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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마시면 잠이 솔~솔? 술꾼의 '꿀잠 핑계' 근거 없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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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수면의 질 업그레이드하기

잠은 몸과 마음을 회복·재충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다. 몸에서 유일한 리셋(reset) 장치인 셈이다. 그만큼 수면은 건강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수면의 질이 좋아야 건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대로 수면 패턴이 흐트러지면 만성피로로 이어져 질병에 잘 걸리는 환경이 된다. 실제 독일 튀빙겐대의 연구에 따르면 잠을 충분히 자지 않은 그룹과 충분히 잔 그룹의 T세포를 비교한 결과, 충분한 잠을 잔 그룹의 T세포 인테그린 활성화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테그린은 T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달라붙어 면역 작용을 하는 단백질이다. 즉 수면이 체내 면역 기능과 직결된다는 연구결과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꿀잠’을 위한 솔루션이 필요하다.

잠든 후 첫 90분 숙면 상태 확보 중요

우선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수면의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수면은 일반적으로 5단계를 거친다. 1단계는 얕은 수면이다. 깜빡 조는 정도의 수면 상태다. 2단계는 그다음 얕은 단계로, 깊은 수면으로 진입하기 위한 중간 단계,
3단계는 뇌파가 느려지면서 깊은 잠에 빠지는 ‘서파(slow wave) 수면’이 시작되는 단계, 그리고 4단계가 가장 깊은 수면 단계다. 그리고 그다음 뇌가 활성화하고 잠꼬대를 하는 렘(REM)수면 단계가 이어진다. 수면의 깊이로는 가장 얕은 단계다. 여기까지가 수면의 한 사이클이다. 보통 한 사이클에 90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잠을 자는 동안 이 사이클은 반복된다.
 
근데 중요한 것은 90분간의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수면 깊이가 얕아진다는 점이다. 실제 그래프상으로 각 단계의 수면 깊이가 계단식으로 조금씩 얕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즉 사람은 잠든 후 첫 수면 사이클에 가장 깊은 잠을 자는 것이다. 수면 전문가들이 잠든 첫 90분을 숙면 상태로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강북삼성병원 신경과 선우준상 교수는 “비(非)렘수면과 렘수면의 합으로 이뤄진 수면 한 사이클이 수면 과정에서 반복되는데, 수면 전반기에는 깊은 수면이 이뤄지는 비렘수면의 양이 많고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렘수면의 양이 많아진다”며 “뇌의 노폐물 배출, 회복 등 신체가 잠으로 해소하려는 부분이 첫 사이클에 가장 많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수면생체리듬연구소에 따르면 실제로 첫 수면 사이클의 비렘수면 때 숙면이 이뤄지지 못하게 한 결과 그 다음 수면 사이클과 단계에서 뇌파가 불안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상태 땐 소리에 민감, 최대한 차단

잠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환경이 중요하다. 이를 ‘수면 위생’이라고 한다. 잠들고 난 뒤 최소 90분간은 숙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면을 방해하는 요소를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다. 첫째는 빛이다. 잠들기 전과 수면 중에 모두 중요하다. 가장 방해가 되는 빛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파장 380~500nm 사이의 파란색 광원)는 각성 효과가 있어 잠에 드는 것을 방해한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잠을 청하는 습관은 숙면 최대의 적이다. 잠들기 전에 사용하지 않도록 책상 위나 거실 등 별도의 공간에 두는 것이 좋다. 같은 의미에서 실내조명도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부터는 평소보다 어둡게 하는 게 좋다. TV를 켜놓고 자는 것도 안 좋은 습관이다. 선우 교수는 “LED나 형광등 같은 실내조명에도 블루라이트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며 “이런 실내조명을 줄이는 것도 수면에 필요한 멜라토닌 분비와 일주기 리듬, 수면 사이클을 공고히 하는 데 도움된다”고 말했다. 또 수면 중에는 빛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도록 암막 커튼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둘째는 소리다. 수면의 질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연속성이다. 수면 중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극이 소리다. 잠에 들거나 깊은 잠을 유지하는 데 최대 방해 요소다. 특히 요즘엔 야간 층간소음으로 숙면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귀마개를 사용해 최대한 소음을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셋째는 카페인과 알코올이다. 카페인은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알코올은 양질의 수면을 방해한다. 술을 마시면 잘 자는 것 같지만 숙면 차원에서는 착시다. 잠들기 쉽게 돕지만 오히려 각성 물질의 분비량을 늘려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게 한다.
 
각성 요소는 줄이되 진정 요소는 더한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족욕을 하는 것은 숙면에 도움된다. 스트레칭이나 가벼운 운동은 근육을 이완하고 피로와 긴장감을 해소해 숙면에 좋다. 단, 격렬하거나 너무 늦은 시간대의 운동은 뇌의 각성도를 올릴 수 있어 운동은 최소 취침 3시간 전에 마치는 게 좋다. 숙면에 도움된다고 알려진 멜라토닌 보조제는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 두통·소화불량·불안 등 부작용이 있는 데다 효과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선우 교수는 “멜라토닌은 속효성이라 체내에 들어오면 30분 만에 다 분해된다”며 “수면 유도 효과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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