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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식량 안보 초비상]북, 올 들어 식량난 심화…돈 있어도 쌀 못 구해 ‘제2 고난의 행군’ 우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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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호 10면

SPECIAL REPORT

지난 4월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들녘에서 주민들이 소를 이용해 쟁기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개풍군 들녘에서 주민들이 소를 이용해 쟁기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성적인 식량 부족 국가인 북한도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러시아 등 인접 국가들과의 교류가 크게 제한된 상황에서 수입 곡물가마저 크게 뛰면서 식량 부족분을 충당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가뭄과 홍수 등 잇단 자연재해, 오랜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난 심화, 오미크론 확산 등 ‘3중고’에 시달리던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까지 맞게 되면서 국제사회에선 “이대로 가다가는 1990년대 말에 이어 ‘제2의 고난의 행군’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장 북한 내 쌀값이 폭등하고 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지난 6월 평양 시장에서 1㎏에 5100원(한화 약 7390원)에 거래되던 쌀 유통 가격이 지난달엔 5800원(한화 약 8400원)으로 한 달 새 14%나 상승했다. 일부 지역에선 6000원을 넘어 최고 6800원까지 치솟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대북교류단체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이 배급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그나마 사설 장마당에서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곤 했는데, 최근엔 장마당에도 쌀이 없어 설령 돈이 있어도 식량 자체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북한의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 일대에 코로나19에 전염병까지 확산되자 북한 지도부도 방역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코로나 관련 상비약을 황해남도에 가장 먼저 전달한 게 대표적이다. 대북 제재 후유증도 크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화학비료가 있어야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데, 오랜 대북 제재로 원유를 수입하지 못하다 보니 비료 자체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매년 20%가량 만성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악재가 한꺼번에 닥칠 경우 올해는 부족분이 30%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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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을 잇는 철길이 막힌 것도 북한의 식량난을 가중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북·중 무역의 70%를 차지하는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화물열차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1월 정기 운행이 중단됐다가 2년 만인 지난 1월 재개됐다. 하지만 지난 4월 북한과 중국에서 오미크론이 확산되자 운행이 다시 정지됐다. 이와 관련,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0일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 해소를 위해 중국에 화물열차 운행의 시급한 재개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 곡물가마저 급등하면서 식량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최근 국가별 현황 보고서에서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86만t에 달하며, 지금처럼 곡물 수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올해 8~10월 혹독한 시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 노동신문도 “공화국 행로에서 오늘과 같이 초강도의 비상 국면은 없었다”며 위기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식량난의 피해는 고스란히 북한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지난달 6일 발표한 ‘2022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 10명 중 4명(41.6%)은 만성적인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5세 미만 북한 어린이의 연령 대비 발육 부진 비율도 18.2%에 달했다. 남 교수는 “비료나 농기계가 태부족한 상태에서 개인별 인센티브가 없는 협동농장 체제를 지속하는 한 북한의 식량난은 해결되기 힘들다”며 “3모작을 하면서도 늘 쌀이 부족하던 베트남이 도이모이(개혁 개방)를 통해 세계 2위의 쌀 수출국으로 탈바꿈한 사례를 북한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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