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자가 본 K팝...흑인음악 모방? 이해? 관객은 안다[BOOK]

중앙일보

입력 2022.08.05 14:00

업데이트 2022.08.07 12:36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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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은 흑인 음악이다 
크리스털 앤더슨 지음
심두보ㆍ민원정ㆍ정수경 옮김
눌민

밖에서 한국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늘 궁금하다. 국내 주요 사건에 대한 외신 반응이 국내에 돌아와 화제가 되는 이유다. 꼭 동의하지 않더라도 어떤 ‘오해’는 고맙기도 하다. 최근 몇 년간 방탄소년단(BTS)으로 상징되는 K팝에 대한 분석과 찬사에서 이런 경향이 강했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 아프리카계 미국학과와 예술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흑인 문화 연구자로, 흑인 음악과 아시아 대중음악을 국제적인 시각에서 살펴왔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K팝이란 점에서 흥미로운 시각이 많다.

우선 199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K팝과 흑인 음악 연결고리의 정확한 의미를 한눈에 볼 수 있다. K팝의 곡 구성 방식에서 창법, 댄스와 퍼포먼스, 의상 스타일, 프로듀싱 등이 흑인 음악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세심하게 알려준다. 가령 소녀시대의 서브 유닛 태티서(태연ㆍ티파니ㆍ서현)나 원더걸스에서 흑인 걸그룹 스타일 모방의 의미를 찾아낸다. 90년대 이후 K팝 가수들이 어떤 레퍼런스에 기반을 둬 음악을 전개했는지 참고가 되는 정보로 가득하다.

2000년 무렵의 god. 저자는 'god의 가장 뚜렷한 스타일은 훵키한 곡 구성과 가스펠적인 가창"이라며 특히 "김태우의 파워풀한 목소리를 통해 가스펠의 영향이 짙게 드러나는 R&B 보컬 사운드를 만들어낸다"고 책에 썼다. 중앙포토

2000년 무렵의 god. 저자는 'god의 가장 뚜렷한 스타일은 훵키한 곡 구성과 가스펠적인 가창"이라며 특히 "김태우의 파워풀한 목소리를 통해 가스펠의 영향이 짙게 드러나는 R&B 보컬 사운드를 만들어낸다"고 책에 썼다. 중앙포토

저자의 오랜 K팝 사랑은 곳곳에 묻어난다. 그는 친구 집에서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다가 보이그룹 SS501로 K팝에 입문했다. 이들에게서 ‘템테이션스’나 ‘글래디스 나이트 앤드 더 핍스’ 같은 60년대 흑인 음악의 흔적을 찾아내고 반가웠다고 한다. 덕분에 다시 소녀 시절로 돌아가는 체험을 했다는 그는 종종 해외 언론의 탐사 보도의 대상이 되는 ‘K팝의 그늘’이 아니라, ‘K팝의 진정성’에 근거를 둔 복잡한 문화적 역동성을 밝히는데 책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든든한 K팝 대변자를 자처하는 저자는 일부 가수의 행동을 근거로 K팝을 흑인 문화 전유와 도용으로 보는 시선에 선을 긋는다. K팝 아티스트들이 흑인 대중음악의 성장 토대가 된 20세기 미국의 사회경제적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단순히 ‘쿨’하게 보이는 효과를 위해 사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은 90년대부터 나왔다. 이런 비판의 골자는 K팝에 흑인 음악 수용의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드림콘서트의 관객들.(Photo by Jung Yeon-je / AFP)〈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6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드림콘서트의 관객들.(Photo by Jung Yeon-je / AFP)〈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자의 시각은 반대다. 그에 따르면 장르 수용의 진정성은 흑인·비흑인 등의 정체성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관계가 적용되는 연속체 위에 놓여 있다. K팝에 부정적 문화 전유의 사례가 있을 수는 있지만, 전체를 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는 이 형태의 음악을 인정하는 수용자의 존재 여부다. 저자는 “관객은 단순히 동작을 모방하는 공연과,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드러내는 공연을 구별한다. 그들은 음악을 듣고 진정성을 판별한다”고 말한다.

서문에 ‘한국 독자에게 던지는 러브콜’이라는 표현을 썼을 정도로 이 책이 K팝에 호감을 갖고 작성된 깊이 있는 연구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낯설고, 때로는 당혹스러운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흑인 문화에서 받은 영향을 강조하기 위해 다소 도발적으로 의역된 한국어판 제목 『케이팝은 흑인 음악이다』도 그중 하나다. K팝은 안에서 보기엔 그냥 ‘한국 음악’인데 말이다. 이 책의 영문 원제는 'Soul in Seoul‘, 즉 '서울의 소울’이다.

이 책이 K팝의 가장 큰 특징인 열정적인 팬덤에 대해 언급하지만, 흑인 음악 혹은 문화의 영향과 팬덤이 정확히 어떻게 연결되는 것인지 설명되지 않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 팬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 ‘내 가수’를 키워내는 것은 다소 극성스럽고 부지런한, 매우 K팝적인 문화라고 여겨 온 국내 시선과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K팝의 매력이나 경쟁력에 대한 설명이 매번 흑인 음악의 영향으로 환원되는 듯한 주장이 반복되는 것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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