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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 불러 “너 죽을래”…백운규 '1481억 배임교사' 보는 檢 근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평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배임 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를 검토 중인 가운데, 관건은 백 전 장관이 원전 조기 폐쇄가 한국수력원자력에 1481억원 상당의 피해로 돌아올 것을 알고도 압력을 행사했는지에 모인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이를 알고도 한수원에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론을 내라고 지시했고, 손해보전도 거부했다고 결론지었다.

白 배임 요건 될까…檢, “손해 알고도 보전 의사 없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장 사퇴를 종용했다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함께 받는 백운규 전 장관이 지난 6월 15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귀가하고 있다. 뉴스1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장 사퇴를 종용했다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함께 받는 백운규 전 장관이 지난 6월 15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귀가하고 있다. 뉴스1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미 지난해 백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피고인인 백 전 장관은 산업부 관계자들과 공모해 2018년 4월~6월 15일경까지 월성1호기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이 한수원에 손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월성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한 데 따른 한수원의 손해를 보전해 줄 의사가 없었음에도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 등이 (월성1호기가)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조작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2018년 6월 15일 이사회로부터 즉시 가동 중단 의결 받아 2018년 6월 20일경 이를 실행하게 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의 추가 기소가 가능하려면 지난해 기소 이후 검찰이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 구성 요건을 명확히 해야한다. 형법 제355조 2항에 따르면 배임죄는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가 이익을 얻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한다. 백 전 장관이 교사범이라면 한수원에 닥칠 손해를 정범(범죄를 교사·방조한 공범과 달리 범죄를 실행한 자)만큼 알고 있었는지, 그런데도 한수원에 손해를 보게 함으로써 이익을 거둔 주체를 누구로 볼 것인지가 초점이 되는 셈이다.

“가동중단 비용 청구” 말했던 한수원

지난 2017년 10월 23일 촬영된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본부. 왼쪽부터 월성 4호기, 3호기, 2호기, 1호기. 프리랜서 공정식

지난 2017년 10월 23일 촬영된 경북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본부. 왼쪽부터 월성 4호기, 3호기, 2호기, 1호기. 프리랜서 공정식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백 전 장관이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으로 빚어질 손해를 알았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곳곳에 있다. 2018년 4월 12일 한수원 관계자들은 당시 산업부 원전산업정책국장 등에게 “한수원이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에 따른 비용보전 청구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즉시 가동중단이 손해라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고 한수원 측에서 산업부 직원들에게 말했다는 의미다.

또 2017년 말 산업부 관계자들은 즉시 가동중단이 추가 가동 후 중단보다 손해라는 내용을 백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즉시 가동중단 시 손실 규모와 추가 가동 후 중단 시 손실 규모를 따져 차액을 정부가 재정으로 보전해야 하며 이에 따른 야당과 언론의 비판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즉시 가동중단이 추가 가동 후 중단보다 손해라는 점을 암시한 셈이다. 백 장관은 ①즉시 가동중단 ②원자력안전위원회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 시까지 가동 후 중단(2년) ③3년 가동 후 중단 등 3가지 안(案)을 보고받고 추가 가동 후 중단을 승인했다.

즉시 중단 비용 무보전→정부이익→배임 교사?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로 기소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6월 7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로 기소된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이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 6월 7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산업부가 경제성 조작에 개입하고도 보상을 회피한 것이 배임죄 구성 요건상 ‘본인(한수원) 손해→제삼자(정부) 이익’이라는 논리를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공소장에 따르면 산업부 관계자들은 2018년 4월 ‘월성1호기는 경제성이 없어 즉시 가동중단 결론을 내야 한다’는 취지의 의사를 한수원에 전달하고도 정작 보상 문제에 대해선 “경제성 평가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오면 비용보전 할 것이 별로 없지 않으냐”, “경제성이 없음에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무대포로 주장하거나, 그게 아니면 논리적 대응방안을 찾아보라”고 회피했다.

이 외에도 산업부가 경제성 평가 조작을 지시한 당사자인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이 배임죄로 기소된 것도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 주장의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4월 초 백 전 장관은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산업부가 일을 잘 안 챙긴다고 (대통령이) 생각한다”는 말을 듣고 당시 원전산업정책과장을 호출해 “너 죽을래”,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냐”며 질타했다. ‘원안위 운영변경 허가 시까지 가동 후 중단’을 승인한 지 4달 만에 입장을 바꾼 셈이다.

白 “너 죽을래”→경제성 평가 개입→-1481억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6월 7일 대전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6월 7일 대전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후 산업부 관계자들은 2018년 5월 월성1호기 경제성평가를 맡은 삼덕회계법인과의 회의에도 직접 참여해 경제성 평가의 주요 변수인 이용률·판매단가 등을 불리하게 평가하는 데 관여했다. 당시 경제성 평가 업무를 담당했던 회계사는 한수원 관계자에게 “처음에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목적으로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돼 버린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합니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 6월 20일 월성1호기 즉시 가동중단 조처는 설계수명일(2022년 11월 20일)까지 계속 가동했을 시와 비교해 1481억원 만큼 손해인 것으로 추정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는 손해 산정액의 최하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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