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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원전 화재, 유럽 '핵 재앙' 위기 처했다…"후쿠시마 능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서 화재가 발생한 데 대해, "심각한 핵 재난 위험이 우려된다"고 6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원전은 총 6기의 원자로를 보유한 유럽 최대 규모의 원전으로, 지난 3월 초 러시아군에 점령됐다.

러시아 군인이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군인이 지난 4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인근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IAEA "원전 포격, 핵 재난 일으키는 불장난" 

가디언·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6일 성명을 통해 "자포리자 원전을 위태롭게 하는 모든 군사 행동은 핵 재난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불장난"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자제하라"고 강력하게 호소했다.

앞서 지난 5일 자포리자 원전 근처에서 최소 3차례 포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필수 전력선 2개가 끊기고 원자로 1기가 가동 중단됐다. 원전 시설 일부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IAEA에 원자로 손상은 없고 방사능은 유출되지 않았다고 보고했지만,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 대표단을 자포리자 원전에 파견해 원전 안전성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우크라 서로 책임 공방…"후쿠시마 사고 능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전력선 손상 등 피해가 발생한 자포리자 원전 포격을 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국가국방관리센터 지휘관 미하일 미진체프 중장은 "우크라이나군이 의도적으로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포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포리자 원전 포격으로) 체르노빌 원전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규모를 넘어서는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방사능 오염은 우크라이나 전역은 물론 러시아 인접 국가인 벨라루스·몰도바·불가리아·루마니아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에네르고아톰은 "러시아군은 원전 기반 시설을 파괴해 우크라이나 내 전력 공급의 일부를 차단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자체 조사 결과,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1, 2호기 기계실에 무기와 폭발물 등 군사 장비를 배치했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공격은 테러 행위"라면서 서방에 러시아 국영 원자력 회사 로사톰에 대한 제재를 촉구했다.

WSJ "러시아군, 원전 방패삼아"

한 민간인 남성이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州) 니코폴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집의 잔해를 치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민간인 남성이 지난달 20일 우크라이나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州) 니코폴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집의 잔해를 치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러시아군은 자포리자 원전에 병력 500여 명을 배치하고, 드니프로강 건너에 있는 우크라이나군 통제 지역인 니코폴을 공격하기 위한 군사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달 초부터 자포리자 원전에서 포병 공격을 시작했다. 6일에도 자포리자 원전에서 니코폴에 다연장 로켓포를 발사해 주거지 40여곳 이상이 파괴되고 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군은 방사능 유출을 우려해 반격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군이 원전을 방패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드론 등으로 원전을 공격하는 우크라이나군에 맞서 이곳을 방어하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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