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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말고 밤샘 최수연 공감" 우영우 디테일 살린 윤지효 변호사 [Law談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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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드라마의 법률 자문을 맡은 윤지효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 우영우의 내면을 상징하는 고래는 매회 중요한 메타포로 등장한다. 김현동 기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드라마의 법률 자문을 맡은 윤지효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 우영우의 내면을 상징하는 고래는 매회 중요한 메타포로 등장한다. 김현동 기자

로펌 한바다로 출근하게 된 변호사 우영우(배우 박은빈). 첫 출근 날 한강을 건너는 지하철 위로 떠오른 고래는 마치 우영우를 응원하듯 힘차게 헤엄친다. ‘제2의 오징어게임’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메가히트를 기록 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 장면마다 표정과 움직임을 달리하는 고래는 곧 우영우의 내면이기도 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속마음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서다.

우영우에 법률 자문한 윤지효(41‧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를 4일 원조 ‘고래 사무실’에서 만났다. 드라마 속 로펌 한바다와 닮은 꼴인 서울 종로구의 법무법인 태평양 회의실에서다. 태평양(太平洋)은 이름부터 세계 바다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크고 평온한 바다’다.

윤 변호사는 문지원 작가와 20년 가까이 된 친구. 법률 자문을 하게 된 연을 묻자 “아마 그 친구가 아는 변호사 중에 제가 제일 친한 사람이었을 거”라며 소탈하게 웃었다. 그는 드라마 속 법률 용어나 적용 법 조항, 로펌 생활 등 시나리오 전반을 감수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문지원 작가와 20년 지기…재판 용어, 법조항 디테일 자문 

윤 변호사는 처음 자문을 시작할 때 ‘아무 말이나 해봐라’는 문 작가의 말에 변호사의 삶을 생각나는 대로 소개해줬다고 한다. 깔끔한 정장에 힐을 갖춰 입는 경우도 있지만, 머리에는 롤을 말고 수면바지를 입은 채로 서류에 파묻혀 꾀죄죄하게 밤을 꼴딱 새는 나날들도 많다는 게 윤 변호사의 설명이다.

“최수연 변호사 방이 공감 갔어요. 한쪽에는 라꾸라꾸 침대가 있잖아요.”

'우영우'에서 서류로 뒤덮인 최수연 변호사의 방. 방송 캡처

'우영우'에서 서류로 뒤덮인 최수연 변호사의 방. 방송 캡처

윤 변호사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된 부분은 ‘디테일’이다. 10화 ‘손잡기는 다음에’에서 지적 장애인을 준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정일의 변호를 맡은 우영우가 1회 공판 기일에서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합니다”라고 변론을 시작하거나 ‘피고인’(형사 재판의 당사자)과 ‘피고’(민사 재판에서 소송을 당한 이)의 구분이 윤 변호사의 자문이 녹아나있다.

우영우가 극중 1위 로펌 대표이자 나중에 자신의 생모(生母)임을 알게된 태수미로부터 이직 제안을 받는 계기가 된 ‘흘러내린 웨딩드레스’(2화)의 의견서처럼 다른 로펌에서는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해결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경험도 문 작가에게 공유했다.

7~8화 ‘소덕동 이야기’에서는 환경 영향 평가와 관련된 법이 개정돼 개정에 따른 디테일을 수정했다고 한다.

'우영우'의 배경이 된 로펌 '한바다'의 모델로 지목된 법무법인 태평양의 회의실. 사진작가 브라이언 오스틴(Bryant Austin)의 고래 사진이 곳곳에 걸려있다. 김현동 기자

'우영우'의 배경이 된 로펌 '한바다'의 모델로 지목된 법무법인 태평양의 회의실. 사진작가 브라이언 오스틴(Bryant Austin)의 고래 사진이 곳곳에 걸려있다. 김현동 기자

'우영우'의 배경이 된 로펌 '한바다'의 모델로 지목된 법무법인 태평양의 복도. 김현동 기자

'우영우'의 배경이 된 로펌 '한바다'의 모델로 지목된 법무법인 태평양의 복도. 김현동 기자

‘우영우 고래 회의실’ 원조는 이곳…작가도 보고 갔다

드라마 우영우의 초고가 완성되기도 전인 2019년 가을쯤, 문 작가는 태평양 사무실에서 고래 사진을 보고 갔다. 당시 태평양 역시 ‘한바다’처럼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역삼역 4번 출구 근처였다고. ‘한바다’의 대회의실에 걸려있는 고래 사진도 실제 태평양에 걸려 있는 고래 사진들과 닮아있다.

윤 변호사는 비슷한 시기 문 작가에게 한바다 신입인 우영우‧최수연‧권민우 변호사처럼 태평양에 갓 입사한 변호사들을 소개해주기도 했다. 이 만남에서 드라마의 최수연 변호사가 토로하듯 매일 야근하다 흰색 콧털마저 자랐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드라마 속 ‘법무법인 한바다’의 회의실에는 혹등고래 사진이 걸려있다. 이 사진은 국내 유일의 고래전문 사진가 장남원 작가가 남태평양 통가 왕국 해역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방송 캡처

드라마 속 ‘법무법인 한바다’의 회의실에는 혹등고래 사진이 걸려있다. 이 사진은 국내 유일의 고래전문 사진가 장남원 작가가 남태평양 통가 왕국 해역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방송 캡처

그렇다고 한바다가 태평양과 꼭 닮은 건 아니다. 윤 변호사는 “국내에는 극중 한바다나 태산처럼 세습 로펌은 아직까지는 현실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무팀 이준호와 영우의 꽁냥꽁냥 사내 연애도 현실성은 낮다.

“회사 정문 앞에서 동료랑 손 잡는 변호사는 정말 없습니다(일동 웃음)” 공정에 민감하지만, 권력 앞에선 누구보다 재빠른 ‘권모술수’ 권민우 변호사 같은 동료도 없다고 한다. “모두의 마음 속에 그런 면은 있겠지만 (웃음) 그런 사람은 결국 끝이 안 좋잖아요. 오래 못 가죠.”

‘환상’과 ‘환장’의 케미를 오가는 우영우팀처럼 한 팀으로 계속 여러 소송을 맡는 경우도 없지만, 선배 변호사의 인상 깊은 한마디가 있다. 윤 변호사에게 일종의 ‘정명석 변호사’역할을 해준 셈.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언뜻 틀린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의뢰인의 변호를 맡았을 때다.

윤 변호사가 “이건 의뢰인 잘못 아니냐”고 항변하자, 선배 변호사는 “재판에서 의뢰인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다”라고 타일렀다고 한다. 값비싼 수임료를 내고 대형 로펌 문까지 두드리게 됐을 때는 선악의 구분을 떠나 의뢰인의 하지 못한 답답한 한 마디, 억울한 심정을 변호로 대변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젠 제가 선배가 돼서, 후배들에게 그런 얘기를 해주곤 해요.”

12년차 변호사인 윤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본의 아니게 고래 등에 탄 느낌”이라며 쑥스러워했다. 거의 20년 지기인 문 작가와는 인터뷰날 저녁에도 친구들과 함께 바베큐를 예정한 사이다. ‘드라마 보고 어떤 얘기를 나눴냐’는 질문에는 “매일 얘기해서…”라며 “좋아하는 배우가 캐스팅 되면 너무 좋다. 목요일(12화 양쯔강 돌고래)에 등장하는 이봉련 배우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라고 했다.

윤지효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는 "의뢰인이 대형로펌을 찾아온데는 의뢰인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이라는 선배 변호사의 경험을 소개했다. 김현동 기자

윤지효 법무법인 태평양 파트너 변호사는 "의뢰인이 대형로펌을 찾아온데는 의뢰인이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이라는 선배 변호사의 경험을 소개했다.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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