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강조한 '국방혁신4.0'...文인사가 전담했는데 몰랐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09 05:00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방혁신 4.0’을 추진하기 위한 국방부 내부 태스크포스(TF)에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국가안보실 근무자들만 배치돼 40일 넘게 업무를 전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혁신 4.0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이종섭 국방장관이 독대해 업무보고한 자리에서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던 핵심 국방정책이다.

"서욱이 임명, 이종섭 장관도 몰랐다"

정부 안팎에선 “현 정부 5년간 적용되는 군의 큰 그림을 세우는 작업에 전 정부 인사를 100% 기용한 건 난센스”라는 뒷말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8일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윤 정부 출범 닷새 뒤인 지난 5월 15일부터 ‘국방혁신 4.0 TF’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당초 이 TF에 배치된 5명이 전원 문 정부의 국가안보실 출신(안보국방전략비서관실 3명, 국가위기관리센터 1명, 정보융합비서관실 1명) 영관급 장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말과 7월 초 차례로 추가 근무자 2명이 오기 전까지 TF는 이들 5명만 근무했다.

이들을 임명한 건 서욱 전 장관이었다. 이 장관은 이같은 사실을 국회에서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문제 제기할 때까지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 의원실은 전했다.

이 장관 취임(5월 11일) 전 이미 보직을 받았고, 별도의 검증 과정 없이 TF가 가동됐다는 설명이다. 이를 두고 정부 일각에선 “정권 교체기 인사 참사”라는 자조가 나온다.

지난 4월 29일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군 주요 직위자 격려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29일 당시 서욱 국방부 장관이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군 주요 직위자 격려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TF 내에서 ▶과학기술발전개념 팀장 ▶미래합동작전개념 담당 ▶미래획득체계혁신 담당 ▶군사력건설개념 분과장 ▶국방혁신 담당 등의 직책을 맡았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국방혁신 4.0 TF는 대통령실의 국방혁신 4.0 추진 조직과 연계할 국방부 실무 조직”이라면서도 “해당 인원들은 TF 지원을 위한 행정 처리를 담당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 내에선 “이들이 세부 과제를 세우는 등 사실상 정책의 밑그림을 다 그려놓은 상태”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TF 사정을 잘 아는 군 소식통은 “국회에서 지적이 나오자 국방부가 부랴부랴 담당자 교체에 나섰는데, 이들 중 3명은 후임이 없다”며 “후임이 없다는 건 결국 기존 담당자들이 작업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겠다는 얘기가 아니고 뭐냐”고 반문했다.

당초 국방부는 TF를 지난달 1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다가 국방부 내에 ‘국방혁신 4.0 추진단’을 꾸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 의원실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올 연말까지 한시적인 조직이라며 조직 구성을 승인해주지 않았다. 결국 현 TF로 계속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처 업무보고를 한 뒤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처 업무보고를 한 뒤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국방부는 TF 담당자 임명에 대해선 “현 정부 출범 시 청와대 근무자 31명을 복귀 조치하는 과정에서 정기 인사 시기가 아니어서 각 군과 협조해 보직 판단했다”며 “전문성, 개인희망, 각 부대별 보충 소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그러면서도 “TF의 중요성을 고려해 우수 자원을 선발해야 했으나, 파견 소요 제기 시기(4월 말)가 각 군 정기인사와 불일치해 우수 자원 확보가 제한되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군 일각에선 “국방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전임 정부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 정부 관계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수준이 아니라 업무를 통째 맡긴 건 문제"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의원은 “신정부 국정과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주요 보직에 전 정부 대통령실 인사를 100% 임명한 건 부적절했다”며 “게다가 임명 결정을 전 정부 장관이 했다는 것은 TF가 ‘보직 챙겨주기’나 ‘신분세탁’ 수단으로 악용된 게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비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해당 인원들 중 4명은 파견 기간이 종료돼 8일 각 군에 복귀할 예정"이라며 "나머지 1명은 계속 근무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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