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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속 확대된 유류세 인하율…"취약층 보조금 등도 고민해야"

중앙일보

입력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연합뉴스

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회가 나서 유류세 인하율을 50%까지 확대했다. 기름값이 추가로 오르면 정부가 휘발유·경유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는 카드가 생긴 것이다.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을 때 유류세 인하는 꼭 필요한 정책으로 꼽히지만, 기본세율 조정이나 취약층 보조금 같은 숙제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는 2일 본회의에서 2024년 말까지 유류세 탄력세율 한도를 기존 30%에서 50%로 한시 확대하는 내용의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안과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공급난이 심화하면서 발생한 고유가·고물가 기조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국내서 많이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7월 배럴당 72.93달러에서 지난달 103.14달러로 상승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관련한 수단은 모두 동원한 상태다. 인하율을 법정 한도(30%)까지 올리고, 기준 세율도 조정하면서 인하 효과를 37%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치(50%)로 적용하면 휘발유에 붙는 유류세가 지금보다 L당 148원 더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탄력세율 조정이 곧바로 유류세 인하를 의미하진 않는다. 지난달 말 L당 2100원을 훌쩍 넘겼던 국내 휘발유 판매가는 국제 유가 하락, 유류세 인하 속에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4일 판매가는 1866.41원까지 떨어졌다. 기름값 압박이 줄어든 만큼 당장 정부가 유류세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셈이다. 유류세를 계속 줄이면 세수 감소, 재정 건전성 악화도 고민해야 한다.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급락해 배럴당 80달러대까지 떨어진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스1

국제유가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급락해 배럴당 80달러대까지 떨어진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는 5일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논의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내고 유류세 인하 상황을 분석했다. 입법조사처는 고유가로 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될 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대응 방안이 유류세 인하라고 짚었다. 국회가 진행한 유류세 관련 논의의 필요성에 동의한 것이다. 올해 들어 독일·영국 등도 물가 안정을 위한 유류세 한시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유류세 인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유류세 기본세율을 그대로 두고 탄력세율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과 탄력세율 조정폭은 그대로 두되 기본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 개정안은 전자를 택했다.

하지만 입법조사처는 법 개정으로 정부가 조정할 수 있는 탄력세율 범위가 너무 커지는 데 우려를 표했다. "예외적인 경우라도 조세법률주의·포괄위임금지 원칙을 규정한 헌법의 근본 취지를 벗어나면 안 된다"면서 "향후 논의에선 탄력세율 조정폭을 현행 30%로 유지하되 기본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류세 인하는 차량 운전자 등 특정 국민에게만 혜택이 집중된다는 한계가 있다. 입법조사처는 고유가 대응 방식이 무조건 유류세 인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 대상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 가격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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