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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하다 하루아침에 팀원"...유독 아모레퍼시픽만 시끄러운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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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1일자로 발표한 조직 개편과 정기 인사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 측은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는 설명인데, 내부 반발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 전경. [사진 중앙포토]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 전경. [사진 중앙포토]

40대 대표, 80년대생 팀장 대거 발탁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인사를 통해 40대 젊은 임원을 계열사 대표로 선임하는 등 과감한 발탁 인사를 했다. 주요 부서에는 1980년대생 젊은 팀장들을 배치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회계연도 결산을 종전 12월에서 6월로 변경하면서 이번에 정기 인사를 했다.

이니스프리 대표에 최민정(44) 그룹 전략디비전장을, 에스쁘아 대표에 이연정(43) BM팀장을 각각 기용했다. 코스비전 대표로는 유승철(49) 대표를 선임했다. 아모레퍼시픽 데일리뷰티유닛장에는 노병권(44) 마케팅 부문장을 선임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조직은 체계는 유닛-디비전-팀으로 구성된다. 40대 젊은 임원이 전면에 나서면서 팀장급들도 일부 교체됐다. 주요 부서에는 기존 1970년대생 팀장 대신 1980년대생을 기용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참급 팀장을 팀원으로 배치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후문이다. 직장인 익명 게시판인 블라인드 등에서는 불만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이번 인사는 매년 이뤄지는 정기 인사 및 조직 개편으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 개편 과정에서 일부 1980년대생 팀장이 선임된 것은 맞지만, 연령과 무관하게 팀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경력과 역량을 갖춘 인재를 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적자 전환…‘어닝 쇼크’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경영 실적 부진이 조직 개편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2분기 109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매출은 1조2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3% 감소했다. 주력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94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해 19.6% 감소했다. 또 19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주식시장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5일 기준 주가가 12만9500원으로 마감해 지난 5월 18만원대 기록 이후 줄곧 하락세다. 중국 사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 도시 봉쇄와 이어진 소비 침체가 어닝 쇼크(기대 이하의 실적)로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해외여행 재개도 지지부진해 주요 판매 채널인 면세점 매출도 살아나지 못했다.

쇄신 카드 꺼내 들었지만 내부 반발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이번 인사를 분위기 쇄신용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내부 반발이 컸다는 점에서 오히려 위기라는 시각도 있다.

사실 화장품·유통 업계에서 ‘40대 임원·80년대생 팀장’은 생소한 인사가 아니다. 화장품 업계 ‘빅2’로 손꼽히는 LG생활건강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975년생 출생 이후 임원은 8명이다. 임이란(41) 상무는 지난 2019년 만38세의 나이로 30대 여성 임원으로 발탁됐다.

유통가에도 MZ세대 임원·팀장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김혜경(41) 신세계 온라인TF장(상무), 서민성(42) 신세계백화점 코스메틱담당(상무), 김지현(44) 롯데백화점 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문장 등이다.

이 같은 분위기와 달리 아모레퍼시픽은 그동안 인사에서만큼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세대교체 인사는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며 “실적 부진에다 조직 개편이 겹치면서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아 잡음이 크게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는 “코로나19 등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특히 MZ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유통·화장품 업계에서 세대교체성 인사는 자연스런 수순”이라며 “다만 발탁 인사가 만사는 아니듯, 조직 내 인화 작업이나 설득 과정이 같이 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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