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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정재와의 첫 작업 부담…욕먹으면 안된다는 생각 컸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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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영화 ‘헌트’에서 정우성(오른쪽)과 이정재는 농밀한 연기로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진은 영화 속 한 장면.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영화 ‘헌트’에서 정우성(오른쪽)과 이정재는 농밀한 연기로 몰입감을 선사한다. 사진은 영화 속 한 장면.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90년대 영화 ‘태양은 없다’에서 만나 친구가 된 두 배우가 스타라는 수식어에 머물지 않고 진심으로 영화를 해왔다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은 것 같아 안도하고 있습니다.”

충무로 절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10일 개봉)에 주연으로 출연한 정우성(사진)은 작품의 만듦새에 대해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기준점 이상은 보여준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헌트’는 이정재의 첫 연출작이란 점 외에도 이정재·정우성 두 배우가 ‘태양은 없다’(1999년) 이후 23년 만에 동반 출연했다는 의미가 있다. 둘은 이번 영화에서 서로 한 치의 밀림도 없는 연기 대결을 펼친다.

1980년대 초 군부독재 시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고 갈등 하다가, 대통령 암살이라는 거대한 사건에 맞닥뜨리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정우성은 스파이를 색출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해외팀 차장 박평호(이정재)의 뒤를 캐다가 감춰진 실체에 다가서는 국내팀 차장 김정도 역을 맡았다. 군인 출신으로 강직한 성품과 확고한 신념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정우성

정우성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성은 “박평호와 김정도가 각기 두 인물을 연기한 배우 이정재와 자신을 닮았다”고 말했다. “각자의 신념을 이루기 위해 모든 걸 쏟아붓는 모습과, 따로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더 빛을 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면서다.

“김정도와 박평호는 각자 처한 상황과 목표는 다르지만, 자신만의 신념을 향해 집요하게 내달린다는 점에선 비슷합니다. 우리 둘도 성향은 다르지만, 영화에 대해 진지하다는 건 똑같아요.”

정우성은 ‘감독 이정재’와의 첫 작업이 큰 부담이었다고 털어놨다. ‘23년 만에 둘이 조우한다는 사실에 도취해선 안된다’ ‘욕먹지 않을 만한 만듦새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촬영 내내 어깨를 짓눌렀다는 것이다.

“정재씨가 연출 의사를 밝혔을 때 저는 ‘보호자’를 연출 중이었어요. 스스로 지옥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적극 지지해줬죠. 이정재 감독의 데뷔작이 아니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현장을 즐겼을 텐데, 우리의 도전을 의미 있게 만들려면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현장을 지켰습니다.”

그는 또 “정재씨가 연출자로서 무거운 짐을 온전히 감당해내면서 꿋꿋이 버티는 걸 보며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정우성 역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에 이어 첫 장편 연출작 ‘보호자’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배우, 제작자에 이어 감독까지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성공은 한순간의 성취가 아니라, 목표한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가로 판가름난다”면서 “‘이 작품은 왜 해?’라는 얘기를 늘 들으면서도 겁 없이 도전했다”고 강조했다.

“‘청춘의 아이콘’ 이미지를 깨려고 ‘똥개’ 같은 영화에 도전했어요. ‘마담 뺑덕’ ‘호우시절’ 등 선택했다가 외면받은 영화도 많고요. 도전과 의미의 관점에서 영화를 선택하다 보니 아직 천만 관객 영화가 없네요. 하지만 모든 결과가 내 선택이기 때문에 성공 앞에 겸손하고, 실패도 극복할 수 있다고 봐요. 작품 덕에 얻은 수식어를 절대 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해보고 싶은 것에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현장은 정말 재미있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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