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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 들고 중국 간 박진, 미·중 갈등 속 ‘설득 외교’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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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진

박진

박진(사진) 외교부 장관이 한·중 외교장관 회담 참석차 8~10일 중국을 방문한다. 외교장관 회담은 9일 산둥성(山東省) 칭다오(靑島)에서 열린다. 박 장관은 8일 중국 출장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중의 주안점으로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그간의 한·중 관계를 돌아보고 평가하고자 한다”며 “한·중 관계의 미래 발전을 위해 양국이 공동으로 실천할 행동 계획도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중은 윤석열 정부 들어 이뤄진 첫 정부 고위급 인사의 중국 방문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방중 하루 전인 지난 7일 윤석열 정부는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간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예비회의 참석 방침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칩4는 미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반대한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지만 국익에서만 보면 참여가 불가피하다”며 “현재 칩4의 공식 명칭과 정체성, 방향성 등을 논의하는 단계인데 한국이 예비 논의에 나서는 것 자체가 사실상 칩4 참여를 전제로 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과 반도체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한국의 움직임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칩4를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시도’로 규정하며 “세계 경제가 깊이 융합되는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칩4가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거나 고립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란 점을 설명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중국은 우리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고 공급망 분야에서도 중요 상대국”이라며 “중국과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소통과 대화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 대해 중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3불(不)’에 대한 윤 정부의 입장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사드 3불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 측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다고 설명한 내용이다. 중국은 이를 한·중 합의 사항으로 보고 있으나, 윤 정부는 국가 간 합의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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