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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 혹 없애고 임신했는데 자궁 파열...임신부가 놓친 한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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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력 떨어뜨리는 자궁근종 대처법

자궁근종은 감기만큼이나 흔한 여성 질환이다. 가임기 여성 10명 중 4~5명은 자궁근종을 가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초기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자궁근종이 커지고 개수가 많아지면 돌변한다. 부정기적인 하혈이 잦아지고, 극심한 허리·골반 통증에 시달린다. 자궁 안쪽에 위치한 혹이 임신을 방해하기도 한다. 최근엔 초경이 빨라지고 임신·출산이 늦어지면서 자궁근종이 가임력에 미치는 파괴력이 커지고 있다. 임신을 방해하고 통증으로 일상을 괴롭히는 자궁근종의 위험성과 대응법을 짚어봤다.

1. 자궁 내부 변형시켜 수정란 착상 방해하는 자궁근종 제거 

자궁근종으로 자궁 내부 공간 변형이 심하고, 자궁근종의 개수가 많으면서 크기가 클수록 임신이 어렵다. 특히 자궁근종이 어디에 생기느냐에 따라 난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정란 착상을 방해하는 자궁근종은 자궁점막하근종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이 착상하는 곳인 자궁내막 바로 아래에 생기는 혹이다. 자궁근종이 자라면서 자궁내막이 울퉁불퉁해져 착상을 어렵게 하는 등으로 가임력을 떨어뜨린다. 자궁점막하근종이 임신율을 70%나 감소시킨다는 보고도 있다. 유산, 조기 출산 등 임신 유지에도 부정적이다. 자궁근종을 없애면 가임력이 약간 높아지고 유산 위험도 줄어든다. 자궁 바깥쪽에 튀어나온 장막하근종은 생식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제거하면 가임력이 높아졌다. 자궁을 이루고 있는 두꺼운 자궁 근육층 안에 파묻혀 있는 근육내근종은 생식력을 약간 감소시킬 수 있지만, 근종을 제거한다고 가임력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2. 자궁근종을 직접 제거했다면 일정 기간 임신 피해야 

자궁근종 절제술 후 자궁 파열 발생률은 약 0.2~3.7%다. 임신부와 태아의 생명을 모두 위협하는 산과적 응급 질환인 자궁 파열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수술적 방식으로 자궁근종을 여러 개 떼어내면 벌어진 틈을 촘촘하게 봉합하면서 자궁 파열 위험이 존재한다.

자궁근종을 떼어낸 다음 바로 임신했다면 위험할 수 있다. 태아가 자라면서 그에 맞춰 자궁이 부풀어 오르는데 덜 아문 수술 부위가 벌어지면서 자궁 파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수술 후 상처가 완전히 아물 때까지 3~6개월 동안 피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복 기간은 환자의 전신 상태, 어떤 방식으로 근종을 제거했는지, 봉합사 유형 등에 따라 달라진다. 출산 때도 주의한다. 로봇·복강경·개복 등으로 수술적 방식으로 자궁근종을 제거했다면 힘을 주는 과정에서 자궁이 파열할 수 있어 제왕절개로 출산할 것을 권한다.

3. 출산 땐 산후 출혈 위험 높아져 대비 필요 

자궁근종이 있는데 임신하면 출산 때 극심한 산후 출혈로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임신 중 철분제를 먹으면서 빈혈을 막고, 혈액 공급이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출산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다만 임신하면 자궁근종의 크기가 변할 수 있다. 본래보다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한다. 자궁근종의 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문제는 자궁근종으로 조기 진통, 조산, 태아 위치 이상, 산후 출혈 등 산부인과적 위기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임신한 상태에서는 자궁근종을 떼어내는 치료는 합병증 우려가 높아 자궁근종이 급속도로 커지지 않는 한 피한다. 임신 기간에는 3~6개월 간격으로 자궁근종의 크기 변화를 살피면서 자궁근종의 상태 변화로 생기는 통증, 자궁 수축, 출혈 등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4. 재발 위험 커 치료해도 정기적으로 추적·관찰해야

혹이 생기는 자궁 자체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 자궁근종 재발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자궁근종을 치료한 환자의 40~50%는 치료 5년 후 자궁 어딘가에 또 자궁근종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된다. 없던 부위에 새로 생길 수도 있고, 치료 당시 너무 작아 제거하지 못한 자궁근종이 자란 것일 수도 있다. 자궁근종은 하혈·통증 등 임상적 증상을 유발하는 것만 제거하는 치료만으로도 충분하다. 재발을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는 6~12개월 간격으로 자궁근종의 상태를 정기적으로 추적·관찰한다. 치료가 필요할 때 또 없애면 된다.

5. 엄마가 자궁근종이면 딸도 산부인과 검진 필요

자궁근종은 유전적 연관성이 존재한다. 어머니나 자매·딸 등 직계가족(Frist degree relative)에게 자궁근종이 있으면 자궁근종이 생길 확률이 세 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정기적인 하혈이 잦아지거나 복부·허리·골반 통증 등이 심하다면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자궁근종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사춘기 이전에 자궁근종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다만 직계가족 중 자궁근종을 치료한 사람이 있다면 만 30세부터는 정기적으로 자궁 건강 상태를 살피는 것이 좋다.

6. 하이푸 치료는 임신 전이라면 피해야

아직 초음파 열로 자궁근종을 제거하는 하이푸 치료는 임신 안전성 등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불충분한 상태다. 물론 하이푸 치료가 자궁을 보존하면서 방사선 피폭 없이 반복적 시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도 향후 임신 계획이 있는 여성이라면 하이푸 치료를 상대적 금기로 규정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하이푸 치료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충분한 임상 연구가 부족해 권하지는 않는다.

도움말=원세연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교수, 기경도 민트병원 여성의학센터장, 송재연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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