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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배] 104구 투혼 발휘해 전주고 8강 이끈 박권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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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고 투수 박권후. 김효경 기자

전주고 투수 박권후. 김효경 기자

역전, 재역전, 그리고 다시 역전. 전주고가 공주고를 꺾고 대통령배 8강에 올랐다. 에이스 박권후(18)의 역투가 빛났다.

전주고는 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공주고와의 16강전에서 9-8로 이겼다. 1982년 16회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올랐던 전주고는 40년 만의 4강 진출에 도전한다. 8강 상대는 장충고다.

전주고는 2회 말 1사 2루에서 8번 타자 이지원이 3루타를 쳐 선제점을 올렸다. 이어 최인호의 2루 땅볼 때 이지원이 홈을 밟았다. 전주고는 이어진 공격에서 홍승원, 박준환의 안타와 이재현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4-0을 만들었다.

끌려가던 공주고는 4회 초 반격했다. 박재홍, 임진혁의 연속 볼넷 이후 전원진, 김주현, 이주형이 연속 안타를 몰아쳐 3-4를 만들었다. 그러나 전주고가 다시 격차를 벌렸다. 이지원이 볼넷과 희생번트, 도루로 3루까지 진루했고, 홍승원이 안타로 불러들였다.

공주고는 선발 곽도규를 내리고, 양수호를 올렸다. 하지만 기세를 탄 전주고는 상대 실책과 이재환, 이한림의 안타를 묶어 7-3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공주고가 7회 초 저력을 발휘했다. 정제헌, 손현기가 차례로 던졌으나 실책과 사사구가 쏟아졌다. 전주고는 1루수로 옮겼던 선발투수 박권후까지 올라왔지만 끝내 공주고가 8-7로 역전했다.

전주고는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8회 말 1사 2루에서 2번 타자 박준환이 2루 쪽으로 크게 튀는 타구를 보냈다. 박준환은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해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2루수가 1루로 공을 던지는 사이 2루주자 최인호가 3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왔다. 박준환은 2루 도루를 했고, 박창수가 우전안타를 쳐 최인호를 불러들였다.

전주고 투수 박권후는 이날 선발투수로 나와 4회까지 3실점했다. 이날 최고 시속은 144㎞. 하지만 벤치가 아닌 1루로 향했다. 위기 상황에서 다시 등판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쉬었다가 7회 2사부터 다시 던진 박권후는 제구가 흔들렸다. 하지만 투혼을 발휘해 9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고교야구 한계투구수(105개)에 딱 하나 모자란 104개를 던지면서 5와 3분의 2이닝 3피안타 3실점. 승리투수도 박권후였다.

박권후는 "다 좋았는데, 밸런스가 조금 흔들렸다. 1루수로 간 뒤 다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쉽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막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했다.

박권후는 지난해까진 '이도류'였다. 마운드에 서면서 타격도 곧잘 했다. 2학년때까지 통산 타율은 0.273. 그러나 올해는 투수에 집중하느라 2번 밖에 타석에 서지 않았다.

박권후는 "야수로도 뛰면 체력 소모도 크고, 부상 위험도 있어 투수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8강전에선 (휴식 규정 때문에)던질 수 없다. 다른 투수들이 잘 던져줄 것이다. 감독님이 정해주시겠지만 타자로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권후는 다양한 구종이 강점이다. 왼손 타자 상대로는 포크볼을 주로 쓰고, 오른손 타자에게는 슬라이더를 주로 던진다. 뿐만 아니라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구사한다.

박권후가 야구를 시작한 건 승부욕 때문이다. 그는 "(동네야구를 하는데)아이들이 '너 야구 못한다'는 말에 (실력을 키워)복수를 하려고 야구부에 들어갔다"고 웃었다. 하지만 이제는 프로 구단의 관심을 받는 유망주로 성장했다. 박권후는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 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주창훈 전주고 감독은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많이 긴장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고맙다"고 했다. 이어 "권후가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갖고 잘 버텼다. 휴식일 규정 때문에 다음 경기 등판은 어렵지만, 다른 선수들이 잘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 147㎞까지 던질 수 있는 2학년 좌완 손현기가 다음 경기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이어 열린 경기에선 안산공고가 세광고를 9-4로 물리쳤다. 안산공고는 경남고-덕수고전 승자와 8강에서 대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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