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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바뀌자 변심?…대구·구미 ‘낙동강 물싸움’ 재점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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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지난 4월 환경부 등이 참여한 다자간 협정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대구시-경북 구미시의 ‘낙동강 물싸움’이 최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당시 협정에 참여했던 단체장이 6·1 지방선거로 모두 바뀌면서다.

7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대구시와 경북 구미시, 국무조정실, 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는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대구시와 경북 구미시간 13년을 끌어온 ‘낙동강 물싸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목적에서다. 두 지자체는 2009년 발암 의심물질인 1, 4-다이옥산이 구미 국가산단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되자 ‘먹는 물’ 확보를 놓고 갈등을 벌여왔다.

4월 협정은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일평균 30만t을 추가 취수해 대구·경북에 공급하고, 동시에 상수원 보호를 위한 구미시의 토지이용 제한 확대는 없도록 하는 게 골자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구미시에 매년 100억 원의 상생지원금을 지원하고, 구미 국가산업 5단지의 입주업종 확대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대구시는 협정 체결 직후 구미시에 일시금 100억 원을 지원하고 구미시에서 생산된 농축산물 판매를 돕기로 했다. 경북도는 해평습지 생태자원을 활용한 지역발전사업에 협력하고, 향후 공공기관 이전 시 구미에 우선 유치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대구시와 경북도 모두 KTX 구미역과 공항철도 동구미역 신설에도 협력·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 사업은 로드맵이 확정됐다. 지난 6월엔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국가사업으로 확정됐고 2025년 착공, 2028년 준공 일정이 정해졌다.

하지만 6·1 지방선거 이후 대구시, 경북 구미시와 안동시 등 관련 단체장들이 모두 교체되면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선거과정에서 ‘맑은 물 하이웨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으로 대구시민의 식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낙동강 최상류 지역에 위치한 영주댐이나 안동댐, 임하댐 등의 1급수 물을 도수관로로 연결해 운문댐으로 끌어와 식수로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새로 취임한 권기창 안동시장도 홍 시장의 정책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안동에서 대구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대가로 협력기금이나 산업단지 조성 지원, 지역 농산물 판매 등 지원을 기대해볼 수 있어서다.

이에 더해 신임 김장호 구미시장이 최근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 사업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도 새로운 변수다. 김 시장은 지난 1일 구미시청에서 열린 취임 한 달 기자회견에서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은 대구시의 문제”라며 “구미 이전에 따른 상수원 규제 등 후속 조치는 구미 발전과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 취수원 구미 이전 협약을 보면 대구시가 일시금으로 100억 원을 구미에 주는 것과 정부가 낙동강 수계관리기금에서 매년 100억 원을 지원하는 것 이외 구미의 발전이나 이익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별로 없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구미시의 이런 입장에도 취수원 이전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관련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국가사업으로 확정돼 로드맵이 나온 상황이어서다. 홍 시장이 추진하는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과도 상관없이 예정 절차 그대로 추진할 방침이라 지자체와 또 다른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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