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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박순애 사퇴는 ‘윤석열 실패’ 연구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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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 박순애 교육부총리가 8일 자진사퇴했습니다.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으며 제 불찰입니다.’
박순애는 1분간 사퇴발표문을 읽은 뒤 질문을 받지 않고 퇴장했습니다.

2. 박순애 사태가 모두 ‘박순애 책임과 불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박순애 사태는 시종일관 윤석열 정부의 문제점을 드러낸 참사입니다. 임명과정부터 그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21일 한미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로부터 ‘내각에 남성만 많다. 대선중 남녀평등 이루겠다고 했는데 어떤 계획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7초간 침묵했습니다.

3. 그로부터 5일뒤 윤석열이 임명한 장관 2명이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박순애와 김승희 복지부장관 후보입니다. 두 사람 모두 문제가 많았습니다. 7월4일 김승희는 물러나면서 박순애는 임명됐습니다.
음주운전도 문제지만 박순애가 교육학과 무관하다는 점은 윤석열이 공언해온 인사원칙(전문성과 능력)과 맞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박순애 임명하는 날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며 옹호했습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마친 뒤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마친 뒤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4. 학제개편이 과연 박순애의 발상일까요?
교육전문가도 아닌 박순애가 임명장 받고 24일만인 7월29일 대통령에게 방대한 교육부 업무보고를 했습니다. 학제개편안이 포함됐습니다. 윤석열은 ‘신속히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박순애는 물론 윤석열도 학제개편의 심각성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5. 마지막으로 박순애의 사퇴는 과연 자의였을까요?
박순애는 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할 예정이었습니다. 지난 주말까지 답변준비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순애가 ‘윤석열정부 최초’결정을 혼자 내렸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통상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중에 따르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윤석열은 8일 아침 도어스테핑에서 ‘인적 쇄신’질문에 ‘필요한 조치 있으면 하고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곧이어 ‘박순애 경질론’이 나왔습니다.

6. 복기하자면 한마디로 뒤죽박죽입니다.
인사기준이나 검증, 정책을 만드는 과정, 마지막으로 장관경질까지 투명성과 일관성이 없습니다. 권위주의 정권의 밀실행정을 떠올리게 합니다.
박순애 사태는 윤석열 정부의 문제점이 응축된 실패사례입니다. 교훈을 얻기위한 케이스 스터디에 안성맞춤입니다. 아직 정권초기입니다.
〈칼럼니스트〉
2022.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