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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아베 국장(國葬)에 반대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2.08.0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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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영희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이영희 도쿄특파원

이영희 도쿄특파원

#국장시키지 않겠다(#国葬させない).

요즘 일본 트위터에서 진행 중인 해시태그 운동이다. 지난달 8일 참의원 선거 유세 중 숨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국장 문제로 요즘 일본이 시끄럽다. 총리 관저, 중의원 회관 앞에서 연일 반대 시위가 열리고 온라인 서명 운동도 한창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지난달 22일 아베 전 총리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기로 각의(국무회의)에서 전격 결정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반발이 클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망자에 대해 안 좋은 말을 삼가는 일본 문화에다 참의원 선거 압승이 아베를 추모하는 국민 뜻의 반영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보수우익을 대표하는 산케이신문 조사에서조차 국장에 대한 찬성이 50.1%로 반대(46.9%)를 조금 앞섰을 뿐이다. 교도통신 조사에선 반대가 53.3%로 찬성(45.1%)을 웃돌았고,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도 반대(47%)가 찬성(43%)보다 많았다.

지난달 22일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일본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일본 도쿄 총리관저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아베 전 총리가 헌정 사상 가장 긴 8년 9개월간 재임한 총리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그의 정치가 일본을 ‘좋은 나라’로 만들었는가에 대해선 평가가 갈린다. 일본 경제는 회복되지 않았고 ‘선진국에서 탈락하기 직전’이란 평이 나온다. 그가 관여됐던 각종 정치 스캔들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특히 일본 사회에서 이미지가 좋지 않은 통일교와 아베 전 총리의 연관성이 차츰 드러나면서 사람들의 마음은 돌아서고 있다.

무엇보다 나라가 주도해 추모와 슬픔을 강요하는 ‘국장’이란 제도에 반감이 커 보인다. 그동안 일본 역대 총리 중 국장을 치른 경우는 전후 일본 재건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1878-1967)가 유일했다. 아베 국장을 바라보는 일본인들의 심리를 한 대학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국가가 이끈 전쟁으로 고통을 겪은 후 일본인들은 오랫동안 ‘국가주의’에 치를 떨었다. ‘기미가요’ 제창을 거부하는 운동이 오래 이어졌을 정도다. 그런 일본에 국가주의를 되살리려 한 인물이 아베 아닌가. 그런데 그의 장례마저 국장으로 치르겠다니, 본능적으로 이건 아니라는 느낌이랄까.”

국장에 대한 반감은 기시다 정권 지지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교도통신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20일 전 조사에 비해 12.2%나 빠졌다. 처음엔 국민들의 눈치를 보던 야당들도 “야당과의 협의나 여론 수렴 없이 내린 일방적 결정”이라며 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줄곧 ‘듣는 힘’을 강조해온 기시다 총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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