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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휘둘린 달 탐사, 로드맵 15년 만에 쏘아올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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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호 05면

“달 탐사 계획이 시작된 지 15년 만입니다. 마음 속으로 눈물 나는 아침입니다.”

5일 오전 한국 최초 달 궤도선(탐사선) 다누리호(KPLO)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모습을 TV로 지켜보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의 말이다.

다누리호 발사가 성공하기까지 한국 달 탐사 프로젝트는 정치에 휘둘리고, 경험과 기술력 부족으로 방황했다. 달 탐사 계획을 처음 언급한 건 노무현 정부 5년차인 2007년 말이다. 당시 과학기술부 등 9개 부처가 함께 2020년까지 달 탐사위성 1호인 궤도선을, 2025년까지 달 탐사위성 2호 착륙선을 개발하는 ‘우주개발사업 세부실천 로드맵’을 마련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따르지 않아 선언에 그쳤다. 그나마도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 말 나온 ‘제2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에 달 궤도선을 기존 계획보다 3년 늦춘 2023년으로, 달 착륙선은 2025년으로 표기했다.

달 탐사계획이 본격화한 것은 2012년 말 18대 대통령 선거 때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TV토론에 나와 “2020년까지 달에 태극기를 꼽겠다”고 공언했다. 박 후보가 당선되자 2017년 시험용 달 궤도선, 2020년 달 궤도선과 착륙선 개발이라는 목표가 세워졌다. 과거보다 5년을 앞당긴 숨가쁜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행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2014년 달탐사 예비타당성조사에 대한 승인이 났지만, 야당의 반대 등의 이유로 예산은 2016년에야 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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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달 탐사 계획은 2017년 정권교체로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2018년 2월 확정된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는 2020년에 중량 550㎏급 달 궤도선을 보내고, 달 착륙선은 한국형발사체를 활용해 2030년 전까지 보낸다고 수정됐다. 박근혜 정부 계획보다 10년 뒤로 밀린데다, 달 착륙선은 ‘연구가 진행되는 상황을 봐가면서’라는 전제가 달려 사실상 실종됐다. 이 때문에 달 착륙선에 들어갈 탐사차(미니로버)를 개발해오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관련 예산은 중단되고, 연구자는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일까지 벌어졌다. 항우연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기술력 부족으로 임무 위성의 중량이 679㎏은 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사업단 내에 내분이 일어났다. 연구노조까지 공개 비판에 나서면서 달 궤도선 개발은 1년 반 이상 늦어졌다.

우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보다 향후 전략과 계획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다누리가 최종 성공한다 해도 2031년 달 착륙선 사이엔 아무런 계획이 없다. 심지어는 그때 착륙선과 지구를 이어줄 달 궤도선에 대한 계획도 세워두지 않고 있다. 자칫 이번 다누리 프로젝트가 전략적인 목적 없는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2031년이면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로 달 표면에 유인 기지까지 건설된 지 수년이 지난 뒤일 가능성이 크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부 교수는 “이번 달궤도선 발사는 쉐도우캠과 BLT 궤도 등 미국 NASA와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미국이 주도하고 세계 주요국들이 참여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우주탐사 전략의 큰 그림 속에 움직이지 않으면 한국의 우주탐사는 자칫 갈라파고스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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