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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첨병 역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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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호 04면

한국 첫 달 탐사선 발사 

5일 오전 발사된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약 700㎞ 상공에서 발사체와 분리에 성공하자(아래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람실에서 지켜보던 연구진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전 발사된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약 700㎞ 상공에서 발사체와 분리에 성공하자(아래 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람실에서 지켜보던 연구진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발사된 첫 달 궤도선 ‘다누리호’는 한국의 짧은 우주개발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지구 저궤도 약 600㎞ 내외, 정지궤도 약 3만6000㎞ 내외였던 우리나라의 우주 영역이 이번 임무를 통해 지구에서 약 38만㎞ 떨어진 달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올해 말 목표 궤도 진입에 성공할 경우 러시아·미국·중국·일본·유럽연합(EU)·인도에 이어 세계 7번째로 달 탐사국 반열에 오르게 된다. 러시아가 1959년 세계 최초로 달에 무인 우주선을 보내고, 미국이 1969년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밟았을 때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가난한 나라에서 7대 우주강국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특히 지구와 달 사이 거리보다 먼 우주 공간인 ‘심우주’를 탐사할 초석을 놓았다는 의미가 있다. 선진국과 크게 벌어진 기술 격차를 줄이면서 노하우를 축적해 향후 한국의 첫 달 착륙선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달 너머 화성까지 유인 탐사선을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한 글로벌 우주개발 경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도 한국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음을 뜻한다. 한국과 미국 등 세계 22개국과 다수 민간 기업이 참여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2025년 유인 탐사선의 달 극지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누리호엔 국내 개발 탑재체와 함께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특수 카메라 ‘섀도캠’이 탑재됐다. 섀도캠은 달 표면의 그림자를 측정하는 카메라다. 다누리호는 이를 통해 달 궤도에서 달 표면의 음영을 조사해 물의 흔적 등 유용한 정보를 찾아 NASA에 전송할 예정이다.

5일 오전 발사된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약 700㎞ 상공에서 발사체와 분리에 성공했다. [사진 스페이스X 유튜브]

5일 오전 발사된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약 700㎞ 상공에서 발사체와 분리에 성공했다. [사진 스페이스X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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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리호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선발대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 시라그 파리크 미 국가우주위원회 사무총장 등 과학기술 분야 주요 인사들과 만나 “한국의 달 궤도선(다누리호)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기여하듯이 향후 화성 탐사에 이르기까지 양국의 협력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누리호는 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경제·산업적 이익을 창출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평가된다. 달에는 21세기 최고의 전략 자원으로 꼽히는 희토류 외에도 우라늄과 헬륨3 등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지구에는 거의 없지만 달에는 약 110만t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헬륨3는 인류의 미래를 풍요롭게 해줄 강력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헬륨3를 핵융합 발전에 활용하면 유해 방사능 폐기물 없이 원자력 발전의 5배 이상 효율로 전기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헬륨3가 100t만 있어도 지구 온난화나 환경오염 등을 걱정하지 않고 모든 인류가 1년간 사용하는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다누리호는 달 표면과 이런 자원들을 관측만 할 뿐 당장 헬륨3 등 자원을 추출해 지구로 나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만큼 앞으로 미국 등과 협력해 국익을 챙길 여지는 충분하다.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최근 NASA에서도 한국과 달 자원 추출 장치 등의 기술 개발 분야에서 협력할 것을 검토하는 등 긍정적 상황이 기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기대를 현실화하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달 착륙선 개발, 발사체 기술 확보 등의 과제에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달 궤도선은 달 착륙선과 달리 달의 표면을 직접 관측할 순 없는 만큼 다른 우주강국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또 이번 발사가 어디까지나 미국 민간 기업(스페이스X)의 로켓에 의존한 만큼 충분한 추력 확보 등을 위한 기술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런 한계 극복을 위해 2031년까지 달 착륙선을 우리 발사체로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달 착륙선의 임무와 설계안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착륙선을 달로 보낼 차세대 발사체는 2031년까지 1조9330억원을 투입해 100t급 엔진 5기와 10t 엔진 2기를 탑재한 2단 발사체로 개발할 계획이다. 1.8t 무게의 달 탐사선을 쏠 수 있다. 현재 이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며 통과할 경우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앞서 한국은 올 6월 자력으로 만든 첫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누리호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속도는 초속 7.5㎞다. 지구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 다른 천체로 가려면 초속 11.2㎞ 이상이 돼야 한다. 이번 다누리호 발사에 누리호 기술이 쓰이지 못한 이유다. 다누리호 발사에 사용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은 1단부 추력이 775t으로 누리호의 1단부 추력(300t)보다 2배 이상 강력하다. 박성동 쎄트렉아이(인공위성 제조사) 창업자는 “국민들의 많은 격려 속에 지구 궤도 밖으로 향한 (한국의) 첫 탐사선인 다누리호를 계기로 정부와 산학연이  국내 심우주 탐사 기술 발전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 “비행 궤적 설정에만 7개월 걸려, 성공적 결과 기대”

이상률

이상률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발사된 플로리다 발사 현장에서 이상률(사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성공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4개월반, 달까지 600만㎞의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도 적지 않았다.

다누리 발사 성공 의미는.
“달을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다. 궤적 수정 기동 등 설계한 대로 달 궤도까지 무사히 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달 궤도에서 6개 탑재체들이 1년 이상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완전한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이번 BLT(탄도형 달 전이방식) 궤도가 흔치 않은 비행 궤적인데.
“연료를 아껴야 했기에 불가피하게 선택한 궤적이다. 최장 비행거리가 약 600만㎞에 달한다. 이를 정확히 계산한다는 건 상당한 모험이자 부담이었다. 연구진들이 밤을 새워 논의하고, 회의하고, 계산하고, 또 했다. 최초 BLT 궤적 설계에 꼬박 7개월이 걸렸다. 애를 쓴 만큼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미국 NASA로부터 ‘이 분야에서 아주 큰 성과를 이뤘다. 매우 우수해서 수정할 부분이 없다’는 검토 결과를 받았다. 그동안 축적한 위성 기술이 집약되었기 때문에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달 탐사가 다시 각광을 받는 이유는.
“올해는 인도·일본·아랍에미리트 등이 달 탐사선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19개국과 유럽 우주국에서 106개의 달 궤도 및 달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50년 전의 달 탐사는 일회성으로 그 자체가 목표였다. 그러나 지금은 달에 인간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기지를 건설하고 자원을 채굴하는 등 지속할 수 있는 목표로 바뀌고 있다. 특히 달의 남극에 물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달의 효용가치는 커졌다.”

최준호 기자, 케이프커내버럴=공동취재단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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