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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코인 하락에 투자 급증...유튜브도 뒤집은 '5% 연금' 비밀

중앙일보

입력

보험가 강타한 5% 보증 연금

어느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있었다. 시어머니는 날만 새면 떡 바구니를 들고 떡을 팔러 다녔다. 보다 못한 며느리가 “어머니 제발 떡 좀 그만 팔러 다니고 아기 좀 봐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시어머니는 계속 떡을 팔러 다녔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늙어 병석에 눕게 돼 화장실 출입마저 못하게 됐다. 결국 시어머니의 대소변을 며느리가 치우게 됐다. 시어머니는 이때다 싶어서 변을 볼 때마다 뽕잎으로 덮고 그 위에다 배춧잎(만 원권)을 얹어 놓았다. 그러자 며느리가 하는 말, “어머님의 변은 보기만 해도 좋아요.”

인터넷에 떠돌았던 노후준비에 대한 유머다. 자고로 노년에 ‘돈’이 있어야 대접받는다는 뜻일 게다. 그럼 이쯤에서 웃자고 하는 유머를 정색하며 진지하게 뜯어보자. 이 시어머니가 힘겹게 떡 팔아 모은 배춧잎도 마르고 닳도록 나올 수는 없는 법. 언젠가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며느리의 ‘변 예찬론’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지 모른다. 길어진 수명만큼 돈이 많이 드는 노후생활. 노년을 대비하는 금융상품으론 연금만 한 게 없다. 수명이 다하기 전에 돈이 바닥나지 않고, 은퇴 후 월급처럼 활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5% 연금’이 대형 보험사에서 출시되면서 연금 시장의 지형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가입 나이·기간에 따라 연금액 차이

‘현존 최고의 연금상품’, ‘노후대비를 위한 획기적인 연금’. 인터넷이나 유튜브에서 일명 ‘5% 연금’을 소개하는 데 따라붙는 현란한 수식어들이다. 도대체 ‘5% 연금’이 뭐길래 야단법석일까. 이 상품은 엄밀히는 ‘5% 최저연금 보증형’ 상품이다. 중도 인출이나 해지 등에는 보증하지 않고, 노후에 평생 연금으로 수령 시에만 5% 단리 최저 연금액이 보증된다. 일시금으로 받을 때도 최저보증은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5% 연금을 내놓은 보험사는 모두 4곳이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KDB생명과 DGB생명이다. 모두 변액연금으로 출시됐다. 일반적으로 실적배당형 상품인 변액연금은 투자 실적에 따라 연금액이 달라지는 형태이지만, 이 상품은 투자 실적이 저조하더라도 연금으로 수령한다면 5% 단리의 최저연금액을 보증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삼성생명은 지난 6월 최저연금보증형 변액연금인 ‘삼성생명 탄탄한 변액연금보험’을 출시했다. 투자실적에 관계없이 가입 시점에 납입보험료와 연금개시 시점을 정하면 미래에 받을 최저 연금액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그 최저 연금기준 금액이 주계약 납입보험료의 ‘연 단리 5%’여서 ‘5% 연금’으로 불린다. 사실 ‘5% 최저연금 보증형’의 등장은 꽤 오래됐다. 저금리 시대 속 ‘연 단리 5%’를 내세우며 교보생명이 ‘미리보는 내연금 교보 변액연금보험’을 출시한 것은 2014년이다. 이 상품은 출시 1년 만에 7만여건의 판매고를 올리며 순항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에 집중하는 트렌드 변화와 변액보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맞물리며 인기는 주춤해졌다.

그렇다면 ‘5% 최저연금 보증형’ 상품의 인기 역주행은 가능할까. 민복기 한국가계재무연구소장(한국금융연수원 외래교수)은 “현재 대부분 보험사의 영업전략은 여전히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에 맞춰져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은퇴에 대한 선행적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개인연금은 건강보험의 지역가입자 보험료 산출에 반영되지 않기에 공적연금에 대한 불만을 흡수할 대체상품으로 드라이브를 걸기에 상당히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대표는 “5% 최저연금 보증형은 장기적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미래에 체감되는 연금액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지만, 가용자금을 소비로 지출하지 않고 장기 연금으로 묶어두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영용 에이플러스에셋 강남중앙사업단 상무는 “최근 주식과 코인으로 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봤고, 예·적금은 기껏해야 3년짜리 상품이어서 장기상품에 관심 있는 고객들이 ‘5% 연금’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5% 최저보증’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고 해도 5%의 장기 보장은 어떻게 가능할까. 유튜브에서 ‘연금박사’를 운영하는 연금박사상담센터 이영주 대표는 “5% 최저연금 보증형 상품은 중간에 인출하거나 해지하는 사람들에게 받은 돈(수수료 등)으로 연금 받는 사람들에게 이자를 주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상품을 ‘부익부 빈익빈의 자본주의적 특성을 여실히 반영한 상품’이라고 했다. 손해를 보면서도 연금을 중간에 깰 가능성이 큰 서민의 돈으로, 부자들이 여윳돈을 장기로 묶어두고 금리 혜택을 받는다는 논리다. DGB생명의 보험료 예시에 따르면, 가입 후 10년 경과 후 해지했을 때 환급금은 투자수익률이 -1%일 경우 납입 보험료의 72.9%, 3.375%일 경우 92.4% 수준이다. 민복기 소장은 “장기적인 현금흐름을 계산해보고 반드시 연금으로 사용할 돈에 한해서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보험사마다 달라 꼼꼼하게 따져봐야

‘5% 최저연금 보증형 변액연금’에서 우선 관심을 받는 것은 5% 적용 기준이다. 현재 이 상품을 판매하는 4개 보험사 상품 중에서 5% 보증 관련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곳은 KDB생명이다. KDB생명의 ‘오!행복드림’은 연금개시 전까지 보험료(납입액)의 5%를 단리로 최저보증한다. 삼성생명의 ‘탄탄한 변액연금’은 납입기간 또는 20년 중 긴 기간에 대해 5% 연금액 최저보증을 해준다. 이후 연금 개시 전까지는 4%의 단리 이자가 적용된다. DGB생명의 ‘그랑에이지변액연금’은 20년간은 5%, 이후에는 4%를 최저보증한다. 교보생명은 납입기간에만 5%(이후 거치기간 4%)를 최저보증한다.

20세 남성이 월 100만원씩 10년간 납입하고, 65세부터 평생 연금을 받기로 가정해보자. 최저보증 연금액은 4곳 중 KDB생명이 월 165만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DGB생명(163만원), 삼성생명(146만원)의 순으로 연금액이 많고, 납입기간 10년에만 5%가 적용되는 교보생명(137만원)의 연금액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40세에 가입한 것으로 가정하면 DGB생명이 월 98만원으로 가장 높은 연금액을 지급하고, KDB생명이 월 92만원으로 뒤를 따른다. 이어 삼성생명(88만원), 교보생명(81만원)의 순이다. 5% 단리 금리 적용기간과 장기유지 가산율, 지급률 등이 종합적으로 적용된 결과다. DGB생명은 20년 이상 장기유지하면 10%의 장기유지 보너스를 더해주고, KDB생명은 5%를 얹어준다.

연금 개시 나이와 의무 거치기간도 따져봐야 한다. 삼성생명과 DGB생명은 45세 이후 연금 개시를 선택할 수 있지만, 교보생명과 KDB생명의 경우 55세 이후 연금 수령이 가능하다. 의무 거치기간(적립식)은 4곳 중 삼성생명이 10년으로 가장 길다. 다른 3곳은 5년이다. 대신 삼성생명의 상품은 0세부터 가입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영주 대표는 “KDB·DGB·교보생명의 5% 최저연금 보증형 상품은 가입이 15세 이후 가능한데, 삼성생명은 0세부터 가능해 자녀를 위해 일찍 연금상품에 가입해 두려는 부모들의 관심이 높다”며 “반면 삼성 상품은 의무 거치기간이 길어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가입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영용 상무는 “15세 이전 가입 시에는 삼성생명이, 15세 이후 가입하면 KDB생명의 최저연금 보증이 대체로 유리해 보이지만, 장기유지 가산율이나 투자실적, 추가납입 여부 등에 따라 유리한 상품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가입 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사망 보장도 비교해야 한다. 연금으로 쌓아둔 돈을 충분히 수령하기 전에 일찍 사망한다면 어찌 될까. KDB·DGB·교보생명은 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을 최저 보장해준다. 삼성생명은 원금을 보장해준다. 궁극적으로 변액보험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자칫 ‘5% 최저연금 보증’이 강조되며 예·적금으로 오인될 수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5% 연금 마케팅에 대형사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배경으로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했다. 5% 최저연금 보증형 상품은 예·적금처럼 원금 보장이나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 연금 수령 전 해지 시에는 투자실적에 따라 손실 가능성이 있다. 10년 이상 유지 시에는 월납 150만원, 일시납 1억원에 한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1억 맡길 때 ‘5% 보증형’이 공시이율 상품보다 이자 많아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1억원을 목돈으로 5% 최저연금 보증형 상품에 맡기면, 얼마나 받을까. 현재 5% 최저연금 보증형으로 일시납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삼성생명과 DGB생명 두 곳이다. 45세 남성이 1억원을 맡기고 연금으로 받는다고 가정해봤다. 투자실적에 상관없이 연금에 대한 5% 최저보증을 가정하면, 60세부터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연 최저연금액은 700만원(월 58만원)이다. 연금 개시 연령이 올라갈수록 연금액은 커진다. 65세부터는 연 850만원(월 71만원), 70세부터는 연 900만원(월 75만원), 75세 이후 수령한다면 연 950만원(월 79만원)을 받을 수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연금개시 전 보험유지 기간이 20년 이상이면 장기유지보너스를 더해주고, 투자실적이 좋을 경우 이를 최저연금액에 반영해준다. 이를테면 투자수익이 3.375%일 경우 연금액은 같은 조건으로 60세부터 연금 수령 시 741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영용 에이플러스에셋 상무는 “40대 이후에 추천하는 일시납 방식에선 투자실적에 따른 추가수익이 가능한 삼성생명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탄탄한 변액연금보험’의 의무 거치기간은 10년으로, DGB생명의 ‘그랑에이지변액연금’은 1년보다 훨씬 길다.

그렇다면, 공시이율이 적용되는 즉시연금과 ‘5% 최저연금 보증형’ 상품은 얼마나 차이날까. 삼성생명의 ‘건강하게여유만만’에 현 공시이율인 2.75%(복리)가 유지된다고 가정해봤다. 60세부터 연금을 받는다면 연간 537만원(월 45만원), 65세부터는 656만원(월 55만원), 70세는 815만원(월 68만원), 75세는 1036만원(월 86만원)을 받을 수 있다.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경우 공시이율 상품은 10년간은 1% 최저보증, 이후는 0.5%로 최저보증된다. 이 상무는 “현재 5% 최저연금 보증형 일시납이 공시이율(복리)보다 이자가 많은 편이라, 공시이율 상품은 거의 판매되지 않고 있다”며 “향후 공시이율이 올라가고 30년 이상 복리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면 공시이율 상품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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