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징집 인원 15만명 뿐…대체복무제 이대로도 괜찮은가 [대체복무리포트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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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인가 공정인가 - 대체복무 심층리포트

〈목차〉
1화 "아빠는 교도소에서 산다"
2화 머나먼 길 - 대체복무자 심사에서 입소까지
3화 러시아 위협에 놓인 핀란드의 대체복무제는?
4화 핀란드 보수·진보가 바라보는 대체복무제
5화 대체복무제 이대로 좋은가

대체복무 도입 당시 징벌적이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현역과의 공정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최초 입소자들이 1년 9개월을 복무해 복무 기간(36개월)의 반환점을 돈 시점에 중앙일보는 각 분야 대체복무제 전문가 3인(박문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실장, 강태경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재석 대체역 심사위 비상임위원·전 고등군사법원장)에게 운영 실태와 제도 점검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왼쪽부터) 박문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실장, 강태경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재석 대체역 심사위 비상임위원·전 고등군사법원장. 사진 본인 제공

(왼쪽부터) 박문언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실장, 강태경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재석 대체역 심사위 비상임위원·전 고등군사법원장. 사진 본인 제공

대체복무제 관심 갖게 된 계기는
(박문원 연구실장, 이하 박)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판결이 이어졌다. 소속 기관인 국방연구원에서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 군 법무관 출신으로 국제법을 전공했고 국방 인력을 연구한다. 국제 사회에서 대체복무 기준과 조건을 어떻게 정하나 관심을 갖고 있다. 
(최재석 전 고등군사법원장, 이하 최) 군 법무관 재직 시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군 형법에 따라 처벌을 내려야 했는데 사회 변화에 따라 이들을 헌법으로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이후 국방부로부터 대체역 심사위 비상임위원으로 추천을 받았다.
(강태경 연구위원, 이하 강) 2018년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 내리면서 대법원의 요청을 받았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88조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다. 정당한 사유가 맞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냈다. 남은 건 대체복무제였다. 지난 10년간 관련 연구를 종합해야겠다는 생각에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 6월 충남 천안교도소에서 근무중인 대체복무요원들이 생활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6월 충남 천안교도소에서 근무중인 대체복무요원들이 생활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36개월 교도소 합숙 복무 적절한가   
(박) 소속 기관 입장이 아닌 개인적 견해로는 복무 기간이 국제 기준인 1.5배를 넘으면 징벌로 판단한다. 복무지도 가능하면 여러 분야로 확대해 사회 기여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뒤 대체 입법 시한에 쫓겨 부처 간 협의 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 기간은 국제 기준인 1.5배로, 형태는 교정 이외 복무 기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심사위에서도 복무 기간, 형태 개선은 보편적으로 의견이 모인다. 다만 현실적인 조건이 갖춰져야 하고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현역 군인이 존중할 만한 조건이어야 한다.   
(강) 징벌성은 기간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합숙은 내무 생활과 같은 군대식 규율이 적용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대체복무 합숙이 군대 규율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인다. 다만 합숙 관리 책임을 모두 떠맡고 있는 법무부의 부담이 크다. 복무 형태를 바꾸면 관리 책임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2018년 11월 서울 국방부 앞에서 참여연대·군인권센터 등이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 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하는 모습. 뉴시스

2018년 11월 서울 국방부 앞에서 참여연대·군인권센터 등이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 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하는 모습. 뉴시스

교정시설 이외 복무 기관 확대 어려운 이유는
(박) 합숙을 고집해서 그렇다. 사회복무요원처럼 출·퇴근 복무를 허용하면 풀릴 문제다. 그런데 출·퇴근 복무의 문제는 ‘수도권 쏠림 현상’이다. 복무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 
(강) 병역 거부자를 불편해하는 사회 분위기가 걸림돌이다. 대체역법은 복무 기관에 교정시설을 대표 예시로 들 뿐 다른 분야를 제한하지 않는다. 다른 복무 기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다. 제도적으로 대체복무자들을 ‘비가시화’시키는 것 같다. 사회가 이들이 불편한 거다. 대체복무자 문제는 권리의 문제면서 관용의 문제다. 포용력의 문제로 사회 소수자 문제와 비슷하다.
2018년 12월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36개월, 교정시설 합숙복무를 골자로 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표했다. 뉴스1

2018년 12월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36개월, 교정시설 합숙복무를 골자로 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표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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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복무 분야 확대를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박) 병역자원 감소 문제가 있다. 매년 21만명 징집이 되어야 하는데 2040년이 되면 15만명까지 인원이 떨어진다. 보충역 편입 인원이 통상 3~4만 명이기 때문에 이 인원을 현역으로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지난해 본격화했다. 개발도상국 시절 설계된 제도의 시효가 끝난 거다. 우선 예술체육요원, 공익법무관 등 보충역은 모두 폐지하고, 전력으로 활용할 수 없는 사회복무요원도 필수분야(보건·복지·재난·안전 등)를 제외하고 축소해야 한다. 대신 대체복무자를 필수분야에 투입해 사회복무요원의 역할을 보완하도록 해야 한다.
(강) 현재는 모병제인 대만과 독일 등이 제도 도입 이후 복무 영역을 여러 사회 서비스로 넓혔다. 요양·의료, 돌봄 노동을 하면 사회적으로도 이익이다. 독일의 경우 소방, 안전 이외 교육, 의료, 요양 분야 등으로 확대됐는데 남성 대체복무자들이 근무하면서 해당 직업에 대한 성 고정관념도 많이 해소됐다는 연구도 있다.     
복무 조건이 개선되면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최) 심사를 최대한 엄격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신청자가 다른 위원 다수의 찬성으로 심사를 통과해 아쉬웠던 적도 있다. 물론 대부분의 청년은 일종의 상무 정신을 갖고 대체역 대신 현역을 택한다.    
(강) 병역기피와 관련해선 처벌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대체복무제를 도입한 나라에서 병역 기피자가 증가했다는 보고가 없다. 스위스가 심사제에서 신청제로 변경한 뒤 신청자가 늘었는데 이걸 병역기피로 단정하긴 어렵다. 우리도 종교 신념 외 개인 신념인 이들은 적지 않나. 여호와의증인 신도 늘 거란 우려도 있었지만, 현실이 그런가. 제도를 악용하는 극소수는 늘 있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제재할 방안을 고민하는 게 맞는다.  
2018년 7월 이철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국방위에 계류되어 있는 대체복무제 관련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뉴스1

2018년 7월 이철희,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국방위에 계류되어 있는 대체복무제 관련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뉴스1

대체복무제도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박) 큰 틀에서 보면 병역자원 관리 차원에서 산업기능요원·사회복무요원 등이 속한 보충역제 축소가 불가피하다. 보충역 축소에 따른 필수 분야의 인력 감소를 대체복무자가 보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국방부도 교정시설 합숙 복무라는 기존 입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또 과기부·복지부 등 유관 부처가 국방부의 보충역 제도 개선 움직임에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강) 제도는 구체적 수혜자를 위해 만들 수 있지만, 법은 구체성보다 일반성을 고려해 만든다. 법에는 그 사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가 담겨있다. 소수자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법을 만든다는 건 그 사회가 포용성과 다원주의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대체복무제는 우리 사회 포용성의 리트머스 같은 제도다. 특정 종교 특혜나 병역 기피 같은 구체성으로 포장된 걸림돌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군 출신 여야 의원 "대체복무제 실태 분석해야"

중앙일보는 여야 국방위·군 출신 의원들에게 현 대체복무제도에 관해 물었다. 고등군사법원장 출신으로 21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합동참모본부 차장(육군 중장) 출신으로 21대 국회 후반기 국방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인터뷰에 응했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문일답.

대체복무 시행 전 병역기피 우려가 있었다 
2년 가까이 제도 운영하면서 보고 받아 보니 당초 우려보다 병역 기피 시도 사례가 적었다.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고 신청자도 병역 회피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걸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현행 대체복무 조건 개선해야한다는 의견이 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반드시 현역에 준한 복무 조건을 논하는 대신 사회의 소외된 곳으로 복무 분야를 넓혀야 하지 않겠나. 법에서 대통령령을 통해 복무지를 확대할 여지를 남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합숙의 경우도 출퇴근 시켜도 무리가 없다. 교도소에서 야간에 특별히 업무가 없는데 자칫 잘못하면 합숙이 아닌 수용이 된다. 합숙 예산 절감되는 이점도 있다.  
국회가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 아닌가  
제도 개선 1차 책임은 정부에 있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정확히 분석하고 평가해서 개선안을 만들면 국회도 협력할 수 있다.  
복무 조건 완화할 경우 병역 기피 우려도 있는데  
병무청은 행정 당국이라 소극적일 수 있지만 보편적 기준에 입각해 징벌적인 요소를 피해 제도를 운용하자는 것이 입법 취지다.  
제도 개선을 위한 선결 조건이 있다면  
실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첫 대체복무자 복무 기간인 3년이 아직 지나지 않아 실태 분석 이후 개선을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 여론과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국회 국방위 소속 여당 간사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국회 국방위 소속 여당 간사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김상선 기자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일문일답.

36개월 교도소 합숙 복무 징벌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국회가 입법한 현행 제도가 시행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합숙과 기간이라는 제도 골격은 흔들어선 안된다.  
기간을 유지하되 복무지를 확대하자는 절충안도 나온다  
절충안이 아닌 후퇴안이라 본다. 당사자들은 합숙이 싫을 거다. 군대도 내무 생활이 제일 힘들다. 하지만 단체 생활인 합숙을 통해 배울 점도 많다.  
자녀가 있는 현역병은 상근예비역 제도가 있다. 대체복무자는 유사 제도가 없어 차별적이란 지적이 있다  
법률로 합숙을 규정했기에 출퇴근 예외는 안된다. 대통령령 시행령 조정을 통해 복무지 조정과 외출을 용이하게 해 운용의 묘를 살릴 순 있다  
제도 개선을 위한 선결조건이 있다면  
2년간 운영했으니 중간 점검을 할 때가 됐다. 병무청 등 관련 부처와 함께 종합적으로 살피고 현역병 의견도 반드시 들어야 한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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