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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민뜻 받든다"발언 뒤 박순애 사퇴…인적쇄신 거론된 참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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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위기에 직면한 윤석열 대통령의 휴가 복귀 일성은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8일 출근길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문답)에서 “돌이켜 보니 부족한 저를 국민께서 불러내 이 자리까지 왔다”며 “제가 할 일은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윤 대통령은 하늘색 계열 넥타이를 맸다. 5월 10일 취임식 때도 비슷한 색의 넥타이를 했었다. 윤 대통령은 휴가 복귀 소감을 묻자 “저도 1년여 년 전에 정치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며 “지난 선거 과정, 또 인수위, 취임 이후의 과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이켜 보니 부족한 저를 국민께서 불러내서, 어떨 때는 호된 비판으로, 또 어떨 때는 따뜻한 응원과 격려로 이 자리까지 오게 해준 국민께 감사하는 마음을 먼저 다시 한번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조한 게 초심으로, 윤 대통령은 “결국 제가 국민께 해야 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는 그런 생각을 휴가 기간에 더욱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3분여간의도어스테핑 내내 차분한 어조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례회동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례회동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인적 쇄신에 대한 입장을 묻자 윤 대통령은 “모든 국정 동력이라는 게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 아니겠냐”며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바로 일이 시작되는데, 그런 문제들도 (집무실로) 올라가서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가 있으면 하겠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곧 인적 쇄신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의 이 발언 뒤 8시간 40분 후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학제 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제게 있고 제 불찰”이라며 자진해서 사퇴했다. 취임 34일만으로, 윤석열 정부 첫 장관직 사퇴다.

실제 여권에선 박 장관 사퇴를 인적 쇄신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과 소통해 온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통령실도 정책 중심에서 정무·공보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방향을 잡고 인선작업에 곧 돌입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초 대통령실 라인업을 정책 조정 중심으로 짜다 보니 전반적인 정무 기능이 저하됐다고 본 것이다.

교체 대상으론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이진복 정무, 최영범 홍보 등 몇몇 수석급 참모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들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취임 100일(8월 17일)을 전후해 교체 가능성이 있다. 시기는 후임 인선 작업과 맞물려 단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수석실의 경우 역할이 가중됐다는 판단에 기능을 나누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는 별개로 더불어민주당은 윤재순 총무비서관,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주진우 법률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강의구 부속실장 등 검찰 출신 ‘육상시’를 교체대상으로 공개 지목한 상태다. 여권 일각에선 인사에서 문제가 불거진만큼 이들 중 일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인사 쇄신과는 별개로 윤 대통령은 정책 쇄신에도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 주례회동에서 향후 국정쇄신 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한 윤 대통령은 “국민 뜻을 거스르는 정책은 없다”며 “중요한 정책과 개혁과제의 출발은 국민의 생각과 마음을 세심하게 살피는 과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은 전했다. ‘취학연령 하향’ 발표 뒤 후폭풍이 거센 것을 두고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출근길 문답 중 한 기자가 불쑥 “대통령님 화이팅”이라고 하자, 웃으며 “고맙다”고 한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정치라는 것이, 국정운영이란 것이 우리 언론과 함께하지 않고는 할 수 없으니, 다시 오랜만에 여러분을 뵀는데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참여 여부에 대해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관련 부처와 잘 살피고 논의해서 우리 국익을 잘 지켜내겠다”고 답했다. 이른바 ‘내부총질’ 문자와 관련한 질문엔 답하지 않고 집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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