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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보드→전기자전거, 마이크로 모빌리티 판이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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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개인용 단거리 교통수단)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과 경찰·지자체의 단속으로 전동킥보드 열풍이 식는 사이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가 틈새시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유 전기자전거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자 킥보드 업체들도 전기자전거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공유 킥보드 서비스 ‘킥고잉’ 운영사 올룰로는 지난달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를 출시했다. 또 다른 킥보드 업체 ‘씽씽’(피유엠피)과 ‘더스윙’(스윙)도 하반기 중 전기자전거 관련 서비스를 출시한다. ‘지쿠터’ 운영사 지바이크는 아예 전기자전거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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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킥보드 업체 관계자는 “전기자전거는 킥보드에 비해 규제가 거의 없고, 기존 소프트웨어를 크게 수정할 필요도 없어 다른 신사업보다 추진 비용이 덜 든다”며 “지방 자치단체들도 킥보드보단 전기자전거에 호의적이고, 킥보드와 시너지를 낼 수도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진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이 전기자전거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자전거는 오토바이처럼 손잡이를 당기면 알아서 가는 ‘스로틀(throttle)’ 방식과 페달을 밟으면 전기 공급이 이뤄지는 파스(PAS·Pedal Assist System) 방식으로 나뉜다. 업체들이 택하는 PAS 방식은 자전거로 분류돼 원동기장치 면허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 안전모 착용 의무도 없다. PAS 방식 전기자전거는 도로교통법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단속과 견인에서도 아직 자유로운 편이다. 물론 전기자전거라고 해서 마냥 ‘규제 프리’(free)는 아니다. 전동킥보드처럼 관련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길거리 주차 민원이 늘면 규제 대상에 포함하자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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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보드 업계가 규제와 씨름하고 각축전을 벌이는 동안, 전기자전거 시장은 조용히 몸집을 키웠다. 지난해 12월 쏘카가 인수한 나인투원이 운영하는 ‘일레클’은 서울 여의도, 강남 등 중심지를 공략하고 있다. 연내 1만대 이상 운영대수를 늘리고 전국 각지로 확대할 예정이다. 카카오T 앱에서 전기자전거 서비스(바이크)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서비스 지역을 지난해 10곳에서 올해 18곳으로 늘렸다. 이 회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카오T바이크 일평균 운행 완료 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9% 증가했다.

이용 가격이 더 비싼 전기자전거가 공공자전거와의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지자체들은 적자 운영을 감수하며 공유자전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따릉이’의 운영적자는 2016년 25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을 넘었다. 안산시의 ‘페달로’와 고양시 ‘피프틴’은 적자 탓에 지난해 폐지됐다. 이처럼 “공공자전거는 굴릴수록 적자”라는 지적이 계속되자 지자체들도 민간 전기자전거의 효율성과 소비자 편의에 주목하고 있다. 안산시청 관계자는 “운영 적자와 시민 편의를 고려할 때 공공자전거를 폐지하고 민간 서비스 도입을 지원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실제 지자체들의 관심도 많다. 공공자전거 서비스가 없는 지역이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택시 호출이 어려운 단거리 구간 등 기존 교통체계로부터 소외된 지역 중심으로 지자체와 카카오모빌리티의 협업 논의가 활발하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전기자전거는 일반 자전거보다 힘이 덜 들어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전동 킥보드보다 이용 연령대가 높은 편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9월부터 전기자전거 시장 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산 스윙 대표는 “9월부터 올해 말까지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에 1만대를 공격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라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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