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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 1도 없다"는데…이준석 신당 창당설 나온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신당 창당설’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달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주류측이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자, 이에 반발한 이준석 대표가 탈당 후 신당을 만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야권 인사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다. 박 전 원장은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비대위가 구성되면 이 대표가 당 대표로 돌아올 수는 없을 것”이라며 “차기 전당대회에 대표로 다시 출마하거나, 총선 준비가 이뤄질 때 ‘어떤 일’을 도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떤 일’이 ‘신당 창당’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 대표의 창당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중앙일보에 “직접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법원에 비대위 전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설령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고 이 대표가 당에 복귀하더라도 당의 주도권을 잡기는 힘들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이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기 때문에 내전 상태가 이어질텐데, 이 대표가 의원들 사이에서 세력을 확보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자신의 지지층인 청년 당원을 기반으로 과거 새로운보수당 계열 인사들과 함께 신당을 만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보수당 출신 인사 가운데선 유승민 전 의원, 김웅 의원 등이 당의 비대위 전환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8일 국회에서 이준석계인 신인규 전 상근부대변인 주최로 청년 당원들이 참석하는 ‘국바세(국민의힘 바로세우기)’ 토론회가 열리는데, 이 자리에선 윤핵관측에 대한 성토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비대위가 끝나고 나면 공천권을 가진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열릴텐데, 이때 세력싸움에서 밀린 이준석 대표측에서 창당 시나리오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떠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전망이 많다. 신당 창당을 하려면 자금이 많이 필요한 데다 세력 확보가 관건인데, 국회의원들이 집권 초 여당을 두고 이 대표와 함께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를 옹호해왔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6일 자신이 포함된 신당 창당설에 대해 “거의 음해 수준의 이야기”라며 선을 그었다. 이 대표 측도 “창당 가능성은 1도 없다”(임승호 전 국민의힘 대변인)며 현재로선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달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 달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통합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표 주도의 신당 창당설과 맞물려 대선 직전에 제기됐던 윤 대통령 중심의 정계 개편론도 재조명받고 있다. 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창당이)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거고, 윤 대통령이 당 장악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을 때는 대선 과정에서 튀어나왔던 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물밑에서 움직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며 “민주당의 양식 있는 정치인들과의 협치”를 강조했다. 최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첫 대통령 직속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면서 김 위원장이 이끄는 정계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한 하락세여서 친윤 중심의 정계개편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게 국민의힘 내부의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일부를 흡수해 보수와 중도 연합의 대연합을 구성하는 그림은 윤 대통령이 정국주도권을 강력하게 행사하는 경우에만 가능한데, 지금처럼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선 어림도 없는 얘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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