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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뷰티업계 주름잡던 메이블린, '뒷방 늙은이'로 남을까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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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메이블린 뉴욕이 중국 내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메이블린은 중국 내 저가 뷰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10여 년간 지켰던 브랜드였던 만큼, 메이블린의 오프라인 매장 철수 소식은 수많은 ‘뷰티덕후’에 놀라움과 아쉬움을 남겼다.

레브론 이어 메이블린 뉴욕도…中, ‘해외 뷰티 브랜드의 무덤’ 되나

[사진 快科技]

[사진 快科技]

메이블린 뉴욕 측은 오프라인 단독 매장 철수를 알림과 동시에 중국 내 온라인 채널은 유지한 채, 뷰티 매장 '왓슨스'에 입점한 판매대만 두겠다고 설명했다. 메이블린의 중국 매장 철수는 올 상반기, ‘레브론(Revlon)’이 파산 신청을 한 데 이어 뷰티 업계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더 젊고 쿨하며 생동감 넘치는 브랜드’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달라진 요구와 맥을 함께한다. 해당 브랜드가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메이블린은 앞서 2018년부터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슬며시 발을 빼고 있었다. 뷰티 업계는 이 같은 메이블린의 행보를 가리켜,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던 메이블린이 몰락하고 있다는 비관론을 조심스레 내비치기도 했다.

증권시보 등 중국 현지 언론은 메이블린의 철수 소식에 “한때 거의 모든 중국 소녀들의 ‘뷰티 필수템’으로 여겨졌던 거인이 물러났다”며 일관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메이블린은 “모든 중국 여성이 적어도 하나의 메이블린 제품을 갖게 하자”는 슬로건을 외치며 중국 시장에 발을 뻗었다. 지금은 좌절된 이 꿈은 한때 이뤄지는 듯 보였으며, 메이블린 제품은 중국 소녀들에 ‘가성비 넘치는 뷰티템’으로 여겨졌다.

지금은 무너진 메이블린, 과거 중국 여성의 ‘샤넬’로 여겨지기도…

중국 뷰티 시장에서 메이블린의 포지셔닝은 ‘저렴한 오픈 디스플레이 브랜드’였다. 즉,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란 의미다. 그러나 1995년, 메이블린이 중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당시에만 해도 소비자들은 오늘날의 ‘샤넬’과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졌다. 그만큼  중국 여성의 ‘선망의 대상’이었단 뜻이다.

TV가 대중화되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에 장쯔이(章子怡)는 중국에서 톱스타로 부상하고 있었다. 영화 〈와호장룡〉으로 세계 영화 시장에도 얼굴을 알린 장쯔이는 메이블린과 2001년 글로벌 전속 모델로 계약했다.

2005년 메이블린 광고에 출연한 장쯔이(章子怡) [사진 myzaker]

2005년 메이블린 광고에 출연한 장쯔이(章子怡) [사진 myzaker]

중국 소비자에 생소하게 여겨졌던 외국 브랜드, 메이블린은 장쯔이의 네이밍 파워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성숙함, 최신 유행’ 등이 당시 중국에서 메이블린을 형용하는 수식어였다.

중국 대중에 화장이라는 게 익숙하지 않던 시절이었으나, 생소한 뷰티 브랜드 중, 장쯔이가 광고하는 메이블린은 단숨에 큰 인기를 끌었다. 대중을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비싸지 않은 가격도 메이블린의 인기를 더하는 데 한몫했다.

풍성한 눈썹과 완벽한 지속력을 강조하는 메이블린의 광고는 화장을 잘 하지 않던 중국 여성들에 ‘화장이란 진한 아이라이너와 촘촘하고 풍성한 속눈썹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중국 뷰티 업계의 대중화에 선구자 역할을 한 셈이다.

중국 시장에서 ‘화장 방법’을 대중화시킨 메이블린, ‘똑똑한’ 모델 활용도 인지도 향상에 한몫

1996년, 첫 오픈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메이블린은 중국에서 오픈디스플레이 모델을 처음으로 도입한 브랜드다. 또한, 중국에서 10억 위안(1931억7000만 원) 매출 달성에 성공한 첫 뷰티 브랜드이자, 변화무쌍한 뷰티 시장에서 1년 내내 1위 자리를 지킨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 같은 추세를 이어 2015년까지 메이블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2% 선을 유지, 전체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중국 소녀 대다수가 인생 첫 화장품으로 메이블린을 선택했는데, 이는 합리적 가격 덕분이다.

메이블린의 성장세는 10여년 간 지속되었다. 미국 리서치업체 WRI의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메이블린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5.71%에 달했다. 이는 앞서 말한 20%대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당시 메이블린 브랜드 소비자의 충성도는 75.31%로 매우 높았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인기 스타를 광고 모델로 적극 유치한 것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메이블린의 전속 모델 중 하나인 왕원친(王雯琴, 왕문금)은 중국 모델 중 패션잡지 엘르(ELLE) 표지 모델로 가장 많이 차용된 스타다. 또 보그 차이나 창간호 모델이기도 하며 보그 해외판 표지 모델을 한 최초의 중국인 모델이기도 하다.

왕원친(王雯琴) [사진 myzaker]

왕원친(王雯琴) [사진 myzaker]

앞서 언급한 장쯔이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을 고려하면 대륙에서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두 모델의 이미지가 달랐다는 점도 메이블린 화장품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장쯔이가 차분한 여성을 대표했다면, 왕원친은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다.

싱어송라이터인 덩쯔치(鄧紫棋)는 ‘걸크러쉬’ 면모를 보이며 중국인들에 큰 인기를 끌었다. 메이블린은 덩쯔치의 건강미 넘치는 이미지를 활용해 격한 움직임에도 지워지지 않는 파운데이션과 립스틱을 강조, 소비자의 시선을 끌었다.

덩쯔치의 메이블린 광고 중 일부 장면. [사진 myzaker]

덩쯔치의 메이블린 광고 중 일부 장면. [사진 myzaker]

메이블린은 다양한 이미지의 모델들을 통해 평범한 소녀들이 꿈꾸는 도시 여성상을 제시하며, 암암리에 “당신도 (메이블린을 사용하면) 이와 같은 여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준 것이다. “아름다움은 내면에서, 그리고 메이블린 뉴욕에서 나온다”는 광고 슬로건은 뷰티 업계에서 성공적인 카피라이트로 꼽히기도 했다.

중국인에 “어떤 화장품을 사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똑똑히 인식시켜준 메이블린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 2002년, 한국 아모레퍼시픽이 자사 브랜드 라네즈의 모델로 송혜교를 내세우며 중국 시장에 진출했으나 이미 시장에서 견고한 자리를 선점한 메이블린을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다만, 저가 화장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메이블린조차 중국 진출 20년 후의 추락을 예상치 못했다. 2015년, 메이블린은 브랜드가 중국 뷰티 시장에 진입한 지 20년이 지났음을 강조하며 2년마다 제품 혁신이 진행된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사진 QQIM]

[사진 QQIM]

또 오프라인 디스플레이의 장점을 소개하며 ‘세련되고 혁신적이며 접근하기 쉬운’ 메이블린의 브랜드 철학을 홍보했다. 전자상거래가 태동하기 시작하던 때였으나 메이블린은 오프라인 매장을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며 오픈디스플레이 모델을 고집했다.

이러한 판단은 3년 후 시장 판도를 뒤엎는 데 일조했다. 2018년, 톈마오 프로모션 행사 당시 중국의 신생 뷰티 브랜드 퍼펙트 다이어리는 메이블린을 훌쩍 뛰어넘으며 업계 1위를 차지했다.

2년에 한 번씩 업그레이드되는 메이블린에 비해 신생 브랜드의 제품 업그레이드 속도는 ‘월’ 단위로 훨씬 빨랐다. 또 콜라보레이션을 적절히 활용한 전략은 중국 젊은 세대의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카슬란(Carslan)과 같은 중국 브랜드뿐 아니라 메이블린,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해외 ‘저렴이 브랜드’도 점차 신생 브랜드에 밀려 점유율을 잃어갔다. 이니스프리는 매장 80%를 철수했고, 에뛰드하우스의 중국 수익은 크게 줄었으며, 카슬란의 중국 시장 내 점유율은 진즉 퍼펙트 다이어리 등에 밀려난 지 오래다. 이어 저렴이 브랜드의 ‘거인’으로 여겨졌던 메이블린마저 무대에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가 대중의 뷰티 제품 소비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메이블린의 강력한 워터프루프 제품도 마스크 앞에서는 소용없어진 것이다. 특히 럭셔리 제품과 비교하면 저렴한 뷰티 제품 사용자는 ‘소비’ 자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비자가 소비 욕구를 제한할 때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은 ‘저렴하지만 오래되고 셀링 포인트를 잃은 제품’이다. 메이블린의 추락은 바로 이 같은 현실을 방증하고 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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