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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에 두 번꼴로 싱크홀…‘땅속 지도’ 구축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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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싱크홀)는 1176건에 달한다. 지난 3일 인천시 중구 항동 중부경찰서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 [연합뉴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싱크홀)는 1176건에 달한다. 지난 3일 인천시 중구 항동 중부경찰서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 [연합뉴스]

지난 3일 강원도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인근에서 가로 12m, 세로 8m, 깊이 5m짜리 대형 싱크홀(땅 꺼짐)이 발생했다. 싱크홀은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이 가라앉는 지반침하 현상을 일컫는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싱크홀 주변 편의점 건물 절반가량이 땅속으로 주저앉으며 두 동강이 났다.

강원 지역에선 2018년부터 84건의 크고 작은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했다. 부피를 모두 합치면 3051㎥에 달한다. 올림픽 규격의 길이 50m짜리 수영장 1.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양양 싱크홀은 최근 5년간 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 중 가장 크다. 국토교통부는 4일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지난 3일 강원도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인근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뉴스1]

지난 3일 강원도 양양군 낙산해수욕장 인근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뉴스1]

싱크홀은 주로 물(지하수)에 잘 녹는 석회암 토양에서 발생한다. 강원의 경우 석회암층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 전체로 보면 3분의 2 이상이 화강암·편마암으로 이뤄져 싱크홀 발생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한국도 더는 싱크홀 안전지대가 아니란 분석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1월 발표한 ‘도심지 지반침하의 원인과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7~2021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는 1176건에 달했다. 사흘에 두 번 이상 발생한 건데 최근에는 서울과 부산·광주 등 여러 대도시에서 지반침하 현상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크홀의 구체적 원인으론 ① 땅이 충분히 다져지지 않거나 ② 지하수의 흐름이 바뀌어서 또는 ③ 상·하수관 손상으로 누수가 발생한 경우가 많다. ①의 경우는 주로 ‘매립지’를 조성한 신도시에서 확인된다.

지난 5월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싱크홀. [뉴시스]

지난 5월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싱크홀. [뉴시스]

지하수 흐름이 바뀌어 생기는 땅 꺼짐은 주로 전철과 도로·상가·주차장 등 대규모 시설물을 지하에 지을 때 나타나곤 한다. 특히 대도시일수록 지상 공간이 부족해 지하에 다수의 시설물을 건설하는데 지하수의 흐름이 바뀌게 되면, ‘지하 공동(空洞) 현상’이 생겨 싱크홀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밖에 도심지 지하에 설치된 상·하수관로에서 누수가 발생할 경우도 지반침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노후 관로의 누수는 장기간에 걸쳐 관로를 따라 여러 곳에서 발생하고 주택·상가·공장 등과 인접해 있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크다.

지자체들은 싱크홀 예방사업에 나서고 있다. 과거 송파구 제2롯데월드 인근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한 뒤 서울시는 2015년 국내 최초로 ‘지하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 탐사 전담팀’을 구성해 전수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2015년부터 올 1월까지 총 5192개의 지하 공동을 발견해 복구했다.

전문가들은 싱크홀을 보다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선 ‘지하 공간 기초자료’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5년 시작한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하정보활용지원센터에 따르면 지하공간 통합지도 구축사업은 지하에 매설된 가스관·상하수도관·통신선 등 15가지 정보를 3차원 입체지도로 구현하는 사업이다. 2015년부터 5년간 290억원을 투입했으나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지하수에 대한 기초자료 확보 역시 지반침하 예방에 필수적이다. 정부는 1990년 지하수 기초조사를 시작한 뒤 30년 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아직 전국 조사를 완료하지 못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도심에서 일어나는 지반침하는 무분별한 지하공간 개발로 인한 ‘인재’가 대부분”이라며 “연약지반·지하수 깊이, 토양 성질에 관한 정보 등을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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