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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뒤 물가 잡혀도 5%대…98년 이후 최고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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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웃돌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연간으로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8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 1월부터 7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4.9% 상승했다. 연초부터 해당 시점까지의 물가지수 평균을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한 ‘전년 누계비’ 통계 기준이다.

전년 누계비 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4%를 돌파한 후 계속 상승해 7월 5% 선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6월 기획재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7%로 전망했는데 이 예상은 이미 빗나갔다. 1~7월 누적 물가 상승률만 따져도 4.9%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7.5% 이후 가장 높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물가는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추석을 앞두고 농축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어서다. 국제유가와 국제곡물가격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전반적인 물가 흐름을 뒤집을 정도는 못 된다. 한 번 오른 물가가 쉽사리 내리지 않는 관성 때문이다. 물가 난이 극심했던 1998년에도 8~9% 선(월별 물가 상승률, 전년 대비)을 넘나드는 초고물가 현상이 5개월간 연이어 나타났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본격적인 물가 상승률의 하락은 원자재 가격의 하락뿐만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 전반의 가격 안정이 선행돼야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예고한 물가 정점도 아직 오지 않았다. 이들은 오는 9~10월에 물가가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극적으로 연말 물가 상승률이 1~2%대로 고꾸라지지 않는 연간 5%대 물가 상승률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문가 진단도 비슷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경제 전망 전문가 16명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1%(중간값 기준)로 예상했다. 석 달 전인 4월 조사 때(3.9%)와 견줘 전망치가 크게 뛰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와 곡물 가격 등 공급 측면의 물가는 진정세로 가고 있지만 수요 측 물가 압력은 여전히 강하다”며 “무엇보다 기대인플레이션(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이 잡히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쪽에 초점을 맞춰 대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도 물가 대응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추석이 빠르고 고물가 등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맞는 명절인 만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비상 상황인 만큼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추석 민생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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