의 발달이 더 일찍 이뤄졌는데요. 단 몇 개월 빠른 것에 불과했어요. 이처럼 약간의 차이가 발견된 영역들마저 그 차이가 크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같은 상태를 0이라고 했을 때, 차이가 0.11~0.20에 불과하죠. 그래프가 완전히 겹쳐질 정도로 차이가 거의 없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젠더의 차이가 크게 발견된 영역도 있습니다. ‘얼마나 빨리, 얼마나 멀리 공을 던질 수 있느냐’와 ‘일부 성적 행동(자위행위의 빈도 등)’에 국한되었죠. 저자는 “젠더는 야구 선수를 선발할 때나 자위하기 좋은 시간과 장소를 이야기할 사람을 알아낼 때 유용하다”고 꼬집습니다.

젠더 차이가 무엇인지 아는 것, 그리고 그 차이를 형성하는 데 부모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아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키우는 일의 핵심이다. p. 110

선천적인 젠더 차이가 없다는 걸 알면 내 아이의 강점과 약점을 더 잘 파악하고 아이의 역량을 키워줄 수 있습니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딸에게 “엄마도 그랬어”라며 선천적 능력의 부족으로 치부하는 것과 시간을 내서 함께 문제를 복습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테니까요. 저자는 젠더 고정관념이 아이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정기적으로 다음의 세 가지 양육 방식은 꼭 실천하라고 말합니다.

크리스티아 스피어스 브라운의 『핑크와 블루를 넘어서』는 젠더라는 주제로 실시된 수백건의 연구를 비교 분석하는 식으로 젠더의 유효성을 검증한다.

크리스티아 스피어스 브라운의 『핑크와 블루를 넘어서』는 젠더라는 주제로 실시된 수백건의 연구를 비교 분석하는 식으로 젠더의 유효성을 검증한다.

실천 가이드 ①고정관념은 즉시 바로잡는다  

젠더 고정관념은 세상 구석구석에 너무 많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공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수비 또한 잘해야 한다. p. 237

저자는 젠더 고정관념에 맞서 싸우라고 조언하지 않습니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이상,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내 아이가 젠더 중립적으로 자랐으면 좋겠지만, 무리에서 동떨어진 괴짜 취급을 받지는 않기를 바라는 것도 양육자의 솔직한 마음이죠.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은 ‘방어’입니다.

저자는 아이들이 젠더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진 게 드러날 때마다 곧장 이분법적 사고를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 반 여자애들은 깔끔한데, 남자애들은 지저분해” 같은 말을 할 때 말이죠. 젠더 고정관념은 스스로 사라지지 않고, 그냥 두면 더 강해지거든요. 아이의 말이 잘못되었다고 혼내거나, 젠더 의식에 대한 연설을 늘어놔야 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다음의 두 가지 요점만 짚어주면 되죠.

①남녀 모두 그 특성을 공통되게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여자는 깔끔하고, 어떤 여자는 지저분해. 똑같이 어떤 남자는 깔끔하고, 어떤 남자는 지저분하지.”

②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
“아빠를 생각해 봐. 깔끔해서 엄마보다 청소를 더 잘하잖아.”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사례는 친구, 사촌, 교사, 만화 캐릭터, 유명 연예인 등 무엇이라도 좋다.)

편견에 사로잡힌 말들은 어른의 입을 통해 나올 때가 훨씬 많죠. 주변의 어른들이 내 아이에게 젠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말을 할 때도, 그 말이 어떻게 틀렸는지 바로잡아줍니다. 아이와 양육자, 둘만 남았을 때 말이에요. 아이는 어른의 말을 존중해서 듣는 방법도 배워야 하니까요.

(슈퍼마켓에서) “딸이 있어서 얼마나 좋아요. 이렇게 장 볼 때 도움도 되고.”
⇒저 할머니가 젊었을 때는 남자아이들이 장 보는 걸 별로 돕지 않았어.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여자만 장을 보는 게 아니야. 남자들도 장을 보고 요리를 할 줄 알지.

(가족 동반 모임에서) “남자애들은 원래 과격하게 놀잖아.”
⇒아까 이모가 남자애들은 과격하게 논다고 말했지? 이모는 여자애들도 거칠게 놀 수 있다는 걸 모르나 봐. 또 어떤 남자애들은 가만히 앉아서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이모가 저렇게 말할 때는 세상에 있는 모든 과격한 여자아이와, 모든 조용한 남자아이를 까먹고 있어서 그렇다는 걸 기억해줘.

실천가이드 ②장난감은 여아⋅남아용 모두 산다  

아이들은 젠더가 같은 아이들하고만 놀면서 자신이 속한 젠더에 들어맞는 방식으로 자신을 사회화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은 자신이 속한 젠더 그룹의 암묵적 규칙을 배운다. p. 134

아이들은 자랄수록 ‘같은 젠더’인 친구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원합니다. 또래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서요. 우리 아이는 기관에 다니지 않지만, 특정 젠더의 장난감만 찾는다고요? 그럼 TV 광고와 장난감 박스의 사진을 잘 살펴보세요. 누가 가지고 놀도록 표현되어 있는지요. 아이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면, 양육자는 그걸 더 많이 사주게 됩니다. 아이를 위한 행동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젠더의 사회화를 강화하는 일이에요.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저자는 사회가 규정한 남아용/여아용 장난감을 모두 구비하길 권합니다. 집에 포크레인과 인형이 있을 때, 아마 대다수의 딸은 인형을 가지고 놀고 아들은 포크레인만 가지고 놀 거예요. 형제자매가 있으면 이 현상은 더 빠르게 나타나요. 첫째가 둘째에게 각 장난감이 어떤 젠더 그룹에 속하는지 시범을 보이거든요.

아이가 두 유형의 장난감을 모두 잘 가지고 노느냐, 아니냐는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딸이 포크레인을 가지고 놀고, 아들이 인형에 흥미를 보이게 하는 게 아니에요. 우리 엄마·아빠는 남자/여자 장난감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실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겁니다.  

이건 아이의 잠재력을 위해서도 꼭 실천해야 하는 일이죠. 생물학적으로 남자의 공간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건 성별 차이에 관한 대표적인 통념인데요. 연구 결과, 여자아이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형태를 상상하는 훈련을 몇 번 실시하자 공간 능력상의 젠더 차이가 완전히 사라졌어요. 그러니까 공간 능력은 경험의 차이였던 겁니다. 여자아이들도 남자아이들처럼 비디오 게임과 블록 놀이를 많이 하면 자연스레 공간 능력이 향상될 수 있어요. 이건 하나의 예일 뿐, 경험의 차이로 남녀의 능력이 달라지는 사례는 수없이 많죠. 아이의  취향과 상관없이 두 가지 유형의 장난감을 모두 구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실천가이드 ③양육자의 언어를 바꾼다  

언어에서 젠더를 이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언어 습관의 영향으로 여자아이들이 어떤 직업이나 특기, 기술이 오직 남자아이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일을 하고 싶어 할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p. 57

연구에 따르면 젠더에 이름표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고정관념을 가졌습니다. 초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한 연구 끝에 밝혀진 사실이죠. 이 연구에서 교사들은 남학생과 여학생을 동등하게 대했고, 젠더 고정관념이 담긴 말(ex. 남자는 강해야 해, 여자는 얌전 해야해)은 철저히 금지되었습니다. 단지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아이들을 구분했을 뿐이죠. 그런데도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반보다 더 강한 젠더 고정관념을 형성했어요. 4주 후 이 아이들은 ‘오직 남자만’ 공사 현장 노동자, 의사, 대통령이 될 수 있고 ‘오직 여자만’ 간호사, 가사도우미, 보모가 될 수 있다고 대답했거든요.

딸이 자기 꿈에 한계를 긋지 않고, 아들이 자라서 따뜻한 아버지가 되기를 바라는 양육자라면 언어부터 바꿔야 합니다. 사람에게 젠더 이름표를 붙이지 않는 게 시작이에요. “남자” “여자”라는 표현 대신 “어른”, “어린이/아이”라고 통칭하는 겁니다. “의젓한 숙녀 같다, 멋진 신사 같다”는 칭찬도 “의젓한 아이구나, 멋진 아이구나”로 바꿉니다.

책을 읽어줄 때도 표현에 신경 씁니다. 보통 그림책에서 성별이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는 거의 남성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요. 때로는 동물 이미지에 담긴 젠더 고정관념에 따라 성별을 추측하죠(저희집 4세 어린이는 토끼가 하는 말을 남자 목소리로 읽으니 어색해했어요). 그러니까 성별이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는 남자와 여자를 무작위로 왔다 갔다 바꿔주며 읽어주는 겁니다. 영어 동화책이라면 직업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단어에 ‘~man’이라는 표현이 있는지 살핀 후 바꿔줍니다. ‘Fireman’이 아니라 ‘Firefighter’라고요.

나아가 아들을 키우는 양육자는 아이에게 더 자주 말을 걸고, 감정 어휘를 많이 사용하세요. 연구 결과 다수의 양육자는 딸보다 아들에게 말을 더 적게 걸었거든요. “오늘은 행복해 보이는구나” “섭섭했구나” 같은 감정 어휘는 아들이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죠. 남자아이의 언어 능력이 여자아이보다 떨어진다고 느끼는 건 그래서입니다.

딸을 키우는 양육자는 숫자를 더 많이 말하세요. 연구 결과 아들을 둔 양육자가 딸을 둔 양육자보다 숫자에 대해 3배 더 많이 말했습니다. 일상의 사물들을 이렇게 표현하는 거예요. “우리집은 14층이야”, “저기 개가 세 마리 있네”라고요. 여자아이들이 비교적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것도 이렇게 사소한 경험에서부터 차이가 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시카고의 한 학교에 설치된 성중립 화장실 표지판. 사회 곳곳에 젠더에 상관 없는, 성중립적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CPS 트위터 캡처]

시카고의 한 학교에 설치된 성중립 화장실 표지판. 사회 곳곳에 젠더에 상관 없는, 성중립적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CPS 트위터 캡처]

hello, parents! 읽기 가이드

나는 고정관념이 최신 감기 바이러스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온갖 항균성 손 세정제를 사용해도 아이들은 여전히 감기에 걸린다. 당신이 아이를 젠더 고정관념으로부터 보호하려고 애써도 아이들은 어딘가에서 그것을 습득하고야 만다. p. 212  

딸을 가진 다수의 양육자가 그렇듯 저도 아이를 젠더 중립적으로 키우려고 노력합니다. 이름부터 중성적으로 지었고요. 핑크색 옷, 바비 인형은 산 적이 없죠(수많은 선물까지 막을 수는 없었지만요). 그림책을 고를 때도 성차별 요소가 있는지 확인해요. 그런데도 4살 어린이는 날로 여성스러워지고 있습니다. 롤모델은 공주, 가장 좋아하는 건 주방놀이죠.

아이의 변화를 보며 ‘젠더는 타고난다’는 말을 실감하던 참이었어요. 다행스럽게도 이 책이 그 생각에 균열을 일으켰죠. 사회에 젠더 고정관념이 워낙 만연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젠더 고정관념을 학습해요. 이 고정관념은 아이의 자존감, 학업성취도, 나아가 직업을 선택하는 데까지 영향을 미치죠. 양육자가 적극적으로 젠더 고정관념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이 책은 아들을 키우는 양육자가 꼭 읽었으면 합니다. 남자는 성차별에서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젠더 고정관념은 아들에게도 가혹하게 작용하거든요. 사람은 감정 스키마(구조나 도식)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크면서 배워갈 뿐입니다. 슬픔은 인간의 정상적인 감정 중 하나인데, 남자아이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을 때가 많죠. 젠더 고정관념이 강한 사회에서 남자아이들은 감정을 학습할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나는 싸우기로 했다. 젠더 중립을 지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젠더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아이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p. 65

저자가 말하는 핵심은 여자와 남자라는 아이의 생물학적 성별을 지우자는 게 아니에요. 젠더를 아이가 가진 특성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자는 거죠. 키, 몸무게, 눈동자 색깔과 마찬가지로요. 아이들은 남자라서, 여자라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 한명 한명 그 자체로 고유한 빛을 냅니다. 젠더를 빼고 바라보면 아이의 고유한 빛이 보일 거예요. 양육자는 그 빛을 가장 유심히 바라봐야 하는 사람입니다.  

성소영 객원기자 ssoy419@gmail.com,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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