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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 꿈 싣고, 다누리호 우주 여정 시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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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호 01면

한국의 첫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5일 오전 8시 8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 스페이스X 유튜브]

한국의 첫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실은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이 5일 오전 8시 8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 스페이스X 유튜브]

‘… 3, 2, 1, 0, 이그니션(점화).’

카운트다운 소리와 함께 광활한 해안 늪지대 너머 발사장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우주로켓이 굉음과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초저녁 하늘이 붉게 번졌다. 현지시간 4일 오후 7시8분(한국시간 5일 오전 8시8분), 미국 플로리다 동쪽 끝 해안에 있는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장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달 궤도로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발사 2분 34초, 팰컨9의 로켓 1단이 분리되고, 3분 8초에 다누리 본체를 감싸고 있던 페어링이 분리됐다. 여섯번째 재사용된 팰컨9의 1단 로켓은 순조롭게 지구로 되돌아와 회수됐다. 다누리호는 발사 40분이 지난 오전 8시 48분쯤 고도 약 703㎞ 지점에서 팰컨9과 최종 분리됐다. 이때 속도는 초속 10.15㎞.  6종의 탑재체를 실은 다누리호 본체가 우주 공간에 놓인 순간이었다. 발사 약 92분 뒤인 오전 9시 40분에는 호주 캔버라에 위치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심우주 안테나를 통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다누리가 지상국 첫 교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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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이날 오후 2시 브리핑에서 “다누리호가 달 전이 궤도에 진입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다누리호로부터 수신한 위성 정보를 분석해보니 발사체가 분리된 후 다누리호의 태양전지판이 제대로 펼쳐져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탑재한 컴퓨터 프로그램이 작동돼 장치 간 통신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고, 장치의 온도도 표준 범위 안에 드는 등 정상 작동이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페이스북을 통해 “올 연말 다누리호가 보내줄 달의 표정과 BTS의 ‘다이너마이트’를 고대한다”며 “다누리호는 신자원강국·우주경제 시대를 앞당길 대한민국의 선발대”라고 격려했다.

다누리호가 계속 순항해 달 100km 상공의 ‘임무 궤도’에 도착하면 우리나라는 달에 탐사선을 보낸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1992년 첫 자체 인공위성 ‘우리별 1호’ 후 30년만에 지구~달의 거리 이상을 탐사하는 ‘심우주 탐사’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이날 발사와 분리는 문제없이 이뤄졌지만, 최종 성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다누리호는 이제 4개월 보름 동안 지구로부터 최대 156만㎞ 떨어진 곳으로 탄도형 달 전이(BLT) 궤적을 따라 항해를 시작한다. BLT 궤적에 오른 건 시작일 뿐이다.

다누리호 9번 방향 조정, 12월 16일 달 궤도에 진입 예정

다누리호가 이 궤적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궤적 오차 보정 기동을 수차례 해줘야 한다. 과학기술계의 한 관계자는 “4개월 보름 동안 멀리 돌아가는 과정에서 심우주 통신이나 탐사선 자체 오류가 발생할 수 있고, 궤적 수정도 일일이 해줘야 해 쉽지 않은 과제이자 처음 해보는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석 차관은 “달 궤도에 근접할 때까지 최대 9번의 추력기 작동을 통한 방향 조정이 계획돼 있다”며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관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번째 기동은 발사 이틀 뒤인 7일 오전 10시에 이뤄진다. 추력기로 방향을 조정해 궤도를 조정하는 과정이다. 이후 다누리호는 태양 방면으로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향해 계속 이동한다. 또 한 번의 추력기 작동은 9월 2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때는 다누리호의 속도가 초속 0.17㎞까지 떨어진다. 태양과 지구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포인트 1에 근접한 때이다. 이때 추력기를 작동해 지구 방면으로 다누리호의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이후 달 궤도에 진입하는 과정과 달 궤도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추가 조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무사히 진행되면 다누리호는 12월 16일 달 궤도에 진입해 12월 31일 달 고도 100㎞의 임무 궤도에 들어오게 된다. 임무 궤도에 안착하면 1년간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내년 1월 시험 운영을 거쳐 2월부터 12월까지는 본격 임무 수행에 나선다. 주요 임무는 감마선 분광기와 고해상도 카메라, 광시야 편광카메라를 이용한 달 표면의 자원 탐사 및 착륙 후보지 탐색이다. 우주인터넷 탑재체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파일을 지구로 보내 달 궤도에서 지구와 우주 인터넷 시험에도 나선다. 다누리호 발사의 최종 성공 여부 역시 다누리호가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들어왔는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통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다누리호 발사가 최종 성공하면 한국은 크게 세 가지 우주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먼저 심우주 공간까지 갈 수 있는 궤도를 설계하는 기술이다. 탄도형 전이 궤도 설계 능력을 확보해 달 착륙선 발사나 다른 탐사선 개발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또 설계된 궤도를 따라가며 주요 고비에서 탐사선을 관제하는 기술을 익혀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셋째는 심우주 통신 능력이다. 경기도 여주에 설치된 직경 35m의 심우주 안테나를 활용해 추후 국내 심우주 탐사 프로그램이나 국제 협력을 추진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세계 어떤 나라도 홀로 화성 같은 심우주에 다녀올 수 있는 능력과 재정을 갖춘 나라는 없다”면서 “다누리호의 성공은 거대한 국제 우주 협력체에 우리나라가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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