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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쿠키처럼 바삭 떡처럼 쫄깃…밀 대신 쌀로 빵 구워요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 주식인 쌀은 밥·국수·떡·음료 등으로 삼시 세끼 식사를 책임지고 있어요. 쌀에는 콜레스테롤·혈당 조절, 항산화 기능, 발암 억제 효과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죠. 하지만 통계청 KOSIS(국가통계표털)에 따르면 연간 1인당 쌀 소비량은 2012년 69.8kg이었다가 10년 동안 계속 줄어들면서 2021년에는 56.9kg으로 떨어졌어요. 대체 음식 발전 및 가구 구조 변화, 가공 식품·외식 중심 식습관과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유행 등이 원인으로 풀이됐죠.

박시오(왼쪽)·나예현 학생기자가 쌀베이킹공방 미랑에서 쌀베이킹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쌀가루로 ‘겉바속촉’ 구움찰떡을 만들었다.

박시오(왼쪽)·나예현 학생기자가 쌀베이킹공방 미랑에서 쌀베이킹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쌀가루로 ‘겉바속촉’ 구움찰떡을 만들었다.

주요 농작물인 쌀 소비 촉진을 위해 오래전부터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춘 퓨전떡 등 다양한 방법이 나오는 가운데 쌀이 밀의 영역이었던 베이킹(케이크·빵·쿠키 등을 만드는 과정)까지 손을 뻗었습니다. 나예현·박시오 학생기자가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베이킹하는 ‘쌀베이킹’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에 있는 쌀베이킹공방 미랑을 찾았어요. 김선이 매니저가 “최근엔 쌀베이킹이 활성화되면서 쌀케이크 전문점, 쌀베이킹 공방·카페 등이 생겨났어요. 이를 통해 SNS 주 소비층인 2030대를 끌어모으고 있죠. 또한 베이킹 학원 등에서 쌀베이킹을 배워 쌀베이킹 전문가·지도자 민간자격 시험도 볼 수 있어요”라고 말했어요.

쌀베이킹이 생소한 예현 학생기자가 쌀가루보다 밀가루 제과·제빵이 대중화된 이유를 궁금해했어요. “밀가루는 적은 인력과 장비로 대량 생산·유통·보관·관리가 가능해 쌀가루보다 가성비가 좋죠. 쌀가루의 주재료인 쌀은 재배부터 수확까지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해 일반적으로 밀가루보다 비싸요. 또한 쌀가루엔 글루텐이 없어 베이킹하기 쉽지 않죠.”

습식찹쌀가루를 체에 걸러 큰 볼에 담고 있는 박시오(왼쪽)·나예현 학생기자. 구움찰떡에는 떡처럼 쫄깃한 식감을 위해 습식찹쌀가루를 사용한다.

습식찹쌀가루를 체에 걸러 큰 볼에 담고 있는 박시오(왼쪽)·나예현 학생기자. 구움찰떡에는 떡처럼 쫄깃한 식감을 위해 습식찹쌀가루를 사용한다.

밀가루를 반죽하면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라는 두 가지 단백질이 결합해 글루텐이 생성됩니다. 불용성(액체에 거의 녹지 않는) 단백질인 글루텐은 반죽의 점성과 탄력성을 높여주고 부피를 커지게 하죠. 다만 글루텐은 사람에 따라 소장에서 잘 분해되지 않고, 대장 점막에 붙을 경우 밖으로 배출되지 않아 부패하면서 ‘글루텐 불내증(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하는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요. 밀가루보다 쌀로 만든 음식이 소화가 더 잘된다는 말이 나온 이유이기도 하죠. 또한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있어 글루텐이 없는 ‘글루텐 프리’ 재료·음식도 나왔습니다. 밀가루와 달리 쌀가루에는 글루텐이 없죠. 베이킹에 필요한 경우 베이킹파우더 같은 팽창제로 크기를 부풀려 보완하거나 글루텐이 첨가된 쌀가루 제품을 사용해요.

제과·제빵을 위해 반죽할 때 쌀가루는 밀가루보다 물을 10% 정도 더 많이 넣어야 해요. 쌀가루는 밀가루보다 입자가 굵고 수분 흡수가 어렵기 때문이죠. 또 충분히 물을 머금기 위해 반죽하는 시간을 늘리면 좋아요. 쌀가루는 밀가루보다 온도에 민감하고, 쉽게 발효되는 편이라 낮은 온도서 반죽해야 하죠. 반죽하는 시간은 쌀가루가 더 길지만, 반죽을 발효하는 시간은 쌀가루가 더 짧습니다. 밀가루 반죽 발효 시간이 1시간 정도라면 쌀가루 반죽은 20~30분 정도죠. 쌀가루 반죽은 수분 흡수 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다시 수분을 배출해 오래 발효하면 반죽이 질어지기 때문이에요. 완성된 제품도 유통기한이 짧아 하루 이상 실온에 보관하지 말고 냉장·냉동 보관해야 하죠.

구움찰떡 재료. 습식쌀가루와 단호박·쑥·흑임자·오레오 가루 등 반죽에 넣을 네 가지 메인 가루와 베이킹파우더·설탕·계란·포도씨유·생크림·우유 등이 필요하다.

구움찰떡 재료. 습식쌀가루와 단호박·쑥·흑임자·오레오 가루 등 반죽에 넣을 네 가지 메인 가루와 베이킹파우더·설탕·계란·포도씨유·생크림·우유 등이 필요하다.

시오 학생기자가 “어떤 쌀가루로든 베이킹을 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가능하지만 쌀가루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은 물론, 쌀가루를 살 때 제품 설명서를 읽고 제과·제빵용으로 사용 가능한지 확인해야 해요.” 쌀가루는 쌀 종류에 따라 멥쌀가루·찹쌀가루가 있고, 제분 방법에 따라 일반적으로 쌀을 씻고 물에 불려 물기를 빼고 방앗간에서 빻아 떡을 만들 때 사용하는 습식쌀가루와 박력·중력·강력 등의 건식쌀가루로 나뉘어요. 습식쌀가루는 세척·침지·분쇄·건조 등의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유통기간이 짧고 가공비용이 비싸지만 손상 전분이 적죠. 건식쌀가루는 공정이 단순해 비용이 저렴하지만 손상 전분이 많아 일부 가공제품의 품질에 영향을 줘요.

박력쌀가루는 글루텐이 없고 100% 국내산 쌀을 곱게 간 것으로, 볼륨감 없는 부드러운 케이크나 제과류를 만들 때 사용해요. 마트에서 흔히 파는 멥쌀가루가 박력쌀가루이며, 건식쌀가루라고 부르기도 하죠. 중력·강력쌀가루는 박력쌀가루에 밀가루 속 글루텐을 뽑아 넣은 겁니다. 중력쌀가루는 글루텐 함량 13%, 강력쌀가루는 17% 정도죠. 중력쌀가루는 강력쌀가루보다 부드러운 제과·제빵류, 강력쌀가루는 밀가루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제빵류에 사용합니다.

쌀가루로 만든 구운 과자인 라이스 휘낭시에. 밀가루 베이킹과 비교해도 맛과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쌀가루로 만든 구운 과자인 라이스 휘낭시에. 밀가루 베이킹과 비교해도 맛과 모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엔 밀가루와 거의 흡사한 쌀가루 전용 쌀 품종인 ‘분질미(粉質米)’가 주목받았어요. 식량안보 중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지난 6월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동화 대책’을 발표했죠. 분질미를 보급해 제과·제빵 등 쌀 가공식품 산업을 활성화하고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춰 5년 내 밀가루 수요의 10%를 대체한다는 계획입니다. 분질미는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어 건식 제분이 가능하고 전분 손상도 적어 밀가루를 대체하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이렇게 쌀가루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단점을 보완해 밀가루의 자리를 넘보고 있죠.

쌀가루에 대해 알아본 예현·시오 학생기자가 습식찹쌀가루로 겉은 쿠키처럼 바삭하고 속은 떡처럼 쫀득한 머핀 형식의 구움찰떡(찰떡쿠키)을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구움찰떡을 만드는 데 습식쌀가루를 쓰는 이유가 있나요?” 예현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쌀베이킹을 할 때 떡처럼 쫄깃한 식감을 원하는 음식에 습식쌀가루를 사용하곤 해요. 구움찰떡은 습식찹쌀가루로 만든 반죽을 머핀틀에 담아 오븐에 굽는 방식으로 만들죠. 베이킹이 쉽고 맛과 식감 모두 좋아 우리 친구들의 취향을 저격할 거예요.”

재료는 레시피에 나온 재료 비율대로 정확히 계량해 반죽하고(위 사진), 숙성한 뒤 짜는 주머니에 넘치지 않을 만큼 잘 담아준다.

재료는 레시피에 나온 재료 비율대로 정확히 계량해 반죽하고(위 사진), 숙성한 뒤 짜는 주머니에 넘치지 않을 만큼 잘 담아준다.

김 매니저가 단호박·쑥·흑임자·오레오 가루 등 반죽에 넣을 네 가지 메인 가루와 베이킹파우더·설탕·계란·포도씨유·생크림·우유를 준비했어요. 맛과 색깔이 다른 여러 선택지를 보고 고민하던 예현 학생기자가 단호박과 흑임자, 시오 학생기자가 쑥과 오레오 가루를 골랐죠. 시오 학생기자가 반죽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뭔지 물어봤어요. “재료를 섞기 전에 하나씩 정확히 계량하는 게 중요해요. 레시피마다 필요한 재료와 재료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집에서 인터넷이나 책을 보고 쌀베이킹을 한다면, 그 레시피에 쓰인 계량을 잘 맞춰야 맛도 모양도 일정하게 만들 수 있어요.”

먼저 반죽을 하기 위해 습식찹쌀가루를 1~2번 체에 아주 곱게 걸러 큰 볼에 담고 계량한 베이킹파우더, 설탕, 메인 가루, 생크림, 우유, 계란, 포도씨유를 넣어 실리콘 주걱으로 잘 섞어줍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반죽하는 데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요. 베이커리에서 파는 빵 하나 만드는 데도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들어갈 거 같아요”라고 했어요. 열심히 가루입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반죽을 치댔으면 랩이나 비닐을 씌워 20~30분 정도 놔둬요. 반죽만 했는데도 맛있는 냄새가 퍼지자 소중 학생기자단은 완성된 구움찰떡이 얼마나 맛있을지 즐거운 상상을 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쑥(왼쪽)·단호박 구움찰떡 반죽을 미니 머핀틀에 채우기 위해 짜는 주머니에 담아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쑥(왼쪽)·단호박 구움찰떡 반죽을 미니 머핀틀에 채우기 위해 짜는 주머니에 담아냈다.

미니 머핀틀에 반죽을 채우는 걸 도와주는 김선이(가운데) 매니저. 반죽은 틀 크기에 맞춰 채워야 예쁜 모양으로 구워진다.

미니 머핀틀에 반죽을 채우는 걸 도와주는 김선이(가운데) 매니저. 반죽은 틀 크기에 맞춰 채워야 예쁜 모양으로 구워진다.

반죽이 숙성되는 동안 김 매니저가 필링(음식 속을 채울 소)과 데커레이션 재료를 준비했어요. 쑥 구움찰떡에는 통팥앙금 필링과 크럼블(밀가루·버터·설탕 등을 섞어 만든 반죽을 굵게 부순 것) 가루 데커레이션을, 흑임자에는 통팥앙금 필링과 검은깨 데커레이션, 단호박에는 호두, 오레오에는 누텔라 초콜릿 필링과 미니 오레오 데커레이션을 해요. “필링과 데커레이션 재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하면 돼요. 과하게 넣으면 모양도 맛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하세요.”

틀에 모양 내 담은 반죽을 오븐에 160~170도에서 20~30분 굽는다.

틀에 모양 내 담은 반죽을 오븐에 160~170도에서 20~30분 굽는다.

숙성된 반죽은 각각 짜는 주머니(짤주머니)에 넣고, 미니 머핀틀에 한 칸씩 절반 정도 채워요. 필링 재료를 넣은 뒤 나머지 반을 채우고 윗부분을 데커레이션 재료로 꾸밉니다. “틀 크기에 맞춰서 반죽을 채워야 해요. 반죽이 오븐에 구워질 때 부풀어 올라 넘칠 수 있기 때문이죠.” 학생기자들이 반죽을 예쁘게 채우기 위해 집중했어요. 흐트러진 부분은 손가락으로 모양을 잡아줬죠. 예열된 오븐에 160~170도에서 20~30분 구운 다음 꺼내 어느 정도 식으면 구움찰떡을 미니 머핀틀에서 분리합니다. 글루텐이 없는 쌀가루로 만든 빵은 겉이 갈라지고 부서질 수 있어 분리할 때 조심해야 해요.

습식찹쌀가루로 쌀베이킹을 해 만든 구움찰떡.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해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다.

습식찹쌀가루로 쌀베이킹을 해 만든 구움찰떡.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해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다.

예현·시오 학생기자가 직접 만든 구움찰떡을 시식하고 포장까지 했어요. “진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네요. 쌀가루로도 맛있는 과자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집에 가서 제가 만든 걸 부모님께 자랑하고 싶어요.” 밀가루가 아닌 쌀가루로도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소중 학생기자단. 소중 친구들도 쌀가루로 케이크·쿠키·빵·파이 등을 만들 수 있는 쌀베이킹 세계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빵을 즐겨 먹는 저는 밀가루로 만든 것만 먹어봤어요. 이번 취재를 통해 우리 주식인 쌀로 베이킹을 할 수 있어 신기했습니다. 쌀가루는 처음 만져봤는데, 생각보다 엄청 부드러워서 놀랐어요. 반죽을 담은 짜는 주머니로 미니 머핀틀에 예쁘게 모양을 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완성품을 보니 뿌듯했죠. 구움찰떡을 시식했을 때 얼굴에 미소가 번졌답니다. 제가 만든 걸 집에 가지고 갔는데, 가족 모두 맛있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앞으로도 쌀베이킹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고 부모님과 집에서도 쌀베이킹을 해보고 싶어요.

나예현(서울 행현초 5) 학생기자

이번 취재로 쌀베이킹을 해보게 된 건 행운이었어요. 제가 떡을 엄청 좋아하는데 떡과 빵의 식감이 합쳐진 구움찰떡을 만들 수 있었으니까요. 솔직히 쌀베이킹으로 한 음식의 맛이 어떨지 궁금했어요. 준비된 재료를 섞고, 포장을 준비하고, 반죽을 오븐에 구우면서 구움찰떡이 빨리 완성되길 바랐어요. 구움찰떡을 시식하자 그야말로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의 끝판왕이었어요. 제가 만든 걸 가족과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고, 우리 주식인 쌀에 대한 애정도 커졌습니다.

박시오(서울 대치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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