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소영의 문화가 암시하는 사회

그림 사서 내 것 되면 망가뜨릴 권리도 있나요?

중앙일보

입력 2022.08.05 00:28

업데이트 2022.08.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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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술 초보를 위한 3가지 질문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주가 하락, 환율 급등, 금리 인상으로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어둡지만 미술시장은 여전히 활기차다. 액자 제작업체엔 주문이 밀려 있고 미술품 운송 업체는 예약이 힘들 정도다. 내달 초 서울에서 열릴 초대형 미술 장터 덕분이다. 런던에서 시작되어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Frieze)가 아시아 도시 최초로 서울에서 열린다. 통합 관람권 등으로 협업하는 한국화랑협회의 아트페어 키아프(KIAF)와 나란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9월 2일부터 프리즈는 5일, 키아프는 6일까지.)

여기에서 나올 매출을 포함해 올해는 한국 미술시장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연간 1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예술경영지원센터 데이터에 따르면 이미 상반기에만 미술시장 매출이 5329억원에 달했다. 양과 질 모두에서 한국 미술계가 아시아의 허브로 도약하리라는 기대도 많다.

거대 미술장터 ‘프리즈’ 내달 열려
‘도약 vs 거품붕괴’ 갈림길에 있어
NFT의 경우 악용하는 사례 많아
지식과 애정을 갖춰야 예술 향유

하지만 한국 미술시장이 코로나19 기간 중 풀린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주식·가상자산 시장과 함께 급상승하면서 거품이 많이 쌓였고 이제 경제 위축으로 그 거품이 터질 것이라는 불안도 있다. 갤러리들에 따르면, 최근 미술시장 성장을 주도해온 2030 컬렉터 중 상당수가 주식·코인 투자로 얻은 수익으로 미술작품을 사들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자산 가치가 하락하면서 구매 여력이 급감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경우, 2030 컬렉터의 선호로 시장가치가 급상승한 젊은 작가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면에 미술사적 위치를 인정받는 대가들의 경우, 안정된 장기 투자처로 여겨져 오히려 구매가 쏠려 작품값이 더욱 상승할 수 있다. 즉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서울에 지점을 냈거나 프리즈를 통해 한국시장에 들어오는 외국 초대형 갤러리들이 새롭게 한국 작가들을 발굴하고 키우기보다 자신들의 기존 전속 작가들에게로 한국 중견 컬렉터들의 관심과 자금을 흡수해버리기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와중에 한국 미술시장이, 나아가 미술계 전체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컬렉터들, 즉 오로지 차익을 위해 작품을 사고파는 투자자들이 아니라 미술에 대한 지식과 애정을 갖고 꾸준히 작품을 구입하고 장기 보유하는 후원자적 컬렉터들이 폭넓게 분포해야 한다. 9월 초 키아프·프리즈 공동 개최라는 대형 이벤트는 많은 초보 관람객과 컬렉터들을 새롭게 낳을 것이다.

미술계를 투기판으로 만드는 단기투자자가 되거나 투기 프로젝트에 말려들지 않고, 미술계를 떠받칠 후원자적 컬렉터가 되고자 하는 초보자들을 위해 현대미술계 파악에 도움이 되는 3가지 지식을 소개한다. 미술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초적인 것이겠지만, 미술계 밖에서는 교양 수준이 높은 사람들도 의외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1.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뭐가 다른가?

2021년 서울에서 열린 키아프(KIAF, 한국국제아트페어)의 모습. [사진 키아프]

2021년 서울에서 열린 키아프(KIAF, 한국국제아트페어)의 모습. [사진 키아프]

미술관과 흔히 갤러리라고 불리는 상업화랑과의 차이는 (영국의 내셔널갤러리처럼 외국에서는 갤러리로 불리는 미술관도 많지만) 무엇일까.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작품을 팔지 않는 곳과 팔기 위한 곳의 차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술관은 작품을 소장하고, 보존·수복하고, 연구하고, 그에 관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반면에 화랑은 미술 생산자인 아티스트와 구매자인 기관 및 개인 컬렉터를 연결해주는 곳이다. 미술관 또한 화랑을 통해 소장품을 사는 구매자가 될 수 있다. 미술관과 화랑은 각각 미술계의 비상업적인 영역과 상업적인 영역을 대표한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또한 비상업적인가 상업적인가의 차이다. 하지만 19세기 만국박람회를 모델로 탄생한 최초의 비엔날레는 박람회가 그랬던 것처럼 비상업적인 면과 상업적인 면이 섞여 있었다. 그 최초의 비엔날레는 베니스 비엔날레인데, 1895년 각국의 현대미술을 집대성해 소개하고 관광산업 진흥의 효과를 노리기 위해 베네치아의 정치인·기업인·예술인이 함께 기획했다. 1968년 이전까지 작품 판매처가 함께 있어 아트페어적인 성격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작품 판매처가 사라지고 별도의 아트페어들이 출현하면서, 비엔날레는 비상업적 행사로 실험성 강한 작품을 중심으로 몇 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 되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2년마다 열리면서 ‘비엔날레’로 불리게 되었는데, 비슷한 미술국제전으로 3년마다 열리는 ‘트리엔날레’ 독일의 카셀 도큐멘터처럼 5년에 한번 열리는 행사도 있다.

아트페어는 작품을 사고팔기 위해 열리며 대부분 5일 이내 단기간 개최되는 것이 특징이다. 1959년 영국의 굴벤키언 재단의 후원으로 런던 지역의 갤러리들이 모여 미술제를 시작한 것이 아트페어의 기원이며 1967년에 생겨난 독일의 아트 쾰른(Art Cologne)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아트페어다. 최근에는 아트페어가 실험적인 작품까지 커버하며 비엔날레의 지위를 넘보는 경향이 있다. 신진 갤러리들을 중심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갤러리 공간을 두지 않고 아트페어로 고객을 확보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갤러리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소위 세계 3대 아트페어를 보면, 1970년에 스위스에서 아트 바젤(Art Basel)이, 1974년에 파리에서 피악(FIAC: Foire Internationale d’Art Contemporain)이 탄생했다. 그리고 이번에 서울에 오는 프리즈는 2003년에 런던 잡지회사 프리즈가 기존 아트페어와 성향이 다른 젊고 실험적인 작품이 대거 선보이며 시작했다.

2. 소유권과 저작권은 구분되나?

데니스 오펜하임의 '꽃의 내부(Chamber)'(2011) [사진: 부산비엔날레조직위]

데니스 오펜하임의 '꽃의 내부(Chamber)'(2011) [사진: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예술작품의 소유권과 저작권은 분리되어 있다. 그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어이없는 사건 중 하나가 지금 부산 해운대 달맞이고개에 있는 미국 작가 데니스 오펜하임(1938-2011)의 유작 ‘꽃의 내부(Chamber)’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다. 2017년에 작품의 소유자인 부산 해운대구가 유족과 협의 없이 해체해서 고철로 폐기해버렸다. 해운대구는 작품이 태풍 등에 많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소유권에 따라 처분한 것이라 문제 될 게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저작권은 유족 측에 있으므로 유족과 협의 없이 철거한 것이 잘못이라는 비판이 일어났다.

당시 구본진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저작인격권 중 동일성 유지권과 관련된 사건으로서 작품의 일부 변형·훼손은 동일성 유지 침해에 명백히 해당한다. 예를 들어 피카소 그림의 일부분을 소유자가 멋대로 덧칠해서 바꿔 놓는다면 작가의 철학과 명성을 망치는 게 되는데 이게 동일성 유지권 침해다. 해운대 건과 같은 완전 파괴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이것도 동일성 유지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작품은 한낱 물건이 아니라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소유자라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해운대구는 유족에게 사과하고 협의를 거쳐 ‘꽃의 내부’를 복원해서 2020년 달맞이고개에 세웠다.

미술작품이 이렇게 작가의 분신으로 여겨진 것은 서구에서 18세기 이후부터다. 르네상스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화가와 조각가는 장인의 위치에 불과했으며 그들의 작품을 소유한 교황이나 왕이 작품에 수정을 가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18세기에 이르러 시민혁명의 기운이 무르익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비로소 독립적 주체로서의 개인이 탄생하고, 예술은 그런 개인이 최고의 자유와 개성을 발휘하는 것으로서 귀하게 대접받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작품을 구입해서 소유하면 그 작품에 대한 모든 권리가 생기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점에 무지하거나 알면서도 악용해서, 피카소·앤디 워홀·김환기·박수근 등 유명 작가의 작품, 심지어 진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작품을, 저작권 소유자인 재단과 협의 없이 NFT(Non-Fungible Tokens·대체불가 토큰)로 만들어 판매하거나 판매하려다 실패한 사례가 국내에서도 여러 건 일어났다.

캐슬린 김 뉴욕 변호사는 “미술작품의 소유자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작품을 NFT로 판매하면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며, 만약 NFT를 위해 작품을 변형 왜곡한다면 저작인격권도 침해하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3. 누가 ‘유명한’ 미술가인가?

유명한 미술가가 반드시 좋은 미술가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유명하지 않은 좋은 동시대 미술가를 발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고수의 일이고 일단 초보는 유명한 미술가부터 공부하는 것이 쉽다. 문제는 미술사 책에 등장하는 20세기와 그 이전의 미술가들이 아닌 동시대 미술가의 경우, 누가 진짜 유명한 미술가인지조차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것을 악용해서 무명의 작가를 ‘유명한 작가’ ‘세계적인 작가’로 내세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느 작가가 유명한지 알고 싶으면 일단 그 작가의 CV(Curriculum Vitae 이력서)를 보라고 권한다. 특히 세계 주요 미술관과 비엔날레의 기획전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그리고 세계 주요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이 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유명 예술공간 전시라고 해도 구석진 곳을 돈 내고 대관해서 여는 개인전 같은 것은 의미 없으며, 그 공간에서 초대한 개인전이거나 주요 기획전에 참여한 것일 때 가치가 있다.

이 3가지 기초적인 지식은 후원자적 컬렉터로서 첫걸음을 하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미술을 투자자산으로만 접근한다면, 미술시장 자체를 움직일 수 있는 큰손이 아닌 이상, 오히려 낭패를 보기 쉽다. 지식과 애정을 갖출 때 예술을 누릴 있으며, 운이 좋으면 수익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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