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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오징어 사러 가자” 강릉·속초 활어차도 달려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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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 도착한 어선에서 선원들이 오징어를 내리고 있다. [사진 태안군]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 도착한 어선에서 선원들이 오징어를 내리고 있다. [사진 태안군]

여름철 서해안 명물로 자리 잡은 오징어가 본격 출하하면서 미식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충남 서해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수도권은 물론 반대편 동해안까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다.

8일 충남 태안군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서해 격렬비열도 해역을 중심으로 오징어가 잡히기 시작하면서 근흥면 신진도항에서 위판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신진도항에서는 매일 70~80척의 오징어잡이 어선이 출항한다. 본선과 운반선까지 포함하면 100여 척에 달한다.

어획량은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오후 1시 3차 경매까지 합산) 신진도항 수산수협 안흥판메사업소에서는 선어(냉장 상태) 1만6000상자(20마리들이)와 활어(살아 있는 상태의 오징어) 3만2000마리가 거래됐다.

가격은 선어가 1박스(20마리)당 2만9000~3만4000원으로 지난해 여름과 비교하면 1만원 정도 저렴해졌다. 활어는 1마리당 3000~4000원 수준(수협 위판가격 기준)에서 거래됐다. 소비자들은 이보다는 조금 비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신진도항에는 매일 새벽 서울과 수원·대전 등 전국에서 달려온 활어차(트럭)가 오징어를 싣기 위해 줄지어 대기한다. 오징어 산지로 알려진 동해안 강릉·속초에서도 밤새 대형 활어차를 몰고 달려온다. 활어는 짧게는 2시간, 길게는 5시간 안에 대형 수산물 도매시장이나 소매점에 넘겨진다. 그래야 살아 있는 상태로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징어 위판은 어획량에 따라 하루 3~4차례 정도 이뤄진다.

오징어잡이 배 선장들은 “매년 서해안에서 수확하는 오징어로 한 해 농사를 지을 정도로 수입이 적지 않다”며 “날씨는 무덥지만, 어획량도 기대만큼 많고 가격도 좋아 먼 길 배를 몰고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태안 앞바다에 오징어 어장이 형성된 것은 동중국해에서 서해 쪽으로 난류가 유입되면서 난류성 어종인 오징어가 조류를 따라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오징어는 겨울철 동중국해 인근에 머물다 봄과 여름 난류를 따라 남해·동해를 거쳐 러시아까지 올라간다. 이 중 일부가 남해에서 동해로 올라가지 않고 서해로 올라온 뒤 격렬비열도 인근 해역에 머문다. 격렬비열도 인근 해역은 여름철 바다 온도가 14~18도로 오징어가 서식하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갖췄다.

태안 앞바다에서 조업하는 배들은 울산과 부산·포항 등 주로 동해안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는 ‘채낚기 어선’이다. 여름철 서해안에서 오징어 어장이 형성되자 수백㎞ 먼 길을 마다치 않고 달려왔다. 충남에는 오징어잡이 배 10척밖에 없는 것도 이들이 서해까지 올라와 조업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서해 앞바다에서 오징어를 무한정으로 잡을 수는 없다. 어족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어획량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올해 잡을 수 있는 오징어는 8만5000t가량이다.

태안 앞바다에서 잡히는 오징어는 타우린 함량이 많아 심장병과 고혈압·당뇨병 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 해독과 시력 회복에도 좋고 성인병을 억제하는 EPA·DHA, 핵산, 셀레늄 성분도 많이 함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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