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깬 파격 영입 효과? 롯데쇼핑 어닝서프라이즈

중앙일보

입력 2022.08.05 16:10

업데이트 2022.08.05 16:45

국내 최대 유통기업인 롯데쇼핑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긍정적인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 6월부터 심화한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온전히 반영되진 않았지만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가는 구조가 다져지고 있다는 평가다.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 롯데쇼핑]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 롯데쇼핑]

백화점 10년 만에 최대 성장

롯데쇼핑은 올 2분기 매출 3조9019억원, 영업이익 744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같은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882.2% 늘었다. 특히 1분기에 이어 당기순이익 455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 이후 3년 만에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146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최영준 롯데쇼핑 재무본부장은 “그동안의 바닥 다지기를 끝내고 다시 ‘유통 1번지’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하반기 물가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염려와 함께 환율 등 대외 환경 변화 추이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쇼핑 2022년 2분기 실적〉 (단위:억원)

자료 : 롯데쇼핑

자료 : 롯데쇼핑

롯데쇼핑 사업은 크게 백화점·마트·전자제품점·슈퍼·홈쇼핑·영화관 등으로 구성된다. 실적을 이끈 1등 공신은 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명품은 물론 패션과 스포츠·아동 부문 수요가 살아나면서 2분기 매출이 지난해 동기대비 14.9% 증가한 828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성장률이다.

대대적인 재단장을 마친 롯데백화점 본점 5층 남성 해외패션관 모습. [사진 롯데쇼핑]

대대적인 재단장을 마친 롯데백화점 본점 5층 남성 해외패션관 모습. [사진 롯데쇼핑]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롯데컬처웍스(영화)도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컬처웍스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180.6%) 증가한 1214억원을 기록하고 영업흑자로 전환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영화관 내 팝콘 취식이 가능해진 데다 ‘닥터 스트레인지’ ‘범죄도시2’ ‘탑건2’ 등 대형작들이 흥행하면서 5~6월 매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여전히 71억 영업적자지만 적자 폭을 상당 부분 줄였다.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으로 야외 활동이 늘면서 식자재 구입 수요는 줄었지만 대신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과 와인 등 주류매출이 두 자릿수 늘어 실적을 뒷받침했다.

하이마트 부진 ‘대형화’ 추진 

반면 전자제품 전문점인 롯데하이마트는 부진한 성적을 나타냈다. 롯데하이마트는 2분기 매출이 88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줄고, 영업이익은 99% 급감해 3억원에 그쳤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얼마 안 돼 주요 가전을 교체한 사람들이 많았고, 물가 상승 기류가 강해지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근본적으론 온라인 쇼핑과 삼성·LG 등 제조사 전문점 등과의 경쟁이 거세진 만큼 앞으로 대형 매장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인 롯데온도 전분기와 비슷한 규모인 492억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거래액은 1분기에 이어 15% 안팎으로 성장하며 국내 이커머스 전체 성장률을 웃돌았지만, 비대면 쇼핑에 부정적인 엔데믹 여파와 마케팅 비용 등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롯데온은 새벽배송 사업을 접고 배송 차량을 축소하는 등 비용절감을 함께 진행 중이다.

6년 만에 드디어 흑자내나

롯데쇼핑은 국내·외 악재가 이어지며 최근 5년 동안 당기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에는 그룹 내에서 롯데케미칼에 매출 1위 자리를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올해는 구조조정과 인적 쇄신 효과가 나타나며 호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020년부터 전체 700여 개 점포 중 30%인 200여 개 점포를 폐점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해엔 사상 처음으로 희망퇴직도 받았다.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가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사진 롯데쇼핑]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가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하고 있다.[사진 롯데쇼핑]

특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조직을 기존 BU(비즈니스 유닛)에서 HQ(헤드쿼터)로 바꾸면서 더 많은 권한을 부여했다. 독립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추진하며 성과를 내보라는 의미에서다. 이를 위해 오랜 ‘순혈주의’를 깨고 기업 수장을 외부에서 대거 영입해 업계에서 파격 인사라며 화제가 됐다.

롯데는 유통군 전체 수장으로 글로벌 유통기업 P&G 출신의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를 선임하고, 롯데쇼핑의 상징과도 같은 롯데백화점 대표로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 출신의 정준호 대표를 영입했다.

‘유통명가’ 되찾겠다…새 지도부 쇄신 박차

김 부회장은 사업 효율화와 고객 중심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고객들의 첫 번째 쇼핑 목적지가 롯데가 되도록 하자”는 비전을 제시하고 기존 점포를 고객 수요에 맞게 재단장하고 새로운 컨셉트의 매장을 도입하는 등 유통업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 초대형 마트인 ‘제타플렉스’나 와인특화 매장 ‘보틀벙커’, 창고형 매장 ‘맥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서울 송파구 와인전문매장 '보틀벙커'에 입장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 롯데쇼핑]

서울 송파구 와인전문매장 '보틀벙커'에 입장하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 롯데쇼핑]

이런 조직 쇄신 효과가 올 2분기부터 사실상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게 롯데와 유통·투자업계의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롯데쇼핑의 당기순이익이 올해 6년 만에 흑자전환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백화점과 아울렛의 이익 창출, 영화관 외 콘텐트 사업 등 컬처웍스 회복, 마트 구조조정 효과 등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수익성이 더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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