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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한 데킬라부터 상큼한 배까지, 풍부한 향으로 치장한 맥주 [쿠킹]

중앙일보

입력

손봉균의 〈맥주 한잔〉 
편의점 맥주의 세계는 놀랄 만큼 방대합니다. 지금도 맥주의 종류와 맛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같은 종류의 맥주라 해도 제품에 따라 전혀 다른 향미와 맛을 가지고 있죠. 아직 내 입에 딱 맞는 맥주를 찾지 못했다면, 또는 방대한 맥주의 세계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손봉균의 맥주 한잔’를 추천합니다. 맥주 전문가를 뜻하는, 국내 1호 씨서론(Cicerone) 손봉균 씨가 당신에게 딱 맞는 편의점 맥주 한 캔을 골라드릴 테니까요. 읽으면 읽을수록 내 취향의 맥주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맥아는 보리의 싹을 일컫는 말로 맥주의 주재료 중 하나다. 사진 pixabay.

맥아는 보리의 싹을 일컫는 말로 맥주의 주재료 중 하나다. 사진 pixabay.

엿기름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단어만으로 추측하면 엿을 쥐어짜서 얻어낸 기름(油)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만, 사실 엿기름은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을 틔운 후에 말려서 만든 것을 말합니다. ‘단맛’을 뜻하는 ‘엿’에 ‘기르다’의 명사인 ‘기름’을 붙인 단어이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엿기름은 보통 식혜를 만들 때 사용합니다. 그런데 엿기름은 보리의 싹을 뜻하는 ‘맥아(麥芽, malt)’와 같은 말입니다. 즉, ‘엿기름’은 식혜만이 아니라 맥주의 주재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식혜도 맥주도 엿기름을 주재료로 쓰지만, 차이는 있습니다. 싹의 길이가 다릅니다. 보리를 싹 틔우면 아밀라아제라는 당화 효소가 생깁니다. 아밀라아제는 보리 알곡의 전분을 당분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보리 싹을 길게 틔우면 보리 알곡의 전분을 모두 당분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따라서 식혜에 들어가는 엿기름은 단맛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 싹을 다소 길게 틔웁니다. 반면, 맥주를 만들 때 필요한 엿기름은 당화 효소와 함께 효모의 발효까지 고려해야 해서 전분이 중요합니다. 적절한 양이 전분이 남아 있어야 맥주 양조에 알맞은 맥즙(맥아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싹의 길이가 더 짧은 것을 사용하죠.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엿기름(맥아)에 물을 넣고 열을 가해 당분을 뽑아내 ‘맥즙’을 만듭니다. 이 맥즙에 홉과 효모를 넣고 발효하면 맥주가 되죠. 효모가 맥즙의 당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때 맥아에서 나오는 맛과 향이 맥주의 맛에 큰 영향을 끼치죠. 물론 맥주에 맥아의 맛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맥아가 아닌 ‘그 외의 맥주 맛과 향’은 효모가 발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내는 맛입니다.

최근 인기를 끈 곰표맥주도 과일 향이 나는 가향맥주다. 중앙포토

최근 인기를 끈 곰표맥주도 과일 향이 나는 가향맥주다. 중앙포토

또, 맥주의 다양성과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첨가하는 부재료들로부터 나오는 ‘맛과 향’도 있습니다. 생과일을 갈아 넣기도 하고 식품용 향료를 첨가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색다른 향료를 첨가한 맥주를 ‘가향맥주’라고 부릅니다. 최근에 인기를 끈 ‘곰표맥주’도 가향맥주이죠. 곰표맥주는 국산 밀과 함께 패션프루트‧복숭아‧파인애플 추출물을 첨가해서 과일 향이 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향맥주는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날에 잘 어울립니다. 차가운 맥주를 마시면 무엇보다 시원하고, 이때 올라오는 색다른 향이 상쾌함을 주기 때문이죠. 물론, 내가 좋아하는 향인지 아닌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니 가향맥주를 마시기 전에는 약간의 정보가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가향맥주 세 가지를 추천해보겠습니다.

① 테킬라 향이 물씬 나는 맥주 ‘데스페라도스’

라임과 데킬라 향이 더해진 가향맥주, 데스페라도스. 사진 데스페라도 인스타그램

라임과 데킬라 향이 더해진 가향맥주, 데스페라도스. 사진 데스페라도 인스타그램

데스페라도스는 외관부터 화려합니다. 노랑‧빨강‧초록 등의 알록달록한 색으로 치장하고 있죠. 그래서인지 마치 멕시코 맥주 같은 느낌을 줍니다만, 사실 네덜란드 맥주입니다. 한 모금 마시면 상큼한 라임 향과 함께 은은한 테킬라 향이 느껴지고, 뒤로 갈수록 맥주의 고소한 맛이 여운으로 남습니다. 맥주를 베이스로 만든 맛있는 칵테일을 마시는 느낌이죠. 5.9%의 다소 높은 알코올 함유량을 잊을 정도로 깔끔한 맛을 지닌 맥주이기도 합니다. 시원하게 냉장했다가 갈증 나는 날에 벌컥벌컥 마시기 좋습니다. 민트‧라임‧럼 향까지 첨가한 ‘데스페라도스 모히토’ 버전도 있습니다. 모히토 버전은 데스페라도스에 비하면 호불호가 갈리지만, 무더운 여름밤에 한 번쯤은 마셔 볼 만한 가향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라임’과 ‘테킬라’ 하면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음식이 있죠. 바로 멕시코의 대표 음식인 ‘타코’입니다. 밀이나 옥수수로 만든 토르티야 위에 고기와 채소를 넣고 살사(소스)를 올린 후, 생 라임과 고수를 곁들이면 타코의 맛이 배가 되죠. 타코는 대체로 맛과 향이 강해서 맥주도 맛과 향이 조금 강한 게 잘 어울립니다. 타코를 한 입 베어 물고, 테킬라와 라임 향이 깃든 데스페라도스 맥주를 곁들이면 그 순간만은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여름밤이 될 것 같네요.

② 갈아 만든 배, 탱크보이를 닮은 ‘말표 배 에일’

달달한 배의 풍미가 가득, 말표 배 에일. 사진 스퀴즈브루어리 인스타그램

달달한 배의 풍미가 가득, 말표 배 에일. 사진 스퀴즈브루어리 인스타그램

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산업’과 춘천의 크래프트 양조장 ‘스퀴즈브루어리’가 협업해서 만든 세 번째 맥주입니다. 밤 향을 첨가한 흑맥주, 청포도 향을 넣은 청포도 에일에 이어, 배 농축액을 섞어 깔끔하게 만들었죠. 캔을 따자마자 아주 많이 익숙한 향이 코끝을 자극합니다. ‘갈아 만든 배’나 ‘탱크보이’에서 맡아본 그 배 향이죠. 손끝이 시릴 정도로 차갑게 쟁여둔 ‘배 에일’을 한 입 마시면, 배의 단맛과 탄산이 시원하게 입안에 퍼져 나갑니다. 살짝 웃음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이게 정말 맥주라고 할 수 있는 건가?’라는 헛웃음일 수도 있고, ‘어라?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웃음일 수도 있습니다. 주위에 한 사람쯤 꼭 있는 ‘알쓰’(알코올 쓰레기의 준말이죠.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뜻합니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아나는, 그런 가향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한 번 빠져들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음식 중 하나가 평양냉면이죠. 이 평양냉면에 달달한 배 향이 가득한 ‘말표 배 에일’을 한 모금 마시면 또 웃음이 납니다. ‘이게 왜 어울리지?’, ‘왜 괜찮지?’라는 의외성에 터져버리는 웃음입니다. 배 에일의 단맛과 탄산이 냉면 육수의 은은한 육향을 살짝 받쳐주면서 입맛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냉면에 곁들이는 삶은 달걀마저 육수를 흐리게 한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평냉 마니아’들에게 지탄 받을 페어링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도전해 보시길 권해봅니다.

③ 라거와 똑 닮게 잘 만든 ‘칭따오 논알콜릭(비알코올)’

맥아 향을 그대로 품은 칭따오 논알콜릭. 사진 칭따오 인스타그램

맥아 향을 그대로 품은 칭따오 논알콜릭. 사진 칭따오 인스타그램

알코올이 없는 맥주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엿기름(맥아)에 물을 넣고 가열(당화)해서 얻은 맥즙에 물을 타고 탄산을 주입하거나, 맥주에 열을 가해서 알코올을 날려서 만들기도 합니다. 또, 맥주와 더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맥아 향이나 천연향을 가향하기도 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논알콜릭(비알코올) 맥주는 엿기름의 단맛이 많이 나는 경향이 있어서 인기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칭따오 논알콜릭’은 ‘알코올이 없으면 맛이 없다’라는 편견을 완전히 깨트릴 만큼, 맥주를 똑 닮은 ‘논알콜릭 맥주’입니다. 미세한 산미, 그리고 풍성한 거품과 탄산, 깔끔한 맥아 향은 ‘진짜 라거 맥주’를 떠올리게 해줍니다. 술이 당기지만, 알코올 함유량 때문에 맥주 마시는 게 꺼려지는 날이라면, 무엇보다 ‘칭따오 논알콜릭’을 추천합니다.

푸드 페어링〉
찹쌀가루나 밀가루 옷을 입혀 달걀 물에 살짝 적셔 기름에 지져낸 육전은 술안주로 참 잘 어울립니다. 기력이 달리는 여름철에 보양식으로도 제격인 음식이죠. 육전을 먹다 보면, 자연스레 술 한잔이 당기게 됩니다. 하지만 알코올 함량이 신경 쓰인다면? 또는 몸에 열을 올리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맥주 한잔하고 싶다면? 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이 순간 필요한 건? 바로 칭따오 논알콜릭입니다(웃음).

Drink Tip 알코올이 없는 맥주는 ‘무알코올’ 혹은 ‘알코올 프리’
최근 알코올이 없는 맥주가 인기입니다. 그런데 비알코올부터 논알코올, 무알코올 등 표기가 참 다양합니다. 맥주캔에 쓰인 ‘0.00’ 이나 ‘0.0’ 의 숫자도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다는 표현 같은데, 뭔가 아리송합니다. 궁금한 여러분을 위해 알려드립니다. 알코올이 전혀 없는 맥주는 ‘무알코올’, ‘알코올 프리(Alcohol free)’로 표기합니다. 비알코올, 논알콜릭(Non-alcoholic)은 알코올이 1% 미만으로 함유됐다는 뜻입니다. 즉, 맥주캔에 ‘0.0’이 쓰여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알코올이 없는 ‘무알코올’ 또는 ‘알코올 프리’인지 자세히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하이트 제로 0.00%’의 경우는,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알코올 프리)이고, ‘카스 0.0’의 경우에는 알코올이 1% 미만 함유된 논알콜릭(성인용 음료)으로 분류합니다.

손봉균 심플잇 오너셰프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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