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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서양 문화 접목한 150년 된 전통한옥…윤보선 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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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박나니의 한옥 이야기(1)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일고 있다. 회색빛 바다와도 같은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난 젊은 세대가 이런 주거 방식에 싫증을 느낀 나머지 훨씬 더 개방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지닌 우리의 전통 한옥에 시선을 돌리게 된 것이다. 전통적이라고는 하나 요즘 한옥은 한옥의 외관은 유지하되 내부는 현대적인 생활방식에 맞춰 변한 한옥이 많다. 한옥 이야기는 지난 2019년 발간된 책『한옥』에서 다루고 있는 한옥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윤보선 고택

격식을 갖춘 다이닝룸에 비치된 샹들리에와 벽난로 그리고 가구의 구조는 이 공간에 서구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하지만 식탁과 의자의 동양적인 곡선과 상감을 통해 한국 전통미를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이 다이닝룸은 서구적인 아름다움과 동양적인 미학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에 새겨진 격자무늬가 다른 일반 한옥에 비해 특히 더 수려한 것 역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격자무늬 문의 뒷면과 앞면 모두(뒷문에는 녹색 칠이 되어 있다)에 격자무늬 장식이 새겨진 것은 고급스러운 한옥에서나 목격할 수 있는 희귀한 특징이다. [사진 이종근]

격식을 갖춘 다이닝룸에 비치된 샹들리에와 벽난로 그리고 가구의 구조는 이 공간에 서구적인 느낌을 부여한다. 하지만 식탁과 의자의 동양적인 곡선과 상감을 통해 한국 전통미를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이 다이닝룸은 서구적인 아름다움과 동양적인 미학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에 새겨진 격자무늬가 다른 일반 한옥에 비해 특히 더 수려한 것 역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격자무늬 문의 뒷면과 앞면 모두(뒷문에는 녹색 칠이 되어 있다)에 격자무늬 장식이 새겨진 것은 고급스러운 한옥에서나 목격할 수 있는 희귀한 특징이다. [사진 이종근]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한옥을 고르라고 하면 의심할 여지 없이 윤보선 고택이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다섯 세대에 걸쳐 고풍스러운 안국동 일대를 지켜온 이 고택은 현존하는 북촌 인근 한옥들 가운데 유일하게 19세기에 지어진 전통 한옥이다. 흔히 ‘안국동 윤보선가’로 불리는 이 가옥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윤보선 전 대통령의 생가로서 아직까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식당의 벽난로 옆에는 한국 전통의 함, 수제 안락의자 그리고 도자기들이 비치되어 있다. 나무 바닥과 가구의 어두운 색상은 옅은 황색의 비단 벽지와 붉은색으로 옻칠이 된 간이 테이블들과 조화를 이룬다. [사진 이종근]

식당의 벽난로 옆에는 한국 전통의 함, 수제 안락의자 그리고 도자기들이 비치되어 있다. 나무 바닥과 가구의 어두운 색상은 옅은 황색의 비단 벽지와 붉은색으로 옻칠이 된 간이 테이블들과 조화를 이룬다. [사진 이종근]

대한민국 4대 대통령을 지낸 윤보선 전 대통령은 이 건축물의 가장 저명한 소유자이자 거주자였는데, 집 앞으로 나 있는 좁고 아름다운 길의 명칭 역시 그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후에도 1980년까지 정계에서 활동했으며, 이 고택은 그가 야당을 이끄는 시기에 정치인들 간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었다. 한때 두 채의 한옥 사이 안뜰이었던 곳에 위치한 윤보선 고택에는 현재 윤보선 전 대통령의 아들이 거주하고 있다.

어두운 느낌의 목재와 한국 골동품이 가득한 이 거실은 20세기 초 예술공예 방식의 소박함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방 안에는 채광을 조절하기 위한 나무 병풍들이 창 앞쪽으로 비치되어 있다. 한국 디자이너 민영백이 만든 팔걸이 의자들은 방 중앙에 놓인 고궤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마룻바닥에 깔린 대나무 장판은 여름철에만 사용되는 것으로, 겨울철에는 카펫으로 대체된다. [사진 이종근]

어두운 느낌의 목재와 한국 골동품이 가득한 이 거실은 20세기 초 예술공예 방식의 소박함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방 안에는 채광을 조절하기 위한 나무 병풍들이 창 앞쪽으로 비치되어 있다. 한국 디자이너 민영백이 만든 팔걸이 의자들은 방 중앙에 놓인 고궤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마룻바닥에 깔린 대나무 장판은 여름철에만 사용되는 것으로, 겨울철에는 카펫으로 대체된다. [사진 이종근]

1870년대에 지어진 윤보선 고택은 그의 자손들이 살고 있는 안채와 그 주위에 있는 여러 채의 별채로 이루어져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학부를 마치고 돌아온 후 서양 문화를 수용해 우리나라 문화와 융합하고자 했다. 시대를 앞서서 이질적인 두 문화를 융화하고자 한 시도는 윤보선 전 대통령이 외국 고위 인사들을 접객하기 위해 지은 다이닝룸에서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다이닝룸 중앙에 위치한 식탁은 한국의 전통 좌식 식탁인 자개상을 서양의 입식 문화에 맞춰 제작한 것이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서양식 식사 문화에 맞는 식기류뿐만 아니라 식탁마저도 집을 방문하는 외국 고위 인사들을 배려해 배치하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정원으로 둘러싸인 손님용 사랑채는 친목 도모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여름철에 이곳에서 손님들을 자주 만났다. 손님용 사랑채의 박공 지붕과 나무 처마는 다채로운 채광, 환기 그리고 은밀함을 내부 공간에 제공하는데, 이는 지면에 사뿐히 내려앉는 학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사랑채에 이르는 산책로는 다양한 각도에서 기와지붕의 70% 이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진 이종근]

정원으로 둘러싸인 손님용 사랑채는 친목 도모를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여름철에 이곳에서 손님들을 자주 만났다. 손님용 사랑채의 박공 지붕과 나무 처마는 다채로운 채광, 환기 그리고 은밀함을 내부 공간에 제공하는데, 이는 지면에 사뿐히 내려앉는 학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사랑채에 이르는 산책로는 다양한 각도에서 기와지붕의 70% 이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진 이종근]

윤보선 고택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담벼락 안에는 단지 내 여러 건물이 낮은 담장들에 의해 나뉘어 있는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윤보선 전 대통령의 자손들은 그중 안채에서 생활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옥은 현대적 생활방식에 맞추어 변해왔지만 내부 구조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윤보선 고택은 그 역사와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438호로 지정되었고, 외국 고위 인사들을 맞을 때나 중요한 행사들을 주최할 때 사용되고 있다.

이 매혹적인 방의 특징은 자개 옻칠이 된 고급 가구와 한지 장판이다. 자개로 장식된 한국의 동식물 상징들이 각기 다르게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사진 이종근]

이 매혹적인 방의 특징은 자개 옻칠이 된 고급 가구와 한지 장판이다. 자개로 장식된 한국의 동식물 상징들이 각기 다르게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사진 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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