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100억 흘러간 곳…"김만배가 빌려주고 자기가 갚았다" [法ON]

중앙일보

입력 2022.08.09 05:00

업데이트 2022.08.1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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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토하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했던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보석으로 8일 풀려났습니다. 곽 전 의원은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재판부가 보석금 3억원과 자택 주거지 제한 등을 조건으로 올 2월 구속된 지 185일 만에 풀어준 겁니다.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돕고 아들을 통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곽상도 전 의원이 8일 오후 법원의 보석인용으로 풀려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돕고 아들을 통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곽상도 전 의원이 8일 오후 법원의 보석인용으로 풀려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같은 날 ‘대장동 재판’에 나온 증인도 흥미로운 인물입니다. 재판 증인이었던 이한성씨는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 대표이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화영 전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더 주목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이 대표의 증언을 살펴보시겠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빌려준 수상한 100억원 주목받는 이유

휴정기가 끝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8일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으로 기소된 ‘대장동 일당’에 대한 공판을 재개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는 2019년 4월 천화동인 1호에서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인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모씨에게 흘러갔다는 수상한 100억원이 재조명됐습니다.

앞서 재판에 나온 이씨는 김만배씨로부터 받은 돈은 토목업체 대표 나모씨에게 다시 보냈다면서 “‘대장동 로비 폭로 협박’이 있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한 바 있습니다. 나씨가 대장동 민간사업자와 성남도공의 결탁을 문제 삼았기 때문입니다.

천화동인 1~7호는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민간사업자 주주들이 SK증권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신원을 숨겼다는 의혹을 받는 곳입니다. 이 중 천화동인 1호는 화천대유 100% 자회사여서 화천대유 지분 100%를 가진 김만배씨 소유입니다. 천화동인 1호가 2020년 말 기준 민간사업자가 챙긴 대장동 택지개발이익 배당금 4040억원 중 1208억원을 배당받았죠.

그런데 2019년 4월 말 천화동인 1호에서 장기 대여금 형식으로 이씨의 분양대행업체 계좌로 100억원을 보냈고, 이 100억은 당일 고스란히 나씨의 토목업체 계좌로 이체된 겁니다.

문제는 100억원의 최종 귀착지인 나씨가 같은 해 12월 대양금속 인수합병(M&A)에 참여하고, 비슷한 시기에 KH그룹 역시 대양그룹 인수 합병을 시도하면섭니다. KH그룹 계열사 2곳은 앞서 2019년 4월에 쌍방울 전환사채(CB) 인수 자금 50억원을 대여해준 업체라 정치권 안팎의 의심이 일었습니다. 쌍방울 CB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인 변호사비 대납에 쓰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쌍방울 수사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관과 그룹 임원이 구속됐고, 기밀 유출 직후 쌍방울 CB를 인수한 김모 전 쌍방울 회장이 해외로 출국했습니다. KH그룹 측은 “나모씨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이자를 매긴 기업 간 정상적인 자금흐름일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상한 건 천화동인 1호에서 돈을 빌려간 건 분양업체 대표 이씨인 데 천화동인 1호에 돈을 갚은 건 대주주 김만배씨란 점 때문입니다. 약 13개월 후 2020년 6월 3일 김씨가 109억원을 이씨에게 송금해준 뒤 이씨가 같은 날 여기서 105억원을 천화동인 1호에 보내 갚았다는 겁니다. 109억원은 김씨가 2019년 11월~2020년 11월 화천대유 주식을 담보로 천화동인 1호에서 대주주 대여금으로 빌린 473억원에서 나왔습니다.

검찰은 이 때문에 이날 재판 증인으로 나선 이한성 천화동인 1호 대표에게 수상한 100억원 대여 경위를 집중적으로 캐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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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성 대표는 ‘장기 대여된 100억원이 담보는 있었냐’는 검찰의 질문에 “최초에는 담보가 없었다”며 “신용이 담보라고 볼 수 있었다”는 취지로 길게 답했습니다. 검찰이 “100억원을 장기대여 해주는데 물적‧인적 담보 받지 않았다는 말이냐”고 하자 “그 회사(이씨가 운영하는 분양대행업체)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만 답했죠. 검찰의 질문대로라면 보통 사람은 한 평생 만져보기도 힘든 100억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건네진 셈입니다.

다만 사후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연대보증하는 형태로 인적 담보를 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는 자신은 100억원의 최종 행방 역시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이 “대여금 일부가 같은 날 곧바로 토목업체대표 나모씨한테 이체된 사실을 아느냐”는 질문에 “죄송한 말씀이지만, 전혀 모른다”고 답한 것입니다. 앞선 재판에서 이씨가 증언했던 나씨의 로비 폭로 협박 역시 들은 적 없다고도 부인했습니다.

이재명 측근 이화영 보좌관 출신 ‘천화동인 1호’ 대표

이한성 대표는 당초 이재명 국회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화영 전 국회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날 재판에서도 그 저간의 사정에 대한 문답으로 검찰의 신문이 시작됐는데요. 이 대표는 이 전 의원과 성균관대 재학시절 같은 동아리를 했던 인연으로 보좌관을 맡게 됐고, 성균관대 선배인 김만배씨의 제의로 화천대유에 연봉 6000만원 수준의 상무직으로 입사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 대표, 이 전 의원과 김만배씨가 모두 성균관대 동문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셈입니다. 다만 이 대표는 “김만배씨가 이 전 의원의 선거비용을 지원했다는 말은 들은 적 없다”고도 부인했습니다. 심지어 이화영 전 의원과 이재명 의원과의 관계도 언론을 통해 알았고, 이 전 의원이 이재명 국회의원의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평화부지사를 지내거나 경기도 출자기관인 킨텍스 대표이사를 맡은 것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거나 ‘주변 동기를 통해서 알았다’고 했습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뉴시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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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곽 전 의원은 구속만료 기한(22일 0시)보다 약 2주 일찍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됐습니다. 재판부가 곽 전 의원의 아들 등 주요 증인들의 신문을 마친 점 등을 고려해 보석을 허가한 것입니다. 다만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들 또는 그들의 대리인 등과 접촉하는 행위를 하지 말 것 등을 주문했습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지난해 4월 말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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