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연체빚 탕감 ‘새출발기금’ 30조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2.08.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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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금융위원회가 자영업자 등을 위한 125조원 이상 민생 안정대책을 8일 밝혔다. 손님이 없어 한산한 서울 명동의 식당가. [뉴시스]

금융위원회가 자영업자 등을 위한 125조원 이상 민생 안정대책을 8일 밝혔다. 손님이 없어 한산한 서울 명동의 식당가. [뉴시스]

하반기 금융당국이 고금리와 고물가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가계 등을 위해 ‘125조원+α’ 규모의 금융 민생안정 대책을 신속하게 추진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밝히고 치솟는 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추가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생안정 주요 대책은 ▶30조원 상당의 새출발기금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채무조정 ▶연 7% 이상의 비은행권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는 대환대출(8조5000억원) ▶사업자금 지원(41조2000억원) 등이다. 주택 관련 대출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안심전환대출(45조원)과 중소기업에 6조원 상당의 고정금리 정책대출 상품을 공급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치솟는 금리에 취약차주의 상환능력 악화에 따른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선제적 조치인 셈이다.

정부가 자영업자의 채무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하는 ‘새출발기금’은 기존 대출 금리를 낮춰주고, 최대 20년간 장기·분할 상환 대출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90일 이상 빚을 못 갚은 연체자의 원금 가운데 60~90%를 감면해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부러 빚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 김 위원장은 8일 오전 브리핑에서 “채무조정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불이익이 따른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하루 전 설명자료에서도 “(채무조정을 받은 차주는) 금융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등록으로 7년간 신용카드 이용 등 정상금융 거래를 할 수 없다”며 “상환 능력이 있어도 고의적인 연체를 할 유인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또 60~80% 수준의 원금 감면은 해당 차주가 보유한 재산을 넘어선 부채(빚)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빚내서 투자했다가 실패한 청년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한 대책(청년 특례 채무조정)도 논란이다. 청년 특례 채무조정은 다음 달 하순까지 신용회복위원회에 프로그램을 신설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기존 지원제도에선 신청할 수 없는 연체 발생 전 채무자라도 이자감면, 상환유예 등을 받을 수 있다. 대상에 선정되면 이자를 최대 30~50% 감면받는다. 대상자는 만 34세 이하인 신용 평점 하위 20% 이하(나이스신용평가 기준, 신용점수 744점 이하) 저신용 청년층이다.

이를 두고도 정부가 세금을 들여 빚투(빚내서 투자)로 손해를 본 청년층의 대출을 탕감해주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지난달 19일 “청년층 신속채무조정은 대출만기를 연장하고, 금리를 일부 낮춰 채권의 일체가 부실화하는 것을 막는 제도”라며 “원금탕감 조치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원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금융위는 중소기업을 위해 고정금리 정책대출상품도 마련했다. 이자 부담이 큰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 상품으로 최대 1%포인트 금리 우대혜택을 제공한다. 또 금리 인하기엔 고정금리에서 변동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6개월마다 금리 선택을 할 수 있다.

주택 구매로 이자 부담이 커진 대출자를 위한 안심전환대출도 나온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해주고 우대금리로 제공하는 대출 상품이다. 9월 시행 예정인 우대형은 주택가격 4억원 이하,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 이하 차주만 신청할 수 있다. 금리는 9월 보금자리론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에 결정될 예정이다. 내년 공급될 일반형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 금리는 0.1%포인트 인하 혜택을 제공한다.

정부는 안심전환대출이 모두 공급되면 은행권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5%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는 잔액 기준 77.7%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부실화되기 전에 선제 대응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도덕적 해이 우려 등의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지원 대상과 기준이 보다 면밀하게 짰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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