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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대통령 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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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위문희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위문희 사회2팀 기자

위문희 사회2팀 기자

1942년부터 미국 대통령의 전용 별장이었던 ‘캠프 데이비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대통령이 가장 많이 찾는 여름 휴양지다. 미국은 개인 별장이나 고급 휴양지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는 대통령도 많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주 크로퍼드에 위치한 개인 목장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 섬의 고급 맨션을 빌려 여름 휴가를 보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은 대체로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여름 휴가를 갔다. 대통령 별장은 여러 곳이 있다. 경남 거제 북단의 저도(猪島)는 이승만 대통령이 처음 휴양지로 사용한 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2년 대통령 별장으로 공식 지정됐다.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에서 ‘청해대(靑海臺)’로 불렸다. 1983년엔 전두환 대통령 지시로 충북 청원군 대청호 인근에 ‘청남대(靑南臺)’가 준공됐다. 원래 ‘봄을 맞이하듯 손님을 맞이한다’는 뜻의  ‘영춘재(迎春齋)’로 불렸다가 1986년 ‘남쪽의 청와대’라는 청남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청남대는 김영삼 대통령이 애용해 ‘청남대 구상’이라는 단어가 탄생할 정도였다. 금융실명제 같은 굵직굵직한 조치가 김 대통령이 청남대로 여름휴가를 다녀오면 발표되곤 했다. 김 대통령이 청남대를 자주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취임 직후 권위주의 청산 차원에서 청남대만 남겨두고 다른 곳은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했기 때문이다. 청남대도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민간에 전면 개방됐다.

저도는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했다. 사실상 유일하게 남아 있는 대통령 휴양시설인 셈이다. 저도와 함께 경호가 용이하고 통신 시설이 잘 갖춰진 군 휴양시설도 선호되는 추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부터 닷새간의 여름 휴가에 들어갔다. 지방 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서울 서초동 자택에 머무르는 중이라고 한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거침이 없었다. 결과는 취임 후 석 달도 안 돼 20%대로 떨어진 국정 수행 지지율이다. 온전히 휴식만 취할 수 없었을 첫 휴가다. 휴가 복귀 후 윤 대통령이 내놓을 정국 구상에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이 바뀌면 지지율도 반등할 것이다. 내년에는 저도가 됐든, 제주도가 됐든 여름 휴가를 만끽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