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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철도주? K-방산주? 이제 둘 다! 현대로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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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K2 전차. 현대로템

K2 전차. 현대로템

K-방산이 폴란드에서 ‘잭팟’을 터뜨렸습니다. 폴란드 정부가 한국산 전투기와 탱크, 자주포를 도입하는 기본 계약(기본 계약은 본 계약 전 단계로 사실상 수주 계약)을 한국과 체결했습니다. ‘잭팟’이라고 표현한 건 계약 규모가 무려 148억달러(약 19조4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이게 얼마나 큰 거냐고요? 최근 4년치 우리나라 방산 수출액을 모두 합한 것(161억달러)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폴란드 신화'를 일군 K-방산 주역들을 살펴봅시다. 먼저 한국항공우주는 FA-50 경공격기 개량형 48대를 제작해 수출하게 됩니다.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 648대를 제작해 납품하고요.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현대로템이 K2 전차를 생산하게 됩니다.

폴란드 국방부는 현대로템의 K2 전차를 무려 980대나 도입하려고 하는데요. 금액으로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현대로템이 한국 방위사업청과 K2 전차 3차 양산사업을 진행한 2020년 당시 전차 1대당 가격이 98억7000만원 정도였으니까, 단순 계산해봐도 무려 10조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 부문(방산 부문)의 한 해 매출액이 9000억원 조금 안 되는 수준이니, 이번 계약으로 10년치 수주 물량을 확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대로템에 특히 이번 계약이 의미가 있는 게, 그동안 디펜스솔루션 부문 대부분을 내수 물량에 의존하고 있었어요. 지난 3년간 현대로템의 방산물자 수출금액은 3억원(3억달러 아니고…) 수준에 불과했죠. 과거 K2 전차 완제품을 수출한 적도 한 번도 없었고, 2008년 터키에 4억달러 규모로 K2 전차 ‘기술’을 수출한 경험만 있었습니다.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제조 등 레일 솔루션 사업과 국내 방산 물자 제조가 주력이었는데, 해외 방산 수출이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매우 기대가 됩니다.

다목적 무인 차량. 현대로템

다목적 무인 차량. 현대로템

그런데, 폴란드는 왜 K-방산을 택했을까?

여기서 하나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폴란드는 왜 K-방산을 선택했을까요? 폴란드는 당초 미국 항공기와 독일 전차를 우선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요. 그래서 한국은 폴란드가 미국·독일을 상대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들러리’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폴란드 정부는 도입 시기와 가격, 사후 관리, 기술이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K-방산이 우위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폴란드가 최대한 빨리 방산 물자를 확보하려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이 있습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처럼 러시아와 오래된 앙숙 관계이기 때문에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폴란드 대통령이 직접 푸틴을 '히틀러'에 비유하기도 했죠. (히틀러가 이끄는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폴란드인들은 히틀러에게 대량 학살을 당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푸틴이 싫다는 것!)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과 동시에 탄약을 원조했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느라 자국의 전력 공백까지 걱정할 정도가 됐죠. 그 공백을 가장 빨리 메워줄 국가로 한국을 택한 겁니다.

여담으로 현대로템이 만드는 K2전차는 러시아가 만든 1990년대 최신형 전차 T-80U를 참고해서 만들었다네요. 그 전차가 이제 러시아의 앙숙 국가로 넘어간다니 역사는 참 아이러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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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성장세' K-방산 ‘빅5’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다시 K-방산 이야기로 돌아가서, 산업 자체의 성장성은 어떨까요? 방위산업이라는 게 정부가 수요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내수의 경우 정부의 국방예산과 군 운용의 중장기 계획에 따라 시장의 규모가 결정됩니다. 하지만 정부 수요에 의존하는 만큼 급격한 성장세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죠. 그런데 수요를 한국 정부뿐 아니라 해외 다른 나라들로 확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해외시장에서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어요. 한국은 세계 6위의 군사력을 보유했지만, 방산 수출은 글로벌 9위 수준에 머물러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올해 들어 ‘빅5’(미국·러시아·프랑스·독일·중국)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빅5’ 수준이 되려면 방산 수출액이 100억달러 수준이 돼야 하는데 이 목표치 달성은 무난해 보입니다.

현대로템 입장에서도 향후 K-방산의 바람을 타고 더 많은 국가로 K2 전차를 수출할 수 있습니다. 현대로템은 이번 폴란드 계약 성사로 중동과 아시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유럽시장 진출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노르웨이·오만·UAE 등에서 수출 성과를 기대해봅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방산업체로의 변신은 지금부터!

그런데 너무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거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여러 난관을 극복해야 합니다.

먼저 현대로템이 1000대 가까운 K2 전차를 제공할 수 있도록 생산 체계부터 바꿔야 합니다. 국내 K2전차 3차 양산이 계획돼 있는 54대의 공급 기간이 3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연간 생산량을 대략 20대 내외로 추정할 수 있는데요.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면 연간 50여대 수준까지는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군이 보유한 K2전차 수량도 260대 수준이고요. 폴란드가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엔진, 변속기 등 주요 부품의 생산과 조달 능력 등 생산을 위한 밸류체인 전반의 증설이나 생산라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입니다.

폴란드가 계약은 했지만 이 납품 대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2020년 기준 폴란드의 국방 예산은 128억달러(약 16조8000억원) 수준입니다. 폴란드는 지난 2월 GDP의 2.2% 수준인 국방예산을 3%까지 끌어올리는 법 개정을 해 추가 예산 확보는 했지만, 국제사회의 금융지원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방산업계에선 폴란드가 NATO 자금 등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이 꽤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향후 연말까지 이어질 본계약과 이행계약을 통해 물량과 납기, 대금조건 등을 면밀히 따져 봐야겠습니다. 그래야 현대로템이 실제로 얼마나 돈을 더 벌어들일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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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인 철도차량 사업도 무난!

근데 지금까지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게 있습니다. 현대로템은 원래 철도 차량을 만드는 회사란 사실! 사실 이번 폴란드 수주로 현대로템의 주력 사업이 방산으로 바뀔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주력은 ‘레일 솔루션 사업’입니다. KTX·지하철·경전철 같은 각종 철도차량도 만들고, 철도를 운영하는 시스템까지 한 번에 해준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매출액이 2조8725억원이었는데요. 이 중 레일솔루션 부문은 매출액의 5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디펜스솔루션 부문이 31%, 에코플랜트 부문이 10% 수준입니다.

그래서 현대로템의 주가에 철도사업의 영향이 크죠. 실제로 2018년과 2019년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현대로템은 ‘남북경협 기대주’로 꼽히면서 주가가 4만5000원을 넘어선 적도 있었습니다. 남북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북한에 철도 등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에서였습니다. 물론 실제로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아 다시 내려앉았지만 말이죠.

레일솔루션 부문에도 호재가 있습니다. 우선 국내에서 새로운 철도 차량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를 도입하는데, 많은 고속열차가 필요하겠죠? 이미 현대로템은 GTX-A 노선을 달릴 전동차를 수주했습니다. 수주 규모로 따지면 총 5000억원 정도의 규모입니다. GTX는 A노선 이외에도 B·C·D·E·F 노선까지 만들겠다고 하니 국내 수요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SRT에 도입된 KTX1 모델이 교체될 때가 돼서 KTX이음 등 새롭게 개발된 고속열차 수요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소연료전지와 전기배터리 조합의 혼합 하이브리드 수소전기트램. 사진 현대로템

수소연료전지와 전기배터리 조합의 혼합 하이브리드 수소전기트램. 사진 현대로템

레일솔루션 부문은 내수도 내수지만 수출 비중이 더 큰 상태입니다. 국내 철도 인프라가 상당히 구축돼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철도 차량이 필요한 아시아, 유럽시장 등 해외 시장에 더 기회가 많은 거죠.

최근에도 8600억원 규모의 이집트 카이로 메트로 2·3호선 전동차 공급자로 낙찰됐습니다. 계약 금액은 1년 매출액의 30%에 해당하는 아주 큰 규모죠. 하반기에는 호주 고속철 사업 등에서 신규 프로젝트 수주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글로벌 고속철 시장은 중국·독일·프랑스·미국 등 쟁쟁한 경쟁국들이 많습니다. 현대로템은 글로벌 경쟁업체와 비교해 속도와 기술력 등도 밀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더 큰 시장으로의 진출을 위해 부단히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죠.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은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미래 수소 비즈니스에 필요한 수소 인프라 사업도 담당하고 있어요. 철도 분야에서도 수소전기 철도차량을 연구·개발하고 있습니다.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현대로템 전시장. 연합뉴스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현대로템 전시장. 연합뉴스

다 좋은데…주가가 너무 올랐네

결론적으로 현대로템, 지금 투자하면 괜찮을까요? 우선 실적추이부터 보시죠. 현대로템은 2019년까지는 적자 누적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정리하고 인력 조정을 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 2020년부터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그 이후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고요. 신규 수주도 꾸준히 상승세입니다.

수주·실적 모두 분위기가 좋은데 그만큼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게 부담입니다. 폴란드 수주 기대감은 벌써 5월 말부터 주가에 반영됐습니다. 당시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부 장관이 현대로템 창원공장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 달간 현대로템 주가는 벌써 40% 가량 올랐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 대비 주가 수준인 PER이 34배 정도였는데, 최근 주가가 더 올라 PER은 40배까지도 평가받는 상황.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 가운데 PER이 20배가 넘는 곳은 하나도 없다고 하니 주가가 많이 비싼 편이긴 합니다.

때문에 증권가에선 섣부른 추격 매수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폴란드 수주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돼 현대로템의 디펜스솔루션 부문이 한 단계 레벨업될 수 있을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게 중요할 것 같네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멀리 보자

※이 기사는 8월 5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공유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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