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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장도 없이 검수완박 시대 맞는다…'식물 총장'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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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수장도 없이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총장 인선 작업의 진척이 더뎌지며 검찰 수장 공백이 길어지면서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기게양대 검찰 깃발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국기게양대 검찰 깃발 모습. 연합뉴스

총장후보추천위 빨라야 이달 중순 열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빠르면 이달 중순께 열린다. 당초 법무부가 지난달 말 검찰총장 후보 대상자로 10명가량을 추리면서 이달 초에는 추천위가 소집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위원들의 여름 휴가 일정, 지방 출장 등이 겹치며 일정이 미뤄졌다고 한다.

추천위는 김진태 위원장(전 검찰총장)과 권영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고문, 권준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이우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비당연직 위원이 4명 있다. 여기에 당연직 위원 5명으로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과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이종엽 대한변협회장, 정영환 한국법학교수회장,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참가한다.

추천 일정이 지체되면서 실제 총장 임명은 다음 달 중순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추천위가 소집돼 3인 이상의 후보자를 추려 추천하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다시 최종 후보 1명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된다. 이후 윤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 윤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는 모습.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반발하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김 전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연합뉴스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는 모습.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반발하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김 전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연합뉴스

검찰총장 최대 공백 기간 뛰어넘을 듯 

김오수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월 6일 퇴임한 이후 검찰 수장의 공백 기간은 이날 기준 90일째다. 현재 상태라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교체기 당시 한상대 전 총장과 채동욱 전 총장 사이에 있었던 역대 최장 공백 기간(124일)마저 뛰어넘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러면서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은 서두르더라도 다음 달 10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범죄로 한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 이후에 취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와 검찰은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 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헌법재판소가 다음 달 10일 이전에 결론을 짓지 않으면 해당 법은 예정대로 시행된다.

검찰 입장에선 70년간 유지됐던 형사사법제도의 큰 변화를 수장 공백 속에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해 1월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직접수사 범위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축소됐다. 이어 올 5월 3일 공포된 검수완박 관련 법률(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4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다음 달 10일부터 시행되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2대 범죄(부패·경제)로 더 줄어든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총장 부재속 주요 수사는 진행중

이미 검찰 인사, 조직개편 등이 마무리된 가운데 전 정부 연관 중요 수사도 궤도에 오른 상황이어서 신임 총장은 수사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됐다. 검찰이 검수완박 시행전 일부 사건 수사를 마무리한 뒤에 총장이 들어서게 될 수도 있다.

실제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 문재인 정부 전직 국가정보원장 등 핵심 인사가 연루된 사건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다.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사건도 사실상 전면 재수사를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부 등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일부를 압수수색하며 다른 부처로 수사를 확대했다.

그러면서 공백이 길어질수록 자연히 ‘식물 총장’ 우려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사사법제도가 크게 변화하는 사실상 과도기 상황에서 검찰 수장 공백의 장기화는 가뜩이나 검찰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축소될 가능성이 큰 차기 검찰총장에 대한 ‘식물 총장’ 우려를 더 키울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차기 총장 후보군으로 배성범(23기) 전 법무연수원장, 구본선(23기) 전 광주고검장, 노정연(25기) 부산고검장, 김후곤(25기) 서울고검장, 이두봉(25기) 대전고검장, 이원석(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전·현직 검찰 인사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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