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두벗고 큰절'로 위기 돌파했던 尹…휴가뒤 출근 주목받는다 [VIEW]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실망도 드렸고 아쉬움도 많았다. 부족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지지율 하락을 거듭하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 이런 ‘반성문’을 썼다. 이어 다음날 여의도 당사에서 “저부터 바꾸겠다”며 신발 벗고 큰 절을 하더니 나흘 뒤 선대위를 해산하고 백지 위의 재건을 선언했다. 참모들이 손꼽는 윤석열식 돌파의 대표적 사례다. 결국 0.73%포인트 차로 대선에서 승리한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석 달 만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그동안 국민의힘 내홍 사태를 비롯해 ‘취학연령 하향’ 등 정책 혼선,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 발언 논란, 장관 낙마, 관저 공사·건진법사 의혹 등 연일 악재가 쏟아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선대위 신년인사회에서 구두를 벗고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선대위 신년인사회에서 구두를 벗고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7월 4일 출근길)이라고 했지만, 최근 지지율 수치는 명백히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한국갤럽이 2~4일 1001명에게 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4%까지 하락했다. 인사(23%), 경험·자질 부족·무능함(10%)이 주요인으로 꼽혔는데, 이는 국정운영에 실망과 경고를 표출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정 쇄신을 위한 총체적 전열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을 맞은 셈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마치고 8일 복귀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브리핑에서 국정쇄신 방안을 묻자 “참모들은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국민의 뜻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통령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 뜻을 받들어 모두가 잘사는 반듯한 나라를 만든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목표다.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다른 핵심 참모는 “내일 출근길에 ‘일신(日新)하겠다’는 취지의 대국민 메시지를 낼 것”이라며 “이후 이번 한 주 부동산 공급 이슈와 8·15 사면을 통한 대통합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생 강화와 정책 쇄신으로 지지율 반등을 꾀하겠단 것이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출근길 도어 스테핑을 통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된 이후 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관건은 단순히 말 뿐이 아니라 어떤 구체적인 쇄신책을 내놓느냐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민심 흐름과 언론의 고언, 보수층까지 돌아선 여론조사를 총망라해 분석한 자료를 주말에 윤 대통령께 드렸다”며 “윤 대통령이 깊은 고심을 하는 것 같다. 전체적으로 국정 기조의 조정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여권 고위 인사는 “윤 대통령의 언사와 김 여사를 포함한 측근 관리, 참모의 무능이 문제”라며 “대통령의 메시지를 정제하고, 대통령 주변의 잡음을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약자와의 동행, 민생·경제 보듬기 행보를 계획하고 있다. 한 참모는 “국민의 부름을 받았던 초심대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가장 낮은 목소리를 직접 듣는 행보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 속 고통받는 소외 계층을 비롯해 생활고를 겪는 독립운동가 후손 등을 두루 찾을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제회의도 에어컨 나오는 곳에서 넥타이 맨 사람들하고 하기보다는 지방 현장을 돌며 작업복 입고 땀 흘리는 기업인과 노동자를 직접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대통령실 개편이 관심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인사 문제는 전적으로 인사권자의 결정 사항이다. 인사 대상자가 함부로 예단하거나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취임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만큼 대통령을 모셨던 부족함이 드러난 참모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분발 촉구하되 분발해서 일하라는 당부를 하실 거로 예상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여권 핵심부에선 김대기 비서실장 등 핵심 대통령실 참모들의 후임 인선 작업이 진행중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내각의 경우 최근 국민의힘에선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박순애 교육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윤 대통령에게 들어간 상태다.

또 국민의힘에선 ‘윤핵관’(윤석열측 핵심관계자)의 2선 후퇴가 필수적이란 얘기가 거세게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내분 사태가 벌어져 대통령 지지가 추락한 것엔 이준석 대표와 별도로 윤핵관측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윤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엎고 호가호위 인사들은 이제 당 운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제공

 이날 문재인 정부의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페이스북에 김 여사 논란 등을 거론하며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고 썼고, 박수현 전 국민소통수석도 “내일 진심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