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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펠로시가 촉발한 ‘제4차 대만해협 위기’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4일 대만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푸젠성 핑탄도에서 발사된 중국군 미사일 발사 궤적을 여행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4일 대만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푸젠성 핑탄도에서 발사된 중국군 미사일 발사 궤적을 여행객들이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1. 중국이 예고했던대로 4일 대만에 대한 6중 포위 실사격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미사일 11발이 발사돼 대만 상공을 가로질렀습니다. 함정과 전투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반복침범했고, 대만 국방부와 외교부는 해킹공격을 받았습니다. 미국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방문에 대한 경고입니다.

2. 중국의 도발은 1996년 ‘제3차 대만해협 위기’이후 26년만입니다.
1ㆍ2차 위기는 중국 본토에서 마오쩌뚱에 패배한 장제스가 대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벌어졌습니다.
3차 위기는 다릅니다. 미국이 주역입니다. 당시 친미노선을 걷던 대만의 리덩후이 총통의 재선을 막기위해 중국이 무력시위에 나선 것입니다. 대만을 향해 미사일을 쏘면서 봉쇄협박을 했습니다.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항공모함을 파견하자 중국이 물러났습니다.

3. 이번엔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첫째, 중국이 달라졌습니다.
26년전이면 중국의 개혁개방 설계자 덩사오핑이 살아있던 시절입니다. 덩은 ‘미국과 대결은 100년간 피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그의 후계자 장쯔민 주석은 이에 충실했습니다.
그런데 시진핑은 덩이 만들었던 ‘주석 2연임’의 불문률을 깨고 10월 당대회에서 영구집권을 꿈꾸고 있습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장식할 ‘대만 흡수통일’을 다짐했습니다.
중국은 ‘3차 대만해협 위기’이후 러시아 항공모함을 구입하는 등 군사력 증강에 힘써왔습니다.

4. 둘째, 상대적으로 미국의 힘은 줄어들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막으려고 애썼습니다. 펠로시 설득에 실패하자 중국에 사전통보하면서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중국의 대만 포위공격은 일요일 정오까지로 예고돼 있습니다. 만약 이후에도 이어진다면..과연 바이든은 대만에 항공모함을 파견함으로써 중국의 도발을 멈출 수 있을까요? 26년전과는 다를 겁니다.

5. 셋째, 일본도 달라졌습니다.
일본 정부는 4일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5발이 일본의 EEZ(배타적경제수역) 안쪽에 떨어졌다’며 중국에 항의했습니다. 처음있는 일입니다.
일본 역시 ‘3차 대만해협 위기’이후 군사력을 강화해왔습니다. 당시 일본에선 보수정객 오자와 이치로가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론’을 주창해 열도가 끓기 시작했습니다. 보통국가론을 가장 열심히 실천한 정치인이 아베 신조입니다. 아베는 지난 7월 11일 참의원 선거 이틀전 테러범에 암살당했습니다. 그 결과 자민당 등 보수정당은 보통국가론을 완성하기위한 개헌정족수를 확보했습니다.

6. 이번 사태는 ‘제4차 대만해협 위기’로 불릴 겁니다.
3차 위기보다 심각합니다. 중국과 일본의 국내정치는 26년간 호전성을 다져왔습니다. 전쟁은 정치의 연장입니다. 펠로시는 인권과 민주를 외쳤지만..현실은 위협과 불안입니다.
〈칼럼니스트〉
2022.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