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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박순애 사퇴만으론 난국 돌파 어려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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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업무 복귀 윤 대통령 “국민 관점서 필요한 조치”

윤핵관, 논란 빚은 사적 채용 등 대대적 쇄신 절실

휴가에서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경질했다. 박 장관 경질은 환영할 만하지만 오히려 만시지탄이다. 음주운전 등 자질 논란을 낳으며 청문회 없이 임명된 박 장관은 학부모 등 이해 관계자가 많은 만 5세 입학 정책을 여론 수렴이나 정부 차원의 면밀한 검토 없이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하며 밀어붙였다. 윤 대통령은 “전 정권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했지만, 최근 혼선은 대통령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장관의 업무 능력이 떨어짐을 여실히 보여줬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거취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거취와 관련해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앞서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며 박 장관 경질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부족한 저를 불러내 호된 비판이나 따뜻한 응원과 격려로 이 자리까지 오게 해 주신 국민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초심을 지키며 받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 이반의 원인을 살피겠다는 입장은 긍정적이지만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상황은 국민에 대한 감사를 표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지금의 위기는 검찰·학교 동문·측근 기용 인사와 아마추어 국정 운영 등 정권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박 장관을 경질하는 정도에 그쳐선 상황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우선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부터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그동안 인사 업무에 관여해 온 장제원 의원과 수차례 실책을 노출한 권성동 원내대표 등에 대한 책임론이 터져나오지 않는가. 대통령이 윤핵관을 끼고 돈다는 의심이 풀리지 않는 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수습도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은 오늘(9일) 전국위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한다는 계획이지만, 혼란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에 윤 대통령의 측근들이 과도하게 기용된 것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이전 정부의 ‘내로남불’에 실망한 이들이 공정을 내세운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취임 후 모습은 다를 게 없었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부인 김건희 여사와 사적 인연이 있는 측근들이 대통령실이나 정부에 근무하거나 관저 공사 등에 참여해 논란을 빚고 있다. ‘건진 법사’ 이권 개입 의혹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 지시와 재발 방지책 등 대대적 쇄신이 뒤따르지 않는 땜질식 개편으론 분노한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 어렵다.

취임 후 100일이 돼 가지만 코로나19 방역의 구심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석이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의 파열음은 아직도 진정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과 비전이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 국정 난맥상에 대한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와 함께 과감하면서도 신속한 쇄신 조치가 뒤따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