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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수입 농산물 관세 감면? 이미 관세 0%대 'FTA의 역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가 추석 민생안정대책으로 수입 농산물에 할당관세를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수입 가격을 낮추기 위해 한시적으로 관세를 깎아주는 농산물 품목 수를 늘리는 방안이다. 일각에선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농산물 개방이 상당 수준 이뤄진 상황이라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물가 낮춰라” 금주 민생대책 발표

7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이번 주 발표하는 추석 민생안정대책에 농산물 할당관세 확대 적용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할당관세는 수입품에 따라붙는 관세를 일정 기간, 정해진 물량에 한해 감면해주는 제도다. 명절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농산물에 추가로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부가 할당관세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건 농산물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무더위와 잦은 비에 작황까지 안 좋은 상황에서 추석 성수품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8.5% 올랐다. 특히 오이(73%), 배추(72.7%) 등 같은 기간 채소류 가격 상승률이 25.9%에 달했다.

한·미FTA에 농업 관세철폐율 98%

문제는 할당관세의 정책 효과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농업 부문 관세철폐율은 점차 커져 올해는 97.9%(HS코드 수 기준)에 달한다. 농업 관련 품목 대부분이 무관세(관세 0%)나 아주 낮은 관세율로 수입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수입 때 관세가 없거나 관세율이 낮은 상황에서 할당관세를 적용해봐야 수입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는 지난달 밥상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할당관세 품목을 확대했지만, 효과가 크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0일부터 소‧닭‧돼지고기와 커피원두 등에 0% 할당관세율이 적용돼 무관세 수입이 이뤄지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할당관세율 적용 시작일인 지난달 20일 미국산 소갈비의 100g당 소비자가격은 4226원이었는데 지난 6일 4260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수입 돼지고기 삼겹살은 100g당 1458원에서 1464원으로 소폭 올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커피원두의 평균 수입가격은 kg당 2만7095원으로, 6월(2만6109원)보다 3.78% 올랐다. 생두는 7221원으로, 1달 전(7249원)보다 0.39% 떨어지는 데 그쳤다. 지난해 7월만 해도 생두는 kg당 4083원에 수입됐다.

이미 낮은 관세율 ‘FTA의 역설’ 

주 원두 수입국인 미국‧콜롬비아‧베트남‧유럽 등과는 이미 FTA 체결로 수입 관세율이 0%였던 만큼 할당관세의 혜택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는 수입 비중이 가장 큰 미국‧스페인 등과의 FTA로 0% 관세 수입이 이전부터 이뤄지는 상황이었다. 할당관세 적용이 수입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소고기 주 수입국인 미국, 호주는 적용 관세율이 각각 10.6%, 16%로 높지 않았다. 모두 FTA 체결국이어서다.

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FTA로 인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고물가 상황에서 추가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할당관세가 가격을 극적으로 끌어내리는 효과는 없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았을 경우 오름세가 가팔랐을 수 있다”며 “지난달 할당관세 시행 이후 아직 소비자물가까지 모두 반영되기엔 충분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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